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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 사람] 가벼운 깃털에 담긴 묵직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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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깃털 도둑>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2009년 6월의 어느 밤,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새가죽 299점이 도난당했다. 범인은 에드윈 리스트라는, 열아홉 살의 플루트 연주자였다. 그는 왜 죽은 새들을 훔쳤을까? 저널리스트 커크 월리스 존슨은 플라이 타잉 기술자, 깃털 장수, 마약 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를 만나 5년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으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인류사의 궤적을 쫓다

이 책의 저자인 존슨은 자칫 깃털 오타쿠의 가벼운 범죄로 묻혀 버릴 이 사건을 5년여의 취재를 통해 탐욕으로 얼룩진 인류의 역사로 드러낸다.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작성된 이 이야기는 깃털에 대한 미시사이자 범죄 스릴러기도 하다.

저자는 깃털 도둑 사건의 주범과 그들만의 깃털 리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세계를 파헤치는 동시에 깃털에 얽힌 인류사의 궤적을 쫓는다. 다윈의 ‘종의 기원’ 이론을 함께 창시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수많은 표본을 채집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세밀하게 기록했는데, 훗날 자신이 평생을 바쳐 모은 표본들을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기증했다. 영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 휘말리면서 러셀 월리스와 다윈의 새가죽을 보호하기 위해 월터 로스차일드가 소유한 사설 박물관으로 옮겼다. 

이후 이 사설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유례 깊고 귀중한 새가죽을 소장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에드윈 리스트라는 플루트 연주자가 침입해 299점의 새가죽을 훔쳐가기 전까지는.

인류에게 소중한 이 자산은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사라졌다. 19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억 마리의 새가 인간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때까지 신분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은 죽은 새였다. 새의 깃털을 패션의 수단으로 사용한 건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이후 깃털 산업은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서 번성해 엄청난 새들이 단지 모자를 장식하기 위해 죽어갔다.

끝나지 않은 인간의 탐욕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에 전기를 마련한 건 여성들이었다. 1875년 메리 대처는 <하퍼>에 기고한 ‘무고한 생명의 대학살’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패션을 위한 생명의 학살을 반대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성참정권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캐디스탠턴, 왕립조류보호협회의 창립자 에밀리 윌리엄슨 등이 깃털 착용을 금지하는 운동을 펴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이 싸움은 환경운동가 및 여성 대 깃털연맹, 모자협회의 첨예한 갈등으로 번졌지만 결국 환경운동가의 승리로 돌아갔다. 깃털 교역에 관한법이 제정되었고, 철새를 보호하고 사냥을 금지하는 등의 법률이 하나둘 새의 멸종을 막기 위해 생겨났다.

하지만 자연을 보호하자는 운동이 표면화될수록 밀거래 역시 활성화됐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와서도 이런 밀거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희귀 깃털을 거래하며 깃털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을 구현하는, 연어 플라이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트링의 자연사박물관을 침입한 기이한 도둑. 에드윈 리스트, 열아홉 살의 천재 플루트 연주자. 그에게는 또 다른 별명이 하나 더 있었다. ‘플라이 타잉의 미래’. 그는 빅토리아 연어 플라이의 천재 제작자였다.

이 책은 ‘깃털 도둑’이라는 사소해 보이는 사건을 시작으로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위해 열정을 쏟은 과학자와 박물관 관계자들, 19세기의 깃털 신드롬과 환경운동, 21세기의 깃털 밀거래의 암흑 시장 등 깃털과 얽힌 인류사를 통찰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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