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11 (수)

  • 구름많음동두천 8.2℃
  • 맑음강릉 11.2℃
  • 맑음서울 9.0℃
  • 맑음대전 11.0℃
  • 맑음대구 13.1℃
  • 맑음울산 13.0℃
  • 맑음광주 13.2℃
  • 맑음부산 12.5℃
  • 맑음고창 10.6℃
  • 맑음제주 10.6℃
  • 구름많음강화 6.2℃
  • 맑음보은 11.4℃
  • 맑음금산 11.2℃
  • 맑음강진군 13.3℃
  • 맑음경주시 13.8℃
  • 맑음거제 11.7℃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역사기행] 엽전과 비트코인

URL복사


[박웅준 성보문화재연구위원] 일제강점기 시절 가치가 없어진 엽전을 쓰는 조선 사람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 ‘엽전’은 아직까지도 부정정인 의미의 한국인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엽전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에 집착하는 조선인이 많았고 그 대상이 재화인 엽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엽전인 상평통보(常平通寶)는 숙종 4년(1678년)에 만들어져 조선말까지 유통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적인 공식화폐였다. 고려시대부터 조정은 건원중보(乾元重寶)와 같은 화폐를 유통시키려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했으며 조선시대에도 세종이 조선통보라는 화폐를 발행했으나 유통에 성공하지 못한다.
상평통보 이전에는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면포나 쌀 같은 현물에 있었다.

한 마디로 돈이란 것이 실생활에 널리 사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평통보는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등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명실공히 한국 최초의 돈(money)이었다.
대한제국은 1905년 일본의 주도로 화폐정리사업을 한다. 이때 최초의 지폐가 사용되면서 정부는 유통되던 모든 조선의 화폐를 회수한다. 조선 말에 발행한 백동화, 당백전, 당오전 등 다른 화폐는 회수가 잘 되는데 상평통보는 회수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상평통보의 원료인 구리 가격이 주화를 녹여서 팔아도 그 가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것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던 행위는 실물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현명함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엽전’이라는 말이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최초의 돈이 유통된 지 3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돈이 등장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이다.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은 화폐 자체의 정의를 상호 간의 약속으로 간주하고 이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체굴(mining)이라 부르는 컴퓨터의 연산 작업으로 코인을 얻을 수 있게 하였고 그 과정 자체가 시스템이 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다만 이 기술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물인 디지털 정보를 코인이라 부르면서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논쟁의 중심에는 화폐를 발행하고 보증하는 주체의 존재 여부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 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폐는 정부가 보증하는 법정화폐뿐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지불준비를 위해 금이나 은 또는 쌀과 같은 현물을 보유하면서 그 가치를 유지시켰고 조정했으며 민간에서는 이를 신뢰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모든 과정에 개인이 참여할 뿐 정부나 기관이 관여하지 않는다. 지불 준비를 위해 현물을 보유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 이것을 과연 화폐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법정화폐는 고려 성종 15년(996년) 4월에 만들어진 건원중보(乾元重寶) 철전(鐵錢)이다. 신하들은 “우(禹) 임금은 9년간 장마와 탕(湯)임금은 7년간 가뭄이 있을 때에 역산(歷山), 장산(莊山)의 금을 모두 화폐로 만들어 백성들의 곤란을 구제하였다고 하며 주나라 때에 와서는 태공이 또 9부 원법을 제정하였다 하니 이것이 전화(錢貨)의 시초입니다” 라고 중국의 예를 들어 법정
화폐의 도입을 주장했다. 

국가와 백성을 위해 화폐를 만드는 권력이 군주에 있어야 한다는 ‘화권재상(貨權在上)’ 이념으
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지금까지 통용되는 논리며 그 시작이 동양에서도 기원전 2000년 이상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탄생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그 사태를 지켜보면서 연방준비은행이라는 중앙권력이 화폐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 정책을 펴는 것이 경제 불균형의 원인이라 보고 탈중앙화된 화폐를 기획했다. 사실 중앙이 독점하는 화폐는 그 주체의 신뢰성에 따라 가치 변동이 심할 수 있다. 
1차 대전 후의 독일이 그랬고 오늘날의 짐바브웨가 그렇다. 고려의 건원중보와 조선의 조선통보도 가치 보장이 허술하여 민간에서 사용하지 않아 폐기된 것이다. 

지금의 기축통화인 달러도 위기가 올 것으로 예언하는 경제학자도 있고, 지금의 화폐 시스템이 붕괴될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도 있다. 이러한 때에 맞추어 나타난 비트코인은 수천년간 이어진 통념을 무너뜨리는 시도이자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가 화폐를 민간이 만들고 유통시키려고 생각했는가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앞으로 이러한 혁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몰락할 수도 있고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다. 역사에서 힌트를 얻자면 아무리 강력한 법정화폐여도 민간에서 사용을 하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가치를 인정한다면 일제강점기의 상평통보처럼 엽전들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유통은 된다.

