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12 (수)

  • 맑음동두천 14.1℃
  • 맑음강릉 17.8℃
  • 맑음서울 15.0℃
  • 구름조금대전 14.6℃
  • 흐림대구 11.0℃
  • 흐림울산 15.2℃
  • 흐림광주 11.5℃
  • 흐림부산 16.5℃
  • 흐림고창 9.9℃
  • 흐림제주 17.6℃
  • 맑음강화 13.8℃
  • 구름조금보은 13.9℃
  • 흐림금산 10.6℃
  • 흐림강진군 12.3℃
  • 구름많음경주시 13.9℃
  • 흐림거제 13.7℃
기상청 제공

박웅준의 역사기행

[역사기행] 엽전과 비트코인

URL복사


[박웅준 성보문화재연구위원] 일제강점기 시절 가치가 없어진 엽전을 쓰는 조선 사람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 ‘엽전’은 아직까지도 부정정인 의미의 한국인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엽전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에 집착하는 조선인이 많았고 그 대상이 재화인 엽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엽전인 상평통보(常平通寶)는 숙종 4년(1678년)에 만들어져 조선말까지 유통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적인 공식화폐였다. 고려시대부터 조정은 건원중보(乾元重寶)와 같은 화폐를 유통시키려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했으며 조선시대에도 세종이 조선통보라는 화폐를 발행했으나 유통에 성공하지 못한다.
상평통보 이전에는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면포나 쌀 같은 현물에 있었다.

한 마디로 돈이란 것이 실생활에 널리 사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평통보는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등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명실공히 한국 최초의 돈(money)이었다.
대한제국은 1905년 일본의 주도로 화폐정리사업을 한다. 이때 최초의 지폐가 사용되면서 정부는 유통되던 모든 조선의 화폐를 회수한다. 조선 말에 발행한 백동화, 당백전, 당오전 등 다른 화폐는 회수가 잘 되는데 상평통보는 회수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상평통보의 원료인 구리 가격이 주화를 녹여서 팔아도 그 가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것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던 행위는 실물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현명함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엽전’이라는 말이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최초의 돈이 유통된 지 3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돈이 등장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이다.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은 화폐 자체의 정의를 상호 간의 약속으로 간주하고 이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체굴(mining)이라 부르는 컴퓨터의 연산 작업으로 코인을 얻을 수 있게 하였고 그 과정 자체가 시스템이 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다만 이 기술로 인해 발생되는 결과물인 디지털 정보를 코인이라 부르면서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논쟁의 중심에는 화폐를 발행하고 보증하는 주체의 존재 여부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 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폐는 정부가 보증하는 법정화폐뿐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지불준비를 위해 금이나 은 또는 쌀과 같은 현물을 보유하면서 그 가치를 유지시켰고 조정했으며 민간에서는 이를 신뢰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모든 과정에 개인이 참여할 뿐 정부나 기관이 관여하지 않는다. 지불 준비를 위해 현물을 보유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 이것을 과연 화폐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법정화폐는 고려 성종 15년(996년) 4월에 만들어진 건원중보(乾元重寶) 철전(鐵錢)이다. 신하들은 “우(禹) 임금은 9년간 장마와 탕(湯)임금은 7년간 가뭄이 있을 때에 역산(歷山), 장산(莊山)의 금을 모두 화폐로 만들어 백성들의 곤란을 구제하였다고 하며 주나라 때에 와서는 태공이 또 9부 원법을 제정하였다 하니 이것이 전화(錢貨)의 시초입니다” 라고 중국의 예를 들어 법정
화폐의 도입을 주장했다. 

국가와 백성을 위해 화폐를 만드는 권력이 군주에 있어야 한다는 ‘화권재상(貨權在上)’ 이념으
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지금까지 통용되는 논리며 그 시작이 동양에서도 기원전 2000년 이상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탄생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그 사태를 지켜보면서 연방준비은행이라는 중앙권력이 화폐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 정책을 펴는 것이 경제 불균형의 원인이라 보고 탈중앙화된 화폐를 기획했다. 사실 중앙이 독점하는 화폐는 그 주체의 신뢰성에 따라 가치 변동이 심할 수 있다. 
1차 대전 후의 독일이 그랬고 오늘날의 짐바브웨가 그렇다. 고려의 건원중보와 조선의 조선통보도 가치 보장이 허술하여 민간에서 사용하지 않아 폐기된 것이다. 

지금의 기축통화인 달러도 위기가 올 것으로 예언하는 경제학자도 있고, 지금의 화폐 시스템이 붕괴될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도 있다. 이러한 때에 맞추어 나타난 비트코인은 수천년간 이어진 통념을 무너뜨리는 시도이자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가 화폐를 민간이 만들고 유통시키려고 생각했는가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앞으로 이러한 혁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몰락할 수도 있고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다. 역사에서 힌트를 얻자면 아무리 강력한 법정화폐여도 민간에서 사용을 하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가치를 인정한다면 일제강점기의 상평통보처럼 엽전들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유통은 된다.

프랑스의 최고 지성 중 한명인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미래의 물결>에서 2050년 무렵에는 전통적 개념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이른바 하이퍼제국이 등장할 것이며 전 지구적 규모의 민주정부와 일체의 국지적 지역적 제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국가의 통제권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고 주체가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이미래에는 당연하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탈중앙화 시대에는 국가가 아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동장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크 아탈리는 우리나라의 미래도 낙관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 철옹성 같은 관료 계급의 개혁. 
둘째, 물류를 위한 해양 산업의 발전. 
셋째,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론가나 행정가가 아닌 혁신적인 ‘창조적 계급’의 육성.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관계 해결이다. 

이미 10년 전에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현재도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항들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래에도 엽전을 쓰는, 진짜 엽전들이 될지 아닐지 기로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대장동 항소 포기...대검예규, 선고형량 구형량의 1/2 미만 등이면 해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항소 포기가 관련 법규를 지킨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만 보면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가 위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57조(항소할 수 있는 판결)는 “제1심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선고한 것은 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항소할 수 있으며 지방법원 합의부가 선고한 것은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고, 제361조의5(항소이유)는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이유로 할 수 있다. 15.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형사소송법은 항소에 대한 피고인과 검찰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 것. 검찰의 항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대검찰청 예규인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구갑, 법제사법위원회, 성평등가족위원회, 4선)은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예규를 제시하며 대장동 항소 포기가 정당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 예규에 따르면 선고형량이 구형

경제

더보기
김종민 의원, 관세협상에 “지금은 버틸 때...도장 빨리 찍을수록 손해...미국 사정 여의치 않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특별자치시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3선, 사진)이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최대한 시간을 벌 것을 촉구했다. 김종민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지금은 서두를 때가 아니다”라며 “지금 상태로는 도장 빨리 찍을수록 손해다. 우리 사정이 어렵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미국도 사정이 여의치는 않다. 연방대법원 판결도 남아 있고 새로 당선된 뉴욕시장은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입장이 다르다”라며 “미국도 불확실성이 생겼다. 그럴수록 우리 협상력은 높아진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협상은 본질적으로 부담이 크다. 매년 200억 달러 투자 그중 150억 달러는 외환운용수익, 50억 달러는 정부 보증채로 충당한다는 구조다”라며 “그런데 외환운용수익이 작년에 90억 달러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것은 놀고 있는 돈이 아니다. 환율과 금리를 지탱하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그런데 200억 달러씩 10년을 내보내면 환율이 흔들리고 거시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생긴다”고 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