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03 (수)

  • 맑음동두천 -8.9℃
  • 맑음강릉 -4.0℃
  • 맑음서울 -7.4℃
  • 구름조금대전 -5.0℃
  • 흐림대구 -1.1℃
  • 구름많음울산 -0.2℃
  • 구름조금광주 0.5℃
  • 흐림부산 1.1℃
  • 흐림고창 -1.5℃
  • 제주 7.2℃
  • 맑음강화 -7.5℃
  • 구름많음보은 -5.2℃
  • 흐림금산 -4.0℃
  • 흐림강진군 1.1℃
  • 흐림경주시 -0.9℃
  • 구름많음거제 2.6℃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⑧ - 덕양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덕양산이다. 어제는 모처럼 부부동반의 남산 가을 산책을 다녀오느라 친구들과의 산행에 불참, 아침에 고양시의 유서 깊은 덕양산으로 향한다. 고양은 고봉산과 덕양산의 두 글자를 따서 불리는 곳으로 조선 초기부터 고양이라 불린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화정마을에서 서정마을의 성사천을 지나 강매교를 건너 바로 봉대산으로 오른다. 성사천까지의 아파트와 공원, 가로수는 빨갛고 노란, 여러 가지 초록과 어울린 아주 알록달록 아름다운 단풍의 자취가 절정이다. 


그러나 산길로 접어들며 낙엽은 화려한 색감을 잃고 칙칙한 느낌을 주며 원시 자연이라는 느낌이 물씬하다. 밤부터 조금씩 내린 가랑비에 산길이 촉촉이 젖어 호젓한 산길에 운무가 조금씩 피고 운치가 있다. 능선을 따라 가을 낙엽을 밟고 오르는 길 또한 사람이 없고 한적하다. 길가의 풀들도 이젠 시들하니 겨울 채비를 하는 듯하다.


아침 숲속의 새들 지저귐을 듣는 사이 어느새 오른 봉대산 정상의 정자에서는 한강과 덕양산이 한눈에 보인다.
봉대산은 이곳에 봉수대가 있던 자리로, 이곳에서 인왕산 옆 안산 봉수대로 봉수를 올리던 통신상의 중요 거점이었다 한다.

 

탁 트인 시야의 한강 곁에 불쑥 솟은 덕양산 일대는 삼국시대에 백제를 중심으로 한 전장 터로 유명하며 조선 시대에도 권율도원수가 이끄는 2,300의 조선군과 3만의 왜군이 전투를 벌인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현재 산 정상에는 이 대첩을 기리기 위한 행주대첩비가 우뚝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덕양산으로 가기 위해 제2 자유로를 지나, 창릉천 변에 이르면 강매 석교가 나타난다. 조선의 물류 이동은 강을 따라 이루어졌고, 이 근처에 해포라는 큰 포구가 있어 물류의 이동이 많았음을 추정케 한다. 


북한산에서 발원한 창릉천 변은 올해의 홍수로 매년 코스모스 축제를 열던 코스모스밭이 엉망이 되어 다시 조경공사를 하고 있다. 깔끔한 공원 관리가 고양시민의 자연 관리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강과 창릉천이 만나는 곳은 자유로와 방화대교를 지나는 자동차의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로 귀가 어지러웠다. 


그러나 강변의 자전거 길은 매니아들의 천국으로 이곳에서 구리까지 한강 변을 달릴 수 있어 많은 무리의 자전거 그룹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강과 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자전거들, 그림이 따로 없는 한 폭의 수채화다.

 

드디어 덕양산 밑에서 행주산성의 고양시 역사 누리길로 오른다. 계단을 올라 다다른 곳은 정상의 행주대첩비. 선조 때 임진왜란의 행주대첩은 모두 잘 아는 이야기이니 생략하고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노비에서 포도대장에 이른 정 충신 장군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정 충신은 전라감영의 노비로 17세에 권율의 휘하에 들어가 종군하였다. 나이는 어렸지만 민첩하고 영리하여 권율의 신임을 받았으며 적지를 정찰하고 연락책으로 활동하였다. 

 

권율의 장계를 가지고 의주에 갔다가 이항복의 주선으로 학문을 배우게 되면서 무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항복이 그에게 충신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선조 임금은 정 충신을 노비에서 면천을 시켜주었다. 정 충신은 이항복의 집에 머물면서 학업을 익혔고 그해 무과에 병과로 급제하였다.


1624년 ‘이괄의 난’이 일어났을 때, 평안도 병마절도사 ‘이괄’은 1만 2천 명의 대병력으로 밀고 내려와서 한양까지 점령했다. 원래 이 괄과 정 충신 장군은 친한 사이였지만 임무에 강직한 충무공 정 충신은 한양까지 이 괄을 추격, 겨우 2천 명의 병사로 이괄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여러 야사를 보면, 어린 날 거둬들인 권율을 아버지처럼 여겼으며, 학문으로 인도한 이항복이 유배지에서 중풍에 걸렸을 때는 유배지에서 함께 생활하며 돌봐줬고, 또한 이괄의 난에서 공을 세우고도 썩은 대신들 때문에 밀려난 그를 챙겨준 ‘장만’ 장군을 끝까지 보필한, 은혜를 기억할 줄 알고 스스로 겸손할 줄 아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조선 시대 신분제도에서 보기 드문 일로, 권율의 사위이고 이항복의 동서이기도 한 명장으로 그의 군호를 따서 광주의 ‘금남로’ 명칭도 생겼다. 


