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 오늘은 앵봉산이다. ‘코로나19’ 2.5 단계로 동기들과의 산행도 한주 쉬기로 하여 아침 일찍 삼송역으로 향한다. 앵봉산은 고양시와 은평구가 경계하는 산으로 고양시 쪽으로 서오능을 품고 있는 산이다. 삼송역에 내려 산으로 가는 도중 삼송동 공원의 목 없는 밥 할머니 석상이 눈에 들어온다. 밥 할머니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삼송의 부잣집 며느리로서 북한산성의 노적봉을 볏짚으로 덥고 창릉천의 물에 횟가루를 흘려 왜군에게 식량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군사를 도왔으며, 행주대첩에서는 여자들을 독려하여 행주치마에 돌을 날라 권율의 행주대첩을 이루어냈다는 여성 의병장의 이야기다. 이 여성 의병장을 밥 할머니라 부르며 석상을 만들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목 부분이 아쉽게 훼손되었다 한다. 지금은 고양 밥 할머니 보존 위원회도 있고 매년 제사도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앵봉산을 오르는 길은 40 초반 골프에 입문할 때 처음 왔던 123 골프장이다. 십여 년의 골프에 결국은, 연습은 적게 하고 잘 치고 싶다는, 치졸한 욕망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나의 탐욕의 갈증만을 남긴 체, 대범(?)하게 ‘재능 없음’으로 포장하고 포기했지만, 그 시절 골프에 대한
[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 오늘은 관악산이다. 3개월여만의 관악산 산행이다. “관악산 등반. 오후 1시 사당역 집합, 하산 후 뒤풀이 생략”. 카톡 통신에 들어온 금주의 산행 공지에 집에서도 멀어 선뜻 가고 싶진 않았지만, 코로나로 찌든 마음을 풀기에는 산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과,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의 갑갑함을 피해 한 시간여의 전철 길을 멀다 않고 나선다. 오랜만의 사당역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20대, 40대, 또는 우리 같은 60대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두 마스크를 썼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동료나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의 단계도 곧 2.5 단계로 상향될 것이라는 전망인데도 아직은 친구들과 만나고 접촉하고 함께 산행하는 것이 더 인간답게 느껴지는 거다. 그렇게 사당동 전철역 앞은 관악산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과 과히 다르지 않은 모습, 그러나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부에서는 비대면 접촉을 강조하지만, 비대면의 가상 세계는 과연 우리에게 이상적인가?. 신경 과학자들은 전자기기 중독이 인간 뇌의 신경 세포를 '재배선(rewiring)'하여 주의 집중 시간을 대폭 감소시키고 수면의 질을
[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 오늘은 형제봉이다. 큰딸의 결혼식 준비로 시간이 맞지 않아 몇 주 산행을 혼자 하다가, 지난주에 결혼식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구들과의 산행을 위해 국민대로 향한다. 큰딸의 결혼식을 9월로 잡았으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되는 바람에 11월로 변경했는데, 또다시 코로나의 기승으로 지난주에 거리두기 1단계에서 1.5 단계로 강화되어 심적으로 조마조마하던 차에,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2.0단계로 상향 조정한다는 소식에 얼마나 가슴을 쓸며 안도했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팬데믹의 기원은 1918년의 스페인독감에서 찾을 수 있다. 스페인독감은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 H1N1 바이러스와 비슷해 당시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3분의 1에 달하는 약 5억 명이 감염됐다. 이 때문에 스페인독감은 ‘팬데믹의 어머니’로 불리며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죽은 사람이 1500만 명 정도였는데 비해, 스페인독감으로 1700만~5000만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 일을 계기로 독감 예방 접종 문화가 시작되었다 한다. 국민대에서 5명이 모여 북악 공원 지킴 터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영불사 길로 향
