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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원스님의 소신공양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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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 분신자살(焚身自殺)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고비마다 강력한 저항의지를 표명하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군부 쿠데타가 아닌 평화적 정권교체가 당연시 될 정도로 민주화를 이루어낸 2017년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의 의사표현이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외친 스님의 절규


정원스님은 지난 1월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9일 숨을 거두었다. 3도 화상이 40% 이상, 2도 화상 70% 이상의 중상을 입은 상태로 사인은 화상으로 인한 다장기부전이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한일 군사협정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내란사범, 즉각 물러나라” “경찰은 내란 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경찰의 공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경찰은 해산하라.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등이 쓰인 쪽지가 발견됐다.


정원스님은 그간 일신의 안녕보다는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정원스님 분신항거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987년 6월 항쟁,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투쟁 등에 참여했으며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활동을 해오는 등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정원스님이 이러한 극단적 방법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권한이 정지되고 탄핵심판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변화되는 것 없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뻔뻔함과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가 남긴 간단한 쪽지에도 이러한 생각이 읽힌다.


“스님의 소신공양 어리석음 멈추게 할 것”


정원스님에 대한 영결식은 지난 1월14일 서울 도심에서 시민 사회장으로 열렸다. 이날 서울의 한낮 최고기온이 -4도를 기록하는 강추위 속에서도 시민사회와 불교계 관계자들은 정원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도철스님은 “정원스님이 모셨던 부처님은 민중이었다”며 “스님의 소신공양(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아집과 거짓, 어리석음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원스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빨리 탄핵을 결정하고 박 대통령은 구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박근혜 퇴진과 국민주권 수호 범불교시국회의도 “우리는 국민들이 행복한 세상을 염원한 정원스님의 뜻이 실현되길 간절히 바라며 더 이상 우리 곁의 소중한 생명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박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질적 성장 못이룬 대한민국 민주주의 비극 이어져


한국 전쟁이후 분신자살을 보면 전두환·노태우 시절에 제일 많았지만, 특이하게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에는 분신자살이 거의 없었다. 또한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까지 분신자살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분신자살이 결코 권위주의 정부의 폭압기에만 발생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창언 당시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원은 ‘분신자살의 구조와 메커니즘 연구’라는 논문에서 “정권의 폭압성은 극한적 저항자살의 필수조건이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분신자살의 경험적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지·문화적 요소와 자원이 폭압성보다 분신자살 감행에 다른 어떤 요인보다 더 크게 작용하게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그 예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분신자살로 기억되는 전태일의 죽음을 들었다. 1970년대 열악한 노동환경을 함께 경험했던 전태일 열사와 일반 노동자의 근본적 차이는 인지적 차이, 즉 자신이 부당한 상황에 처했다는 인식의 차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지·문화적 담론 형성을 촉진하는 연결망과 공간의 존재 또한 분신자살의 빈도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분신자살은 대체로 내부에 침잠되어 다른 사람과 단절된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향한 의미 있는 사회적 행위이며 소통을 지향하는 준비된 행위라는 특징을 갖는다.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경비원 이모(53)씨의 분신사건도 이같은 특징을 잘 보여준다. 당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비인격적 대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약까지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김길환 분회장은 “이곳 주민들은 평소 질타가 심하다. 분리수거 상태 등을 이유로 폭언과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5층에서 ‘경비, 이거 먹어’라며 빵을 던지기도 했다”며 “이씨의 분신 사건은 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비인격적인 취급을 받는 현실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소통 방법의 홍수, 정작 피드백은 없어


일부에서는 그간 정원스님의 정치성향을 트집 잡아 이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일례로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는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에는 어둠의 세력들을 지휘해온 지하정부가 있다. 대한민국에 분탕질하는 집단을 진두지휘하는 북한과 결탁한 지휘부가 있다는 것이다. 분신한 승려도 이들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인으로서의 정원스님의 분신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그 자체로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원스님의 소신공양은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한 것이고 저항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처음부터 자신의 행위가 불교계 소신공양이라는 것을 알고 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의도를 존중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강조했다.


과거 2010년 문수스님의 4대강 중단 소신공양도 이러한 측면이 강조됐다. 당시 조계종 포교원장 승려 혜총은 추모사에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뭇생명을 구하고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커다란 원력으로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거룩한 종교적 의식이었다. 일체중생을 한 몸으로 보는 큰 자비를 실천한 것이자 구제하려는 보살행”이라고 강조했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거와는 달리 양적으로, 정확히는 방법적론적 측면에서 다양한 SNS 등 소통 방법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소통 창구로의 외침이 생산적인 피드백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공허함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수많은 시민들이 직접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거니와 정원스님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한 결단의 이유라고 추정된다. 정원스님이 던진 물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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