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15 (목)

  • 구름많음동두천 0.6℃
  • 맑음강릉 3.0℃
  • 흐림서울 2.7℃
  • 흐림대전 9.3℃
  • 구름많음대구 1.0℃
  • 울산 8.1℃
  • 흐림광주 9.0℃
  • 흐림부산 10.9℃
  • 구름많음고창 11.9℃
  • 구름많음제주 15.2℃
  • 구름많음강화 0.5℃
  • 흐림보은 1.5℃
  • 구름많음금산 12.3℃
  • 흐림강진군 5.9℃
  • 구름많음경주시 -1.0℃
  • 구름많음거제 7.3℃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⑬ - 앵봉산

URL복사

 

[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  오늘은 앵봉산이다. 
‘코로나19’ 2.5 단계로 동기들과의 산행도 한주 쉬기로 하여 아침 일찍 삼송역으로 향한다.


앵봉산은 고양시와 은평구가 경계하는 산으로 고양시 쪽으로 서오능을 품고 있는 산이다.
삼송역에 내려 산으로 가는 도중 삼송동 공원의 목 없는 밥 할머니 석상이 눈에 들어온다. 밥 할머니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삼송의 부잣집 며느리로서 북한산성의 노적봉을 볏짚으로 덥고 창릉천의 물에 횟가루를 흘려 왜군에게 식량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며 군사를 도왔으며, 행주대첩에서는 여자들을 독려하여 행주치마에 돌을 날라 권율의 행주대첩을 이루어냈다는 여성 의병장의 이야기다.

 

이 여성 의병장을 밥 할머니라 부르며 석상을 만들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목 부분이 아쉽게 훼손되었다 한다. 지금은 고양 밥 할머니 보존 위원회도 있고 매년 제사도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앵봉산을 오르는 길은 40 초반 골프에 입문할 때 처음 왔던 123  골프장이다. 십여 년의 골프에 결국은, 연습은 적게 하고  잘 치고 싶다는, 치졸한 욕망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나의 탐욕의 갈증만을 남긴 체, 대범(?)하게 ‘재능 없음’으로 포장하고 포기했지만, 그 시절 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불타던 시간이  있었음이 생각나 빙긋이 미소가 인다.


가파르게 오른 앵봉산 헬기장에서는 지축과 삼송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이 도시화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 이곳부터는 나목들이 떨어낸 수북한 낙엽 위에 나무들이 서 있다. 나목을 보고 있노라니 미래에셋의 은퇴 연구소 소장 김경록의 <벌거벗을 용기>라는 책의 구절이 생각난다. 


“삶의 마지막 숨결에서 인간은 몸통과 가지마저 벗어버린 자신의 벌거숭이 모습을 마주합니다. 아마 영혼과 같은 삶의 뿌리를 보게 될지 모릅니다. 사람은 벌거벗은 채 태어나 마지막에 벌거벗은 자신을 성찰하게 됩니다”.​​ 


은퇴 후의 삶은 사회적 지위와 명성도 다 내려놓고 벌거벗은 나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늠름한 상수리 나목을 비유한 작가의 발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풍광이다.


혼자서 하는 산행은 자연히 상념에 젖기 마련이다. 이만큼 살아온 날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란 무엇인가?


살아보니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그 차이가 불교에서는 삼천세계가 넘는 어마어마한 세상이 있다는 말도, 뇌 과학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저마다의 인식과 경험을 통해 나름으로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도 70억 인구의 70억 세계가 존재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사피엔스는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1만 2천 년 전의 농업혁명, 5백 년 전의 과학혁명으로 인류가 급속히 진화했다고 한다.


그 중, 인지혁명, 즉, 허구를 믿는 힘, 그로 인해 미신이 생기고, 신이 생기고, 다른 종에 비해 엄청난 차이를 이를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보는 범위 안에서, 나름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고, 그 인지의 혁명으로 허구에 대한 믿음이 신도 되고, 신념도 되고, 명예도 된다 한다. 


명예는 사람이 만든 틀, 공자의 ‘인(仁)’과 같은 것이라, 현대의 미셀 파코의 ‘감시와 처벌’에서는 ‘파놉티콘’ 즉 공자의 인이라는 기준을 세우면, 그 인에 다다른 사람과 모자라는 사람이 생기게 되며, 그에 따른 자기 검열과 권력의 욕구에 따라 규율과 복종이 생기고, 자신을 통제하는 자기통제에 갇히게 된다. 그러므로 내 명예는 내가 만든 나의 덫에 불과할 뿐인데. 그저 있는 세상을 그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색안경을 더 쓰는 것 뿐인데.