[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 오늘은 고봉산이다. 오늘 오후의 가족 행사로 친구들과의 산행에 빠지게 되어 가까운 고봉산 산행으로 대체하려고 아침 일찍 중산동행 버스를 탔다. 고양시 일대에서는 고봉산이 제일 높아 예부터 그 일대가 한뫼 마을로 불리던 곳이 일제 강점기에 일산으로 개명되어 지금은 구 일산이 되고, 한강 변에는 일산 신도시가 생겼다. 일산 신도시 이후, 고봉산 자락에는 중산지구와 탄현지구가 개발되며 고봉산이 아파트로 둘러싸이게 됐다. 안곡초등학교 앞에서 버스를 내려 안곡 습지 공원을 들렀다. 고봉산 기슭의 안곡 습지는 아파트 단지 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일산 주민들의 노력으로 습지 공원으로 지정되어 개구리와 습지 생물들이 잘 자란다고 하며 습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 습지에는 아침의 뿌연 안개가 살포시 피어오르고 있고, 억새 숲 사이에는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으로 정겨웠다. 습지를 지나 고봉산으로 오르는 산길을 간다. 산길은 작은 오솔길로 나무들이 잎을 떨어내며 나목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무가 나목으로 있는 시절은 또 얼마나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는 걸까. 나목은 흡사 스님이 동안거에 들어가는 비장함이 서린다. 지허 스님의 ‘선방일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안산(鞍山) 자락길이다. 산의 정상이 말안장 같이 생겼다 해서 안산이라 한다. 한때는 무악으로도 불리며 이성계가 한양 천도를 계획할 때 풍수지리에 능한 하륜의 주장을 받아들여 안산을 주산으로 삼는 신촌 일대를 검토했으나, 정도전과 서운관원들의 반대로 백악산을 주산으로 삼는 한양 천도가 결정되었다. 그리하여 조선 초기에는 연희궁을 지어 경복궁의 이궁으로 태종과 세종이 사용했으나, 안산에는 독충과 독사가 많다는 신하들의 염려로 이궁(離宮)에 자주 갈 수 없었다 한다. 지금은 지자체의 노력으로 도심 속 공원으로 서울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약속 장소인 독립문역 앞에 모여 인사를 나눈 후,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느끼며 언제나처럼 한성과학고 옆길을 통해 안산 자락길의 데크 길로 오른다. 데크 길로 올라서니 벌써 눈 아래 서대문 역사박물관이 보이고 독립문 공원의 가을 전경이 활짝 펼쳐진다. 옛 서대문 형무소 자리의 역사박물관의 아픈 역사를 애써 떨쳐내며 가을 숲속의 편한 데크 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한다. 눈앞의 인왕산도 가을빛이 깊다. 인왕산을 바라보다 좀 더 먼 북한산 문수봉과 보현봉이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덕양산이다. 어제는 모처럼 부부동반의 남산 가을 산책을 다녀오느라 친구들과의 산행에 불참, 아침에 고양시의 유서 깊은 덕양산으로 향한다. 고양은 고봉산과 덕양산의 두 글자를 따서 불리는 곳으로 조선 초기부터 고양이라 불린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화정마을에서 서정마을의 성사천을 지나 강매교를 건너 바로 봉대산으로 오른다. 성사천까지의 아파트와 공원, 가로수는 빨갛고 노란, 여러 가지 초록과 어울린 아주 알록달록 아름다운 단풍의 자취가 절정이다. 그러나 산길로 접어들며 낙엽은 화려한 색감을 잃고 칙칙한 느낌을 주며 원시 자연이라는 느낌이 물씬하다. 밤부터 조금씩 내린 가랑비에 산길이 촉촉이 젖어 호젓한 산길에 운무가 조금씩 피고 운치가 있다. 능선을 따라 가을 낙엽을 밟고 오르는 길 또한 사람이 없고 한적하다. 길가의 풀들도 이젠 시들하니 겨울 채비를 하는 듯하다. 아침 숲속의 새들 지저귐을 듣는 사이 어느새 오른 봉대산 정상의 정자에서는 한강과 덕양산이 한눈에 보인다. 봉대산은 이곳에 봉수대가 있던 자리로, 이곳에서 인왕산 옆 안산 봉수대로 봉수를 올리던 통신상의 중요 거점이었다 한다. 탁 트인 시야의 한강 곁에 불쑥 솟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형제봉이다. 약속 장소인 국민대 입구에는 벌써 예정 인원이 다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언제나처럼 북악 공원 지킴 터 옆 공터에서 산행모임 회장의 시범과 함께 몸 풀기 체조를 한 후 왕녕사로 향한다. 오르는 숲길 옆의 왕녕사 처마의 풍경은 지나가는 가을바람에 청명한 소리를 내고 어디 사람의 그림자 없는 산속 노란 가을 잎으로 둘러싸인 호젓한 산길이다. 찻길에서 10분만 벗어나도 이런 별천지를 만나는 행운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북한산이 주는 멋진 매력이다. 그 매력에 반해 형제봉을 오르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돌아보면 동기들의 건강을 생각한 의사 친구가 주도하여 만들어 이어온 지 10년의 토요 등산 모임. 