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08 (목)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⑩ - 고봉산

URL복사

 

[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  오늘은 고봉산이다. 오늘 오후의 가족 행사로 친구들과의 산행에 빠지게 되어 가까운 고봉산 산행으로 대체하려고 아침 일찍 중산동행 버스를 탔다. 고양시 일대에서는 고봉산이 제일 높아 예부터 그 일대가 한뫼 마을로 불리던 곳이 일제 강점기에 일산으로 개명되어 지금은 구 일산이 되고, 한강 변에는 일산 신도시가 생겼다. 


일산 신도시 이후, 고봉산 자락에는 중산지구와 탄현지구가 개발되며 고봉산이 아파트로 둘러싸이게 됐다. 
안곡초등학교 앞에서 버스를 내려 안곡 습지 공원을 들렀다. 고봉산 기슭의 안곡 습지는 아파트 단지 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일산 주민들의 노력으로 습지 공원으로 지정되어 개구리와 습지 생물들이 잘 자란다고 하며 습지도 잘 보존되고 있다. 


습지에는 아침의 뿌연 안개가 살포시 피어오르고 있고, 억새 숲 사이에는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으로 정겨웠다. 
습지를 지나 고봉산으로 오르는 산길을 간다. 산길은 작은 오솔길로 나무들이 잎을 떨어내며 나목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무가 나목으로 있는 시절은 또 얼마나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는 걸까. 나목은 흡사 스님이 동안거에 들어가는 비장함이 서린다. 


지허 스님의 ‘선방일기(禪房日記)’에 의하면, “선(禪)은 인위적인 일체의 잡다한 형식을 무시하고 관계를 단절하며 심지어는 불경까지를 외면한 채 오직 화두에 의한 선리참구(禪理參究)만을 목적으로 한다”지 않는가. 한해를 마감하는 길목에서, 나 또한 나목의 마음으로 무엇을 화두로 인생의 의미를 참구(參究)해야 하나. 안곡 습지의 안내판에는, 오르는 길옆에 장희빈 친정 묘역이 있다고 해 산길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아래는 커다란 신도비가 있고, 신도비 위로 눈에 보이는 묘역 위에 곡장을 두른 당당한 무덤이 옥산 부원군 장형의 무덤이다. 한옆으로는 장희빈의 위세로 한 시대를 주름잡던 장희재의 무덤도 있다. 장희재는 제주에서 부관참시를 당해 시신이 없는 묘라 한다. 


이 묘역은 은평구에 있던 것을 1974년에 이곳으로 이장했다 한다. 
숙종 시대의 노론과 남인의 정치 파동이 얼마나 격동적이었는지는 장희빈의 생애가 잘 알려주고 있듯이, 숙종 재위 46년 동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권 세력과의 권력 투쟁에 몰두했다. 숙종이 즉위할 당시,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서인 세력은 군왕보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오른 숙종이 김석주를 비롯한 척신 세력에 의지하여 내내 환국 정치로 몰아넣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숙종의 역사는 신하와의 권력 싸움으로만 보여 아쉽다.


어딜 가던 역사를 안고 있는 산은 그래서 인문학의 향기도 있는 듯하여 더욱 애착이 간다. 
고양시는 특히 역사적 인물들이 많은데, 이는 당시 ‘성저십리(城底十里)’는 한성판윤이 관장하는 지역으로, 한양 10리 안에는 묘를 쓸 수가 없었기에, 10리 밖의 고양시 쪽에 특히 묘역이 많다고 한다. 묘역을 지나 정상을 향하니 정상은 출입 통제 구역이다. 군부대에 수용당한 정상은 커다란 철탑이 우뚝 솟아있어, 그 옆의 산길을 돌아 ‘영천사’로 향한다. 


‘영천사’의 작은 절 앞마당에는 스님이 나와 인사를 하고, 벼랑 밑 담장에는 늦가을 장미가 피어나 있다. 아침부터 오르는 주민들과의 인사가 일상의 일인 듯, 산 능선의 절 풍경은 또 그렇게 가을을 드리우고 있다. 


내려오는 숲길은 솔밭이다. 우리나라 숲이 예전에는 7할 이상이 소나무였다던데, 김훈 선생의 ‘흑산’이란 소설을 보면 조선 시대에는 고을 수령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소나무 관리를 시키고 세금도 부과하여, 수탈에 찌든 주민들이 작은 소나무 묘목이 올라오면 몰래 뽑아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나라에서는 소나무를 귀하게 여겼던 것 같다. 


