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4 (화)

  • 구름많음동두천 16.5℃
  • 구름많음강릉 14.6℃
  • 구름많음서울 16.6℃
  • 구름많음대전 19.8℃
  • 흐림대구 17.9℃
  • 연무울산 14.4℃
  • 흐림광주 18.8℃
  • 연무부산 14.0℃
  • 흐림고창 15.6℃
  • 흐림제주 16.3℃
  • 구름많음강화 13.2℃
  • 흐림보은 17.7℃
  • 흐림금산 18.6℃
  • 흐림강진군 16.4℃
  • 흐림경주시 15.7℃
  • 구름많음거제 14.6℃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역사기행] 이집트에서 평창까지… 인면조의 진실

URL복사

영원불멸의 상징 천추만세



[박웅준 성보문화재연구위원] 역사 칼럼을 쓰는 입장에서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면조(人面鳥)’가 사신(四神,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을 사방에 두고 무대 가운데에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평화를 수호하는 사신과 함께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인면조를 등장시켰으며 고구려 고분벽화를 모티브로 디자인 했다고 한다. 인면조가 등장한 후 하늘에 천문도인 천상분야열차지도가 펼쳐진 것에서도 그 의도가 확인된다.

천상과 지상을 오간 인면조

많은 문화권에서는 새를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존재로 여겼다. 우리나라에 있는 솟대위의 새와 북방민족들이 신성시하는 기러기는 샤먼이 천상계로 영적인 여행을 떠날 때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졌다. 고대의 지배자 또는 샤먼이 머리를 새 깃털로 장식한 것은 이 같이 하늘과 통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새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인간이 ‘카(ka)’와 ‘바(ba)’ 그리고 ‘아크(akh)’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카’는 생명의 원천이자 혼(spirit)의 본질로 ‘카’가 육체를 의미하는 ‘아크’로부터 떠나는 것을 죽음으로 여겼다. 

‘카’는 사후세계로 떠나지만 부활 할 때 자신의 육체로 되돌아온다고 믿었고 이를 위해 미이라를 만들었다. ‘바’는 개인의 인격이자 개성을 말하며 죽은 뒤에는 육체를 떠나지만 매일 밤 피라미드에서 나와서 날아다니다가 동틀 무렵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바’는 얼굴이 사람이고 몸은 새인 형상으로 표현된다. 

개성(personality)을 의미하는 사람의 얼굴과 하늘을 날 수 있는 새의 결합인 것이다. 이집트의 ‘바’를 고구려의 인면조에 투영한다면 인면은 무덤 주인의 얼굴일 것이다. 자유롭게 천상과 지상을 오가고자 무덤의 주인은 새의 몸을 빌린 것이다. 그러나 고구려인들이 이집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을 리는 없기 때문에 인면조는 당시 동아시아적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올림픽에 등장한 인면조는 우리나라에 등장하는 여러 인면조 가운데 고구려 덕흥리 고분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408년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무덤의 주인공은 유주자사 진(鎭)으로 그가 고구려인인지 아니면 중국인 망명객 인지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무덤 내부에 그려진 화려한 벽화는 5세기 초 고구려의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진의 초상이 그려진 앞 칸 천장에는 수렵도와 같은 묘주가 전생에 했던 장면과 천상의 여러 신기한 동물이 같이 그려져 있어 고구려인의 사후관을 엿볼 수 있다. 인면조는 여러 신수(神獸)들 가운데 두 개가 확인 된다. 각각 옆에 ‘천추지상(千秋之像)’, ‘만세지상(萬歲之像)’
이라는 글이 있어 당시 인면조를 ‘천추’와 ‘만세’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수 기원을 담은 주술

천추와 만세는 ‘천년만년 세월장구(千年萬年, 歲月長久)’를 의미하는 천추만세(千秋萬歲)라는 어구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추(秋)는 일각이 여삼추(一刻 如三秋, 일각이 삼년과 같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세(歲)와 같이 한 해를 의미한다. 따라서 천추는 천년이고 만세는 만년을 의미하며 둘 다 오랜 세월의 대명사로 이해할 수 있다. 천추만세는 전국시대 한비자(韓非子, BC280-BC233)의 현학(顯學)에서 다음과 같이 이른 용례를 찾을 수 있다.