프랑스의 최고 지성 중 한명인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미래의 물결>에서 2050년 무렵에는 전통적 개념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이른바 하이퍼제국이 등장할 것이며 전 지구적 규모의 민주정부와 일체의 국지적 지역적 제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국가의 통제권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고 주체가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이미래에는 당연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탈중앙화 시대에는 국가가 아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동장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크 아탈리는 우리나라의 미래도 낙관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 철옹성 같은 관료 계급의 개혁. 
둘째, 물류를 위한 해양 산업의 발전. 
셋째,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론가나 행정가가 아닌 혁신적인 ‘창조적 계급’의 육성.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관계 해결이다. 

이미 10년 전에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현재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항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래에도 엽전을 쓰는, 진짜 엽전들이 될지 아닐지 기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제약업계, 정부 '약가 인하 정책' 반대 전면 재검토 촉구...민관 공동연구 제안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약가인하정책 강행에 반대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약바이오업계가 “정부의 약가 인하 추진에 더해 최근 발발한 중동사태로 산업계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약업계 서명운동에 착수하고, 정부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말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제네락 인하) 발표 이후 산업계,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문제 제기에도 지금까지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급격한 약가 인하에 제약산업은 무너진다”고 밝혔다. 이어 “약가인하 영향 분석·유통질서 확립·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등 3대 사항의 즉각적인 공동연구 착수를 정부에 제안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를 진행한다. 여기에서 이견이 없을 경우 이달 말 열리는 건정심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 제도 시행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와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복제약 가격을

정치

더보기
우원식,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하면, 48시간 이내에 승인 못 받으면 즉시 무효’ 개헌 제안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거나,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즉시 계엄이 무효가 되도록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우원식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온 국민과 모든 정치세력이 큰 고통과 격랑에 휩싸였다. 정치·외교·사회·경제, 나라 전체에 생긴 막대한 피해를 국민과 기업이 모두 감수해야 했다”며 “민주주의와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됐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시간과 역량을 위기 극복에 쏟아야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비상계엄을 근원적으로 막는 제도적 방벽,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다”라며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그 즉시,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그 즉시, 자동으로 계엄이 무효가 되도록 하자는 데에 국민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모였다. 비상계엄의 여파가 다 끝나지 않았고 그로부터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의 내용이 분명하게 집약된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77조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BTF 푸른나무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협성 사회공헌상’ 수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대한민국 최초로 학교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 온 청소년 NGO, BTF 푸른나무재단은 지난 10일, 김종기 명예이사장이 협성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협성사회공헌상’을 수상했다고 11일 밝혔다. 협성사회공헌상은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이 막대한 사재를 출연하여 설립한 협성문화재단의 핵심 공익사업이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서 평생 근검절약을 실천해 온 정 회장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과업으로 선언한 모범적 리더다. 협성사회공헌상은 이러한 정 회장의 철학을 담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인물을 발굴해 격려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명예이사장은 국내 최초로 학교폭력 문제를 시민사회에 알리고, 지난 31년간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명예이사장은 특히 자식을 잃은 참척의 고통을 이겨내고 더는 학교폭력으로 눈물 흘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예방 교육과 치유 상담, 국제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47만 명 서명운동을 통해 관련 법률 제정을 이끌어낸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문화

더보기
짝사랑의 기억과 삶의 궤적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34년간 신문 제작 현장의 최전선에서 기사와 신문 제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이철호 씨가 가슴속 깊이 간직해 온 짝사랑의 기억과 삶의 궤적을 담은 자서전을 펴냈다. 한겨레신문사 제작국에서 34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임한 이철호 저자의 신간 ‘그해 겨울 첫눈 같은 너에게’(좋은땅출판사)는 서툴렀던 짝사랑의 기억을 삶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한 남자의 진솔한 고백이다. 이 책은 가난했던 시골 소년 이철호가 어떻게 한 시대를 기록하는 언론인이 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짝사랑이라는 결핍을 어떻게 인생의 거름으로 삼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은 중학교 2학년 시절 영어에 자신감이 넘치던 소년 이철호가 ‘영어 웅변반’에서 만난 한 소녀를 향해 품었던 애틋한 짝사랑 이야기로 시작된다. 첫눈처럼 설레었지만 끝내 전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아픈 기억은 소년의 가슴에 남아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깊은 뿌리가 됐다. 저자는 그 시절의 상처를 삶의 동력으로 삼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히 살아오며 마주한 소소한 기쁨들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특별한 성공 신화가 아니더라도 매일의 일상을 소중히 가꾸며 일궈낸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낮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분노를 잠재운 적절한 리액션과 공감의 힘
갈등의 시대, 우리는 왜 먼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지 못하는가.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30분경, 오이도에서 진접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안은 여느 때보다 고단한 공기로 가득했다. 출근 시간대가 아닌데도 노인석 주변은 빈틈없이 붐볐고, 연로한 분들이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정류장에서인가 붐비는 노인석의 중간 한 자리가 나자마자 한 어르신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평화는 채 두 정류장을 가기도 전에 깨졌다. “아 XX, 좀 저리로 가라고!” 먼저 앉아 있던 노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고함과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좁은 자리에 가방까지 메고 끼어 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 앉은 이는 “나도 앉을 만하니 앉은 것 아니오”라며 항변했지만, 쏟아지는 폭언 앞에 결국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래,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자리를 뜬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험악해진 분위기 탓에 어느 누구도 그 빈자리에 선뜻 앉지 못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오지라퍼 계열인 필자는 객기 부리듯 용기를 냈다.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라고 묻자, 화를 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