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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회찬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앞으로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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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층 아파트 계단에서 투신자살
유서 "드루킹사건으로 돈은 받았다"
경찰 "사망경위에 의혹 없어 부검 안해"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기고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포털 댓글 여론 조작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 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렸던  노 원내대표는 이렇게 세상과 결별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서 공개된 나머지 부분은 이랬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린다"


노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9시38분경 서울 중구  모 아파트 1층 현관 앞에 노회찬 의원이 쓰러진채 사망해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 아파트는 노 의원의 자택이 아니라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및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된 것이다.


유족과 경찰은 노 의원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유족들이 원치 않는 데다 사망 경위에 의혹이 없어서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에 따르면 노 의원의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계단에서 투신했다고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등 국회 원내대표들과 함께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 미국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자동차 고율관세 부과 등 통상 현안에 관해 양국  입장을 논의한뒤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드루킹의 최측근이자 노 의원과 경기고 동기인  필명 '아보카' 도모(61) 변호사로부터 드루킹을 소개받은 뒤 불법 자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이다.  경공모로부터 강연료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의혹도 있다.  이에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대선 직전 경공모 관련 계좌에서 16개월 동안 약 8억원 가량의 자금 흐름을 포착,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드루킹 측이 노 원내대표에게 5000만원대 불법 자금을 건넨 의혹도 포함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선관위에서 제출받은 계좌 136개를 포함해 모두 139개 계좌를 분석, 정치권과 오고간 자금은 없다고 결론 내리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특검팀은 도 변호사가 돈다발 사진을 연출하는 위조된 증거를 제출토록 해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판단했다.  향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방침이었지만 노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간 노 의원은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 의원이 소속한  정의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최석 대변인은 이날 노 원내대표 사망 소식 직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동균 부대변인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등 당 지도부도 노 원내대표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말을 아낀 채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앞서 정의당은 이날 오전 9시30분 국회에서 이 대표와 노 원내대표 등이 참석하는 상무위원회의를 열었으나, 노 원내대표는 돌연 불참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개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은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투신 사망 소식과 관련해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충격적이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노회찬 의원은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상징으로서 정치인이기 이전에 시대정신을 꿰뚫는 탁월한 정세분석가이자 촌철살인의 대가"라며 "고인은 척박했던 90년대 초부터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진보정당 역사의 산 증인이고 뛰어난 대중성을 바탕으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 의원이 지향했던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들은 후배 정치인들이 그 뜻을 이어받을 것"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유가족에게도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워장도 노 의원의 사망소식에 "너무 안타깝다"고 심정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기 신념과 원칙 철학을 갖고 계시면서도 부드러운 활동과 말씀을 해가면서 우리 정치를 크게 발전시킬 분 중에 한 분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11시30분 이번사건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굉장히 침통하다"고 밝혔다.  허 특검은 "(노 의원은) 이 나라 정책사에 큰 획을 그었고 이 나라 의정활동에 큰 장식을 하신 분"이라며 "오늘 (노 의원의 투신자살) 보고를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정치인으로 존경해오던 분이셨는데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먼거리에서 늘 그분의 흔적을 바라봤다"며 "노 의원의 명복을 깊이 빌고 유가족에게 개인적으로도 깊고깊은 유감의 말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은 노회찬 원내대표님의 타계와 관련해 대표단 긴급 회의를 열어 "정의당은 유가족과 상의하여 고인의 장례 형식은 정의당장으로, 기간은 5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며 "발인은 27일 금요일이 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상임장례위원장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맡기로 했다"며 "장지 등을 비롯해 구체적 장례절차는 내일 오전 중 발표하고, 또한 각 시도당 사무실에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 장례식장: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연세장례식장-특1호실
- 07월23일(월) 17시: 조문시작
- 07월25일(수) 10시: 입관
- 07월26일(목) 19시: 추모제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
- 07월27일(금) 09시: 발인
- 07월27일(금) 10시: 국회 영결식
 -07월27일(금) 13시: 화장(서울 원지동 추모공원)
* 장지: 마석모란공원
* 특이사항: 광역시도당별로도 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이므로 해당 시도당에 문의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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