요즘 읽고 있는 동물학자 루시쿡의 <오해의 동물원>에는 진화론을 내세운 다윈의 독수리에 대한 비난을 반박하고 비판하는 것을 보며, 아무리 생물학계의 위대한 거물에 대해서도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다윈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다윈은 진화론을 발표할 때 교회의 창조론에 반하여 교회와 신도들의 수많은 비난과 공격을 받았으나 ‘웨스트 민스턴’ 사원에 안장될 정도로 훌륭한 과학자의 명성을 얻었더라도 그런 다윈도 잘못된 관점이 있고 그런 점은 지적되고 수정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혼자서 이런저런 상념으로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정상은 방송국 송신탑 설비들이 있고 아래로 서오능 숲이 펼쳐 보인다.


저 아래 보이는 서오능은 그야말로 숙종 중심의 무대로, 제1비 인경왕후, 2비 인현왕후, 3비 인공왕후와, 숙종, 그리고 중전에서 다시 쫓겨난 장희빈의 대빈묘가 있는 숙종 시대 이야기의 중심이다. 


오후의 친구 딸 결혼식에 맞추려면 서오능 관람은 어려울 것 같다. 500년 역사의 주인공들이 모여있는 무덤에서 그때 살던 사람들의 숨결을 더듬을 수 있는데, 필부의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현재의 삶에 좀 더 많은 의미로 살아가야겠다.


버스를 기다리며, 돌아보면 삶은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과의 소통이며 그 소통이 원활치 못할 때, 화가 나고, 싸우고, 미워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 불교의 야부 선사의 말이 생각난다. 


지불책우(智不責愚,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을 꾸짖지 않는다).
배운다는 것은 남을 이해하는 거다. 탓하며 남에게 돌리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배운 사람이 이해하는 거다.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나무(자기 : 我, 없을 : 無)는 나를 버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숲을 이룬다’ 했으니 산에 사는 나무는 나무라는 법이 없단다. 오늘 산행은 나무라지 않는 나무를 보며 야부 선사를 떠올릴 수 있는, 야부 선사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해  있는 울림이 있는 하루였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정청래 “수사·기소 분리하고 공소청법안·중대범죄수사청법안 수정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법안’을 수정할 것임을 밝혔다. 정청래 당대표는 14일 서산축산종합센터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해 “‘기소는 검사에게 수사는 경찰에게’ 이것이 수사·기소의 분리 대원칙이다. 수사·기소 분리는 점 하나 바꿀 수 없는 대원칙이다. 검찰의 폐해를 목도한 수십 년 동안의 시대와 국민의 통합된 의견이다”라며 “12·3 비상계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란 청산을 바라는 시대적 과제이고 국민들의 열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검찰개혁 공소청·중수청 정부 입법예고안에 대한 국민적 걱정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입법예고안은 확정된 안이 아니다. 수정·변경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목소리,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변경하겠다. 국민들의 열망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불어민주당이 충분히 국민 여러분들의 의사를 수렴해 잘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대표는 13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출연해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을 주고 경찰공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사형 구형...“전두환보다 더 엄정 단죄, 12·3비상계엄 중대한 헌법질서 파괴”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1심 선고는 오는 2월 19일 오후 3시에 있을 예정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과 제25형사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기징역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부 사령관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조은석 특검팀은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20년을, 김봉식 전 서울특별시경찰청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3.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문화

더보기
뇌와 감정의 관계에 관한 탐구... 진화의 흔적, 삶의 기억, 뇌의 회로, 이야기의 집합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북라이프가 노벨 생리의학상 유력 후보이자 세계적 과학자인 칼 다이서로스 교수의 첫 책 ‘감정의 기원’을 출간했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낼까? 슬픔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사람은 왜 갑자기 달라지는가? 왜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해치고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는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정신과 임상의이기도 한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이 모든 질문의 답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연구실과 삶의 가장 치열한 현장인 병실을 오간다. 이 책은 바로 그 여정의 기록이다. ‘감정의 기원’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칼 다이서로스 교수의 특이한 경력이 장점으로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는 뇌의 내부 회로에 대한 냉철한 지식과 환자에 대한 깊은 공감을 연결해 정신 질환이 어떻게 발생하고 또 인간의 마음과 감정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는지, 상처 입은 마음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온전한 마음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지를 서술한다. 칼 다이서로스 교수는 ‘감정의 기원’을 통해 교통사고 이후 눈물이 사라진 남자,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성격이 확 바뀐 정년퇴직자, 남들이 자기 머리를 해킹하고 있다고 확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새해에도 계속 목도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대통령이 되었으나 2년10개월여의 재임기간 동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가 어떻게 날 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무기징역은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은 추악한 과거로 돌리고 병오년 새해에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한 장관 후보자의 갑질, 폭언, 투기 등으로 인한 자질 논란과 정치권 인사들의 공천헌금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 대장동 일당들의 깡통 계좌 등을 지켜보며 우리는 깊은 회의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평생을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등불 삼아 살아온 이들이 “불법과 비리를 멀리하고 공명정대하게 살라”, “과유불급을 가슴에 새기고 욕심내지 마라”,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보다 자존감을 키워라”라고 강조해 온 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과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정작 그 법과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