‘지금 무당이 사람들을 위해 빌며 “당신이 천년만년 살도록 축원합니다”라고 말한다고 해도 이렇게 부르 짓는 소리에 귀가 따가 울 뿐 하루라도 목숨을 더 부지하고 살게 할 효험이 있는지는 알 수없다’ 

냉철한 한비자의 눈에는 덧없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당시 천추만세는 무속인이 주술처럼 읊어진 유명한 어구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이 후 진한 시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한나라대의 와당 수막새에 많이 씌어졌다. 이러한 어구가 어떻게 해서 인면조와 결합이 되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집트에서 한반도까지



당시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옹, 부혜와 같은 인면조가 등장하나 이것이 등장하면 크게 가물거나 전쟁이 일어난다는 등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어 있어 사후세계와 연관을 지을 수 없다. 그러나 한나라의 마왕퇴묘에서 발견된 백화 가운데 한 쌍으로 된 인면조가 등장하기 때문에 산해경과 관련 없는 인면조의 도상이 성립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동진시대 갈홍이 쓴 도교서인 포박자(抱朴子)에서는 천세와 만세라는 새는 모두 사람의 얼굴에 새의 몸을 하고 있는데 수명 또한 그 이름과 같다(千歲之鳥 萬歲之禽 皆人面而鳥身 壽亦如其名)” 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왕퇴묘의 도교적 요소를 볼 때 백화에 등장하는 인면조는 천추와 만세로 볼 수 있고 이 시기 부터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후 하남성 등현 학장묘(學裝墓)에서 발견된 남북조 시대 화상전에서는 천추와 만세의 명문과 함께 인면조 도상이 발견되어 무덤에서 꾸준히 사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를 비롯해 신라와 백제에서 인면조가 확인된다. 대부분 위의 경우와 같이 쌍으로 발견되고 무덤에서 출토 된 것으로 보아 도교의 영향을 받은 천추와 만세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무덤에서 주인공의 영원한 안녕을 바라는 의미와 인면조의 결합은 이집트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집트의 바는 낮 동안에는 하늘에 올랐다가 밤에는 무덤 주인에게 돌아온다. 그것은 태양이 뜨고 지는 것과 같다. 태양은 천년만년 다시 떠오르기 때문에 무덤 주인은 오래도록 안주할 수 있다. 불로장생을 추구한 동양에서도 무덤 주인은 영원히 천상을 오르내리는 새와 같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 쌍으로 표현되는 것도 무덤 주인이 부부였기때문일 것이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샤먼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 한비자가 말한 천추만세를 읊은 무당도 그 기원은 샤머니즘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의식을 주관하는 사제도 하반신이 새로 표현되는 경우도 많다.

올림픽 개회식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인면조를 보고 일부는 혐오감을 느꼈다고 하듯이 인수(人獸)결합은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서양에서도 세이렌(Siren)과 하피(Harpy)와 같은 인면조가 있지만 모두 <산해경>의 옹과 같이 인간에게 해가되는 존재로 묘사되는 것은 이 같은 인간의 심리에 있을 것이다. 

개회식에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차원에서 인면조의 선택은 전 세계적인 궁금증을 자아냈다는 점에서 성공한 듯 싶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건기식협회 '2026 트렌드 세미나' 개최...맞춤형 제품 시장의 확대 전망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23일 양재 aT센터 그랜드홀에서 '2026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망과 유통·마케팅 트렌드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산학계 관계자 및 전문가 발표를 통해 회원사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협회 회원사 홍보 및 마케팅 실무자 약 2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소비 트렌드, 데이터 기반 마케팅, 글로벌 시장 동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주요 연사로는 시장조사 및 데이터 분석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들이 참여해 △건강과 식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 2026 트렌드 △이커머스 환경에서의 데이터 마케팅 전략 △APEC 건강기능식품 시장 동향 △2025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결산 및 2026년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첫 번째는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소장은 ‘2026 트렌드_건강과 식 트렌드 중심으로’라는 발표를 통해 현대인에게 건강에 대한 인식과 의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했다. 박 소장은 최근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개인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수 포비아’ 등 건강에 대한 불안 요인을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강민정 “헌법 정신 교육 대폭 강화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 제정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가 헌법 정신 교육 대폭 강화와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 제정을 공약했다.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민주시민교육의 뿌리는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있다. 학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약속인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며 “저는 서울의 모든 교실에서 아이들이 책임 있는 주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헌법 정신 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은 박제된 문구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다”라며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깨닫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갈등은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교육의 출발은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는 서울교육의 기본적인 시민교육 틀을 완성하기 위해 ‘혐오와 차별 없는 학교 조례’를 제정하겠다”며 “이 조례는 기존의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와 함께 교육 공동체를 지탱하는 든든한 양 날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민정 서울교육감 예비후보자는 “학교는 모두의 존엄이 지켜지는 곳이어

문화

더보기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과 선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위기의 인간들’을 펴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세계관과 문체를 지닌 세 작가가 ‘위기’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모여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과 선택,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집이다.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균열부터 사회 구조 속에서 마주하는 위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인간상을 담아낸다. 김정진, 송호진, 윤승주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해석한다. 한 작가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서사를 통해 인간 군상의 삶을 비추고, 또 다른 작가는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다른 한 작가는 인간 내면의 희망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서로 다른 목소리는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위기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위기의 인간들’은 위기를 단순한 실패나 재난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야 비로소 인간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기술과 자본이 주도하는 사회, 흔들리는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 속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끝내 어떤 인간으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