대첩비가 있는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덕양산 기슭의 산길을 따라 한강 변을 걷는다. 전에 없던 데크 길로 걷기도 편하여 한강의 강물을 바라보며 세월의 변화를 또 한번 느낀다. 400 년 전 그 세월은 물류의 수송이 대부분 강을 통해 이루어졌으니 행주 나루도 무척이나 번성했을 터이고 이 주변의 마을도 많은 사람이 모였을 것이나, 세월이 가면 또 사람도 흩어지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새삼 새롭게 느낀다.


그 시절 살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래도 행주산성 옆의 한강은 도도히 검푸른 물결로 흘러가고 있다. 세월은 어쩌면 한강처럼 그렇게 무심히 흘러가는지도 모른다.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울려 역사가 되고, 의미가 되고, 신화가 되고, 꽃이 되고, 또 그렇게 삶이 되는 거다. 가을비 오는 한강 가의 데크 산책길은 쓸쓸한 듯 하지만 역사 속 이름 모를 인물들과 함께 하는 듯한 착각 속에 홀로 따스한 감정으로 포근하다. 


그러면서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울려 살아야 함에도 왜 이리 편을 나누고 다투고 싸워야 하는지.
우리 사회의 갈등은 매우 다양하며, 모든 갈등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같기를 바라는 데서 비롯된다. 같지 않으면 다름인데 틀림으로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너무 강하게 내고 있다. 


상대방이 외모뿐만 아니라, 생각도 나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갈등도 해소되고 다양하고 조화로운 사회가 될 것 같은데 알면서 못하는 게 또한 인간인 것 같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가슴으로는 감정적이 되는 것은 심장이 너무 뜨거워서일까?

 


덕양산을 안고 도니 행주대교 밑 행주 나루터의 고양 역사공원이 나온다. 세월과 함께 강물에 실려 흘러간 많은 이야기와 사연들을 어찌 담지 못하여 공원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세월의 의미가 깃들어 있는 듯한 정돈된 모습이다. 그 옛날의 행주 나루터도 꽤 번창한 나루였을 것이니. 


공원 한구석에는 ‘이 가순’ 공덕비도 있다. 일제 강점기 한강의 범람을 피해 강둑을 만들어 물 공급이 어려운 시절, 사재를 털어 펌프장을 만들어 고양뿐만 아니라 파주까지 물길을 내어 농민을 도운 어른의 공덕을 기린 것이라 한다. 지금은 수자원 공사가 펌프장을 맡아 아직까지 수로를 통해 물길을 공급하고 있으니 거의 100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그 어려운 시절에도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여 자신의 재산을 털어 펌프장을 만들고 수로를 만든 이름 없는 민초를 기억하고 기리는 것도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 이리라. 


오늘 산행은 역사의 인물들이 살아온 세상이 어떤 이념이라 사상이 아니라, 봄이 되고 날이 따스하면 그저 피었다 지는 잡초와 같이 민초들로 가득한 세월을 보는 듯하여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_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모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용혜인·한창민 등,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제한 개정안 폐기 촉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비례대표, 정무위원회, 초선) 등이 대통령 집무실 100미터 이내 집회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집시법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용혜인 의원과 한창민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은 2일 국회에서 이를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해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등의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집회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과 한창민 의원 등은 “이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는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된다”며 “이는 누구나 평화적 집회를 개최할 수 있고 집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헌법정신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집시법 개정안대로라면 지난해 계엄과 내란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모였던 수많은 시민들 모두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5·18민주화운동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보상금 지급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개최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5·18민주화운동'이란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을 말한다. 2. ’관련자‘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제4조에 따른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에서 심의·결정된 사람을 말한다. 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고, 제4조(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제1항은 ”이 법에 따른 관련자와 그 유족에 대한 사실 심사와 그 밖의 보상 등의 심의·결정을 위하여 광주광역시에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5조(보상금)제1항은 “관련자 또는 그 유족에게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문화

더보기
1950~1980년대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시대의 서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소설 ‘옹달샘’을 펴냈다. ‘옹달샘’은 전쟁 이후의 혼란과 가난 속에서도 굳건하게 이어져온 농촌 공동체의 정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정겹고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1950~1980년대라는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옹달샘’은 한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편 서사다. 마을 사람들의 삶의 중심에 자리한 ‘옹달샘’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흐르는 생명력과 공동체의 기억을 품은 상징으로 등장한다. 샘가에서 오가던 소문, 사랑, 갈등, 화해의 이야기는 한 시대의 변화를 고스란히 비추며 독자로 하여금 그 시절의 공기를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김종섭 작가는 농촌의 사투리와 토속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을의 생동감을 살렸다. 이는 단순한 배경 묘사를 넘어 인물들의 감정과 삶의 결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독자들은 마치 그 시대에 존재했던 한 마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잊혀 가는 옛 시골의 풍경이 작품 안에서 다시 숨을 불어넣듯 되살아난다. 이러한 묘사는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점점 희미해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