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20 (화)

  • 맑음동두천 -6.0℃
  • 구름조금강릉 -0.3℃
  • 맑음서울 -4.8℃
  • 맑음대전 -3.0℃
  • 맑음대구 2.6℃
  • 구름많음울산 3.3℃
  • 맑음광주 -1.1℃
  • 맑음부산 5.3℃
  • 맑음고창 -2.0℃
  • 구름조금제주 2.8℃
  • 맑음강화 -6.2℃
  • 맑음보은 -2.4℃
  • 맑음금산 -1.5℃
  • 맑음강진군 0.0℃
  • 구름많음경주시 3.0℃
  • 맑음거제 3.5℃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역사기행] 엽전과 비트코인

URL복사


[박웅준 성보문화재연구위원] 일제강점기 시절 가치가 없어진 엽전을 쓰는 조선 사람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 ‘엽전’은 아직까지도 부정정인 의미의 한국인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엽전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에 집착하는 조선인이 많았고 그 대상이 재화인 엽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엽전인 상평통보(常平通寶)는 숙종 4년(1678년)에 만들어져 조선말까지 유통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적인 공식화폐였다. 고려시대부터 조정은 건원중보(乾元重寶)와 같은 화폐를 유통시키려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했으며 조선시대에도 세종이 조선통보라는 화폐를 발행했으나 유통에 성공하지 못한다.
상평통보 이전에는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면포나 쌀 같은 현물에 있었다.

한 마디로 돈이란 것이 실생활에 널리 사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평통보는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등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명실공히 한국 최초의 돈(money)이었다.
대한제국은 1905년 일본의 주도로 화폐정리사업을 한다. 이때 최초의 지폐가 사용되면서 정부는 유통되던 모든 조선의 화폐를 회수한다. 조선 말에 발행한 백동화, 당백전, 당오전 등 다른 화폐는 회수가 잘 되는데 상평통보는 회수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상평통보의 원료인 구리 가격이 주화를 녹여서 팔아도 그 가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것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던 행위는 실물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현명함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엽전’이라는 말이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최초의 돈이 유통된 지 3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돈이 등장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이다.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은 화폐 자체의 정의를 상호 간의 약속으로 간주하고 이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체굴(mining)이라 부르는 컴퓨터의 연산 작업으로 코인을 얻을 수 있게 하였고 그 과정 자체가 시스템이 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다만 이 기술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물인 디지털 정보를 코인이라 부르면서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논쟁의 중심에는 화폐를 발행하고 보증하는 주체의 존재 여부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 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폐는 정부가 보증하는 법정화폐뿐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지불준비를 위해 금이나 은 또는 쌀과 같은 현물을 보유하면서 그 가치를 유지시켰고 조정했으며 민간에서는 이를 신뢰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모든 과정에 개인이 참여할 뿐 정부나 기관이 관여하지 않는다. 지불 준비를 위해 현물을 보유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 이것을 과연 화폐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법정화폐는 고려 성종 15년(996년) 4월에 만들어진 건원중보(乾元重寶) 철전(鐵錢)이다. 신하들은 “우(禹) 임금은 9년간 장마와 탕(湯)임금은 7년간 가뭄이 있을 때에 역산(歷山), 장산(莊山)의 금을 모두 화폐로 만들어 백성들의 곤란을 구제하였다고 하며 주나라 때에 와서는 태공이 또 9부 원법을 제정하였다 하니 이것이 전화(錢貨)의 시초입니다” 라고 중국의 예를 들어 법정
화폐의 도입을 주장했다. 

국가와 백성을 위해 화폐를 만드는 권력이 군주에 있어야 한다는 ‘화권재상(貨權在上)’ 이념으
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지금까지 통용되는 논리며 그 시작이 동양에서도 기원전 2000년 이상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탄생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그 사태를 지켜보면서 연방준비은행이라는 중앙권력이 화폐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 정책을 펴는 것이 경제 불균형의 원인이라 보고 탈중앙화된 화폐를 기획했다. 사실 중앙이 독점하는 화폐는 그 주체의 신뢰성에 따라 가치 변동이 심할 수 있다. 
1차 대전 후의 독일이 그랬고 오늘날의 짐바브웨가 그렇다. 고려의 건원중보와 조선의 조선통보도 가치 보장이 허술하여 민간에서 사용하지 않아 폐기된 것이다. 