형제봉 고갯길을 오르면서 10년의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이곳은 어떤 친구가 좋아하던 곳, 이곳은 또 다른 친구가 힘들어하던 곳, 곳곳에 옛날의 친구들이 얼굴을 빙긋이 내밀며 반기는 것도 같다. 마지막 깔딱 고개를 지나 형제봉 능선에 오르니 맑은 하늘이지만 가을바람이 드세다. 그곳에서의 서울 풍경도 볼만 하지만 세찬 바람을 피해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이번 주말은 개인적 약속이 있어 매주 산행 모임에 불참, 산행 칼럼을 위해 혼자 일요일 아침 일찍 삼송역으로 향했다. 칼럼을 시작할 때는 매주 가는 산행 모임이 있어 가볍게 생각했는데 토요일 약속이 있으면 산행에 빠지게 되고 칼럼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려 한다. 칼럼을 쓰는 것도 의무로 느껴지면 노동이 되는 건데 아직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노고산’으로 향한다. 삼송역도 최근 매우 많이 변했다. 고층 오피스텔과 대형 유통업체들의 입주로 신도시 아파트의 형태를 완성해 가고 있는 중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삼송리는 오래된 소나무가 3그루 있던 곳으로 옛날 조선의 왕족이 의주 대로를 통해 서삼릉에 행차할 때, 소나무 3그루가 보이면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는 유래로 삼송리라 한다. 삼송역에서 바로 산길의 여석정(礪石亭)으로 오르니 사방이 한눈에 돌아온다. 여석(礪石)은 숫돌이라는 말로,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 장군이 한양을 서둘러 회복하려다 오히려 왜의 매복에 벽제지역에서 대패하고 다시 공격하기 전에 숫돌고개에서 칼을 갈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이 숫돌 고개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세웠다. 여석정을 지나니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사패산이다. '사패산'이란 명칭은 조선조 선조의 6째 딸 정휘 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을 가면서 임금이 하사한 땅이라 해서 붙여진 것으로, 이 일대는 오랫동안 군사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다 풀려, 보기 드물게 원시림이 잘 보존되고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맨 북쪽 산이다. 추분이 지나 짧아진 낮 길이를 생각하여, 1시에 회룡역에 집합한 일행은 회룡교로 향한다. 회룡역 주변의 상전벽해(桑田碧海)한 듯한 변화에 눈을 돌리며 번화한 거리를 지나, 회룡교를 지나면서는 도시의 자취는 희미하고 시골 개울가 길을 따르는 듯, 한적한 가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오르는 길가의 목공예방 주변에는 구절초와 개미취, 이름 모를 들풀들이 제철 만난 듯 그 자태를 뽐내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은 한가로이 사진을 찍으며 휴일의 화창함을 즐기고 있다. 회룡사로 향하는 콘크리트 길옆의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며 시원한 물소리를 들려주니 약간 가파른 고갯길도 그런대로 오를 만하다. 회룡사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태조 이성계와 밀접한 무학대사가 이 절에 머물 때, 함흥차사를 만들던 이태조가 한양에 돌아오며 무학대사를 만나러 들른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10월 3일)은 추석 연휴 사이에 낀 토요일이라 연휴의 나른함도 해소할 겸 가벼운 산행을 위해 인왕산과 안산 자락길로 정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 한 친구의 코로나 집회에 대한 우려가 카톡에 회자 되어, 경복궁역 1번 출구 집합이 독립문역 3번 출구 집합으로 변경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철을 타고 가다 보니 개천절 집회에 대한 정부의 방침으로 경복궁역은 무정차 통과를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역시나 그 친구의 우려대로 집합 장소를 변경하길 잘한 것 같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한 우리는 사직동 성곽길을 따라 수성동 쪽으로 길을 잡는다. 도로 옆에는 금분을 입은 인왕산 호랑이상이 생뚱맞게 서 있다. 생뚱맞다는 생각을 들켰는지 지나가는 아저씨가 저 호랑이는 민화처럼 우스꽝스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섭지도 않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거든다. 그렇게 인왕산 호랑이는 담배 먹던 시절부터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었구나. 인왕산은 정선과 이병연의 한평생의 우정을 간직하고 있는 인왕제색도를 떠올리게 해 더욱 애착이 간다. 