고도 202m의 큰 산이건만, 정상을 못 오르고 내려오니 짧았다. 안내판에는 그래도 고봉산 숲길을 따라 약 2시간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고봉산 삼거리에 내려오니 길가에 금정굴 위령제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10월 15일에 있었다던 위령제. 고봉산 삼거리의 앞산인 황룡 산을 잠깐 오르니 금정굴 안내판이 나오고 천막이 보인다. 천막 안으로 굴 입구가 철제문으로 막혀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금정굴 사건은 1950년 10월 9일부터 약 20일간 고양경찰서의 지휘 아래 경찰과 우익단체 회원들이 200여 명의 북한군 부역 혐의자와 그 가족 등을 재판 없이 집단 살해한 뒤, 폐광인 금정굴에 매장한 사건을 말한다. 


그 가족들은 빨갱이라는 누명 속에 40여 년을 숨죽이며 살다가 이제 서야 공론화를 시작한 이념 전쟁의 상처다. 그 아픈 기록들이 금정굴 앞 안내판에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40여 년을 조용히 있다가 왜 이제야 나서냐고 하면 안 된다. 그 사람들은 그만큼 시린 세월을 살고 이제야 용기를 낼 만큼 아직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혹독했다.


소설가 김훈 선생은 그의 ‘라면을 끓이며’라는 수필에서 “생명과 죽음은 추상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 불가능하고 대체 불가능한 일회적 존재의 영원한 소멸이다. 그래서 한 개인의 횡사는 세계 전체의 무너짐과 맞먹는 것이고, 이 개별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체제가 전체주의다.”라며 개별성을 강조했다. 


그 세계 전체의 무너짐과 맞먹는 개인적 죽음이 어찌 일반적 죽음으로 뭉뚱그려 이념의 죽음으로 묶어버릴 수 있는가.


일본 동경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강상중 교수의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이란 책에는 “역사는 승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면서 죽은 사람들을 복원해야 한다. 역사의 묘지에 버려진 사람들을 되살려 이어  붙일 때,  비로소 내 부모가 살아간 역사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국가의 폭력성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국가라는 이름의 이념 폭력이 횡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세대에는 예전에 걸리지 않던 자가 면역성 질병, 즉 아토피, 알러지, 류마치스성 관절염, 크론병 등등, 이 많다고 한다. 이는 세균에 대한 위생이 너무 철저해, 면역의 지나친 활성화로 자기 세포를 공격하여 일어난다고 한다. 나쁘다고 생각했던 세균 중에 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아주 일부라 한다. 


우리 몸도 ‘면역 관용’이 있어 세균과 타협한다는데, 이념도 적당한 선에서의 ‘관용’을 보여줄 수는 없는가. 이념의 상처에 침묵하는 세상에도, 금정굴의 숲에는 햇살이 빛나고 산새는 지저귄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파키스탄 "인도, 카슈미르 수력발전 댐 공격"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파키스탄과 인도 양국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인도가 파키스탄의 중요한 수자원 인프라를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인도가 자국의 댐을 무력공격 표적으로 삼았다고 7일(현지 시간) 외신이 밝혔다. 파키스탄 매체인 사마(SAMAA) TV, 데일리쿠드라트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군 홍보기관인 ISPR의 대변인 아흐메드 샤리프 초드리 중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가 전날 밤 인더스강 지류이자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닐럼강 소재 닐럼-젤럼 수력발전소, 특히 발전소의 핵심인 노세리댐을 목표 삼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댐의 구조적인 손상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초드리 중장은 인도가 파키스탄의 중요한 수자원 인프라를 공격 목표로 삼으려는 시도가 국제 협약 등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인도 전투기 5기 격추 사실을 밝히며 "우리 군은 짧은 시간 내 적절한 대응을 했다. 파키스탄 공군은 인도 항공기의우리 영토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스스로 방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휴양

정치

더보기
김문수 "당 지도부, 강제 후보 단일화 손 떼라...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 지도부는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강제 단일화는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문수 대선후보는 8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 로드맵'을 추진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며 "현시점부터 당 지도부의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 그리고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움의 전선으로 나가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를 보면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날 지도부가 제안한 한 예비후보와의 양자 토론회에 대해서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김문수 후보 ‘내가 나서면 대선 이길수 있다’는 착각인가? 단순 몽니인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이 ‘단순 갈등’수준을 넘어 ‘꼴볼견’ ‘가관’ ‘x판 오분전’이다. 지난 3일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되면서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는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다. 왜냐하면 김 후보가 세 차례나 치러진 국힘 경선에서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을지문덕’이라며 자신이 후보가 되면 한 후보와 단일화 하겠다는 것을 수차례 밝혔기 때문에 한 후보를 지지하는 국힘당원들이나 중도층이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해 최종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여측이심(如廁二心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으로 김 후보 측이 갑자기 단일화에 몽니를 부리면서 단일화 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물론 김 후보 측의 몽니에는 이유가 있었다. 본인이 국힘 후보인데 국힘 지도부는 한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 전략을 짜고 있고, 본인이 추천한 사무총장(장동혁) 임명을 무시하는 등 선거와 관련한 당무(黨務 당의 사무나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당연히 ‘이건 아니지’라는 꼬라지가 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 지도부와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