지금의 기축통화인 달러도 위기가 올 것으로 예언하는 경제학자도 있고, 지금의 화폐 시스템이 붕괴될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도 있다. 이러한 때에 맞추어 나타난 비트코인은 수천년간 이어진 통념을 무너뜨리는 시도이자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가 화폐를 민간이 만들고 유통시키려고 생각했는가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앞으로 이러한 혁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몰락할 수도 있고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다. 역사에서 힌트를 얻자면 아무리 강력한 법정화폐여도 민간에서 사용을 하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가치를 인정한다면 일제강점기의 상평통보처럼 엽전들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유통은 된다.

프랑스의 최고 지성 중 한명인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미래의 물결>에서 2050년 무렵에는 전통적 개념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이른바 하이퍼제국이 등장할 것이며 전 지구적 규모의 민주정부와 일체의 국지적 지역적 제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국가의 통제권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고 주체가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이미래에는 당연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탈중앙화 시대에는 국가가 아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동장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크 아탈리는 우리나라의 미래도 낙관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 철옹성 같은 관료 계급의 개혁. 
둘째, 물류를 위한 해양 산업의 발전. 
셋째,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론가나 행정가가 아닌 혁신적인 ‘창조적 계급’의 육성.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관계 해결이다. 

이미 10년 전에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현재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항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래에도 엽전을 쓰는, 진짜 엽전들이 될지 아닐지 기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함영주 회장 “판 바꾸는 혁신·하나금융 대전환” 선언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25년 연임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출범한 2기 체제는 ‘안정’과 ‘성장’을 목표로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 주주가치 제고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새해 신년사에서 함 회장은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판을 바꾸는 혁신’과 ‘하나금융 대전환’을 선언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영주 회장 ‘2기 체제’ 밸류업·비은행 부문 강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81.2%의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그의 정당성은 실적과 안정적인 리더십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함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가장 큰 배경은 실적이다. 지난 2022년 함영주 회장 선임 당시에는 외국인 과반의 반대표가 나왔으나, 3년 후 연임 표결에서는 찬성 우위로 전환됐다. 이는 외국인 주주들이 과거와 달리 수익성과 경영 성과에 더 주목하고, 주주 환원 정책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이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고,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그룹 당기순이

정치

더보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에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철저...부작용은 최소화 총력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은 철저히 지키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뤄지면 정부에서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이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모으자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검찰개혁에 대한 우리 당의 원칙은 분명하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대원칙은 한 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이다. 검찰 부패의 뿌리는 수사와 기소권 독점에 있다”며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아래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찰개혁안을 국민과 함께, 역사와 함께, 시대정신과 함께 이뤄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대원칙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인 만큼 유비무환의 자세로 정교하

경제

더보기
민병덕 의원, 탈쿠팡법 대표발의...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소비자 즉시 탈퇴 가능 규정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쿠팡 주식회사 탈퇴를 더욱 자유롭게 하기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정무위원회,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재선, 사진)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7. ‘플랫폼사업자’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거래를 제공하는 통신판매업자 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말한다”고, 제21조의4(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즉시탈퇴 요구권)제1항은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를 위해 가입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또는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 플랫폼사업자에게 즉시 탈퇴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제2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불필요한 절차나 부가 요구 없이 즉시 탈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항은 “플랫폼사업자는 제1항의 탈퇴 요청을 받은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탈퇴 방해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탈퇴 메뉴를 은폐하거나 찾기 어렵게 구성하는 행위. 2. 탈퇴 의사를 반복

사회

더보기
노원을지대학교병원 2월 8일,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 개최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노원을지대학교병원(병원장 김재훈)이 오는 2월 8일 일요일 오전 8시 50분 제12회 정형외과 개원의 연수강좌를 개최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연구동 지하 1층 범석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수강좌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최신 치료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정형외과 분야의 최신 기술 발전을 주제로 강연이 이어진다. ▲로봇 척추 수술(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손희중 교수) ▲정형외과 연구에서 대규모 언어모델의 기초 및 활용(노원을지대학교병원 최성주 교수) ▲정형외과 임상에서의 AI의 적용 사례(서울대병원 이요한 교수)가 소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세션은 하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한다. ▲고관절 비구순 파열의 관절경적 진단 및 치료(노원을지대학교병원 김진우 교수) ▲슬개골 불안정성의 관절경적 치료(인천보훈병원 윤정로 원장) ▲만성 발목 불안정성에 대한 관절경적 외측 인대 재건술(차의과학대병원 이성현 교수) 등 실제 임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주제를 다룬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상지 관절경 술기에 대한 최신 지견을 소개한다. ▲관절경적 회전근개 봉합술의 생물학적 치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