이병연이 금강산 입구의 고을 수령으로 있을 때, 정선이 금강산 그림을 그리는 편의를 봐주기도 하고,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자주 가는 북한산이다. 2시에 만나는 특수성과, 추분 이후 짧아지는 낮 길이도 고려하였지만, 초가을의 전형적인 화창함을 참을 수 없어, 조금은 더 북한산을 즐기고자 ‘짧은 시간의 긴 코스’로 정했다. 초기의 완만함도 즐기며 북한산이 주는 능선길 전경의 시원함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홍제동 자락 길이다. 오늘의 참가 인원은 늘 같이하는 친구들. 7~8명의 산행이다.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참여하는 열린 등산 모임이기를 바라지만, 바램과는 달리 보푸라기와 같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원이 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하며 기대해 본다. 오후 2시의 홍제역은 번잡하다. 전철역 앞에 오니, 오늘이 생일인 등산 모임의 회장은 벌써 옛날 통닭 3마리를 포장하며 산행의 기대를 부풀게 한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홍제 자락길로 이동을 시작한다. 일주일마다 거의 같은 얼굴이 만나지만 할 이야기는 왜 이리 많은지, 늙은 꼰대급 들이지만 재잘 조잘거리며 산길로 향한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도시의 길을 벗어나 산길을 들어서면 또 다른 세상이다. 파란 하늘에 어울리는 초록들의 몸짓, 한 달 전에 지난 이 길이면서도 또 다른 모습이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대모산이다. 코로나19의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금주 월요일부터 2.0단계로 낮아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더 이상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없는 정부의 고민 때문이리라. 강화된 2.5 단계 거리 두기에서는, 그동안의 산행에서 뒤풀이 없는 산행을 하였지만, 뒤풀이 없는 산행은 ‘팥소 없는 찐빵’ 같아서 구수하긴 하지만 팥소의 달콤함이 없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고교 동창의 아들이 장가가는 날이라 가볍게 등산을 하고, 결혼식에 맞춰 삼성동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동창들도 볼 겸 산행 뒤풀이도 겸해서 자연스레 대모산으로 정했다. 수서역 6번 출구에서 일행이 모두 모이자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산인데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등산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대모산과 구룡산으로 향하는 코스는 그리 가파르지 않아, 어르신이나 초보 등산객들이 오르기에 적당한 코스 같았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행은 숲이 주는 매력, 초가을 오후의 다양한 초록 잎에 떨어지는 햇볕의 반짝거림과 흰 구름 떠가는 파란 하늘, 그리고 땀 날 만하면 살랑대고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
오늘은 청계산이다. 집합장소인 신분당선 청계역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임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산으로 가는 이유가 많이 있지만 그중 제일인 건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청계산으로 가는 전철의 앞자리에 앉은 3, 4살 정도 여자아이의 표정과 행동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따스한 무언가가 주위를 감싸는 듯하다. 그 아이가 나를 향해 웃어 준 것도, 어떤 제스쳐를 취한 것도 아닌데, 난 왜 미소를 지었을까. 사실 우리가 사는 동안, 습관적인 것에, 일상적인 것에, 아름다움에, 또는 당연함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일상의 사소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새삼 새롭게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청계산 역에 도착한다. 청계산 역 밖에는 일기예보에는 2시쯤 그친다던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금주 산행을 청계산으로 하자고 강력히 주장한 친구로부터 조금 늦으니 먼저 출발하라는 연락이 왔다. 그 친구를 제외하고 예정된 인원이 모두 모이자 우리는 우산과 우비를 입고 원터골로 이동한다. 청계산은 조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