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01 (화)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⑦ - 형제봉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형제봉이다.

 

약속 장소인 국민대 입구에는 벌써 예정 인원이 다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언제나처럼 북악 공원 지킴 터 옆 공터에서 산행모임 회장의 시범과 함께 몸 풀기 체조를 한 후 왕녕사로 향한다.

 

오르는 숲길 옆의 왕녕사 처마의 풍경은 지나가는 가을바람에 청명한 소리를 내고 어디 사람의 그림자 없는 산속 노란 가을 잎으로 둘러싸인 호젓한 산길이다. 찻길에서 10분만 벗어나도 이런 별천지를 만나는 행운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북한산이 주는 멋진 매력이다. 그 매력에 반해 형제봉을 오르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

 

돌아보면 동기들의 건강을 생각한 의사 친구가 주도하여 만들어 이어온 지 10년의 토요 등산 모임. 형제봉 고갯길을 오르면서 10년의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이곳은 어떤 친구가 좋아하던 곳, 이곳은 또 다른 친구가 힘들어하던 곳, 곳곳에 옛날의 친구들이 얼굴을 빙긋이 내밀며 반기는 것도 같다.

 

 

마지막 깔딱 고개를 지나 형제봉 능선에 오르니 맑은 하늘이지만 가을바람이 드세다. 그곳에서의 서울 풍경도 볼만 하지만 세찬 바람을 피해 서둘러 이동하여 능선을 가다가 바람이 잠잠한 곳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서울 전경을 바라본다. 언제나 보아도 복작거리는 것 같은 서울. 그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이전투구의 아수라 속을 어찌들 살고 있는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한 친구는 언제나 乙(을)로 살아가는 지혜(?)를 강조한다.

 

“나는 언제나 을이다.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네 말이 옳다. 그러나 때로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상대의 생각에 의문을 표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누르며 산다고 한다. 나는 찬성할 수 없다고 반발하지만, 항상 사는 게 무얼까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옛날 세종대왕 시절에 명재상으로 유명한 황희 정승이 그리 살았다 하지 않던가.

 

“네 말이 옳다”. “네 말도 옳다”. “어허! 무슨 소리입니까?. 양쪽이 다 옳을 순 없지요.” “그래 자네 말도 옳네“. 그리 살았다던 명재상도 사위 서달의 사건에는 영의정 맹사성에게 청탁하여 사건을 무마하려 하였다 하지 않던가.

 

사위 서달이 어머님을 모시고 온양 온천을 가다가 신창현의 표운평을 죽인 사건으로, 서달의 살인교사 사건이지만, 피해자의 억울한 사건을 온갖 회유와 압력으로 무마된다. 보고서에서 수상함을 발견한 세종의 재수사 지시로, 고을 현감, 병조판서, 좌의정 황희, 영의정 맹사성까지 연결된 권력형 비리 스캔들이 밝혀진다. 사건 관련자가 파면과 귀양을 가고, 세종은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나랏일에 황희와 맹사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정승을 잠시 파면시켰다가 복직시킨 것이다.

 

올바름과 유익함을 좇는다는 명분으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세종! 우리는 세종의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올바름을 쫓아 유익함을 버려야 할까? 유익함을 쫓아 올바름을 무시해야 할까. 둘 다를 선택한 세종의 선택은 이중잣대 일까? 그러기에 추 장관이 옳네, 윤 총장이 옳네, 다투는 것도 사람의 어느 한 면만을 너무 강하게 부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일신라 시대의 도선국사가 지었다는 일선사 뒤의 보현봉을 바라보며, 보현보살의 10대원이 발현되는 곳은 저 밑의 세상이 아니라 이 숲속이 아닐까. 서둘러 내려오는 영취사 앞 한방차도 코로나 19로 공급이 중단되고 있어 아쉽다. 이곳에서 마시던 따스한 한방차, 함박눈을 맞던 시간도 이제는 추억에만 있다.

 

비가 한동안 안 온 관계로 정릉 맑은 계곡물도 바싹 말랐다. 이름 모를 붉고 노란 잎새를 들고 등산을 많이 다닌 친구가 말한다.

 

”예전에는 예쁜 단풍잎만 찾았는데 요즘은 이렇듯 알록달록 색이 제멋대로고 벌레도 먹은 평범한 가을 잎에 정이 더 간다“고. 많은 붉은 단풍잎 중에도 정말 예쁜 붉은 잎은 그리 많지 않더라고. 살아보니 계획대로 사는 삶은 정말 드물더라고. 가을에서 삶을 느끼고, 돌아다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긴 나이가 된 걸까?.

 

우리가 계획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그런 자세가,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 느끼는 것은 세월이 가르쳐 준 것일까, 산이 가르쳐 준 것일까. 절이 많은 우리나라 산의 어느 절을 가더라도 입구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入此門來莫存知解(입차문래 막존지해/이 문 안에 들어오매 알음알이[知解]를 두지 말지어다)

참선은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으로써 이리저리 따져서 아는 것은 깨친 것이 아니다. 참선하는 데 가장 꺼리는 것이 지식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이 문 안에 들어오려면 지해를 내지 말라(入此門內莫存知解)』라고 크게 써서 절 문에 붙이는 것이 이런 까닭이다.

 

그래서 절이 산에 있는지, 아니면 산이 스님께 알려주는 것인지 나로서는 모르다가도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능 탐방 주차장으로 내려와 산행모임 10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위해 어느 갈비 집로 향한다. 오늘은 조촐하지만 매주 모이는 산행모임을 위한 소주 한잔 건배를 들어야겠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박충권 “배경훈, 부모 재산 독립생계 이유 고지 거부...세액공제는 5년간 수령”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비례대표·과방위)은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된 배경훈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부모의 재산을 ‘독립생계’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지만, 최근 5년간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총 2500만 원의 세액 공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후보자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 등 직계존속의 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단, 부모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경우에 한해 재산 고지를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반면에, 현행 소득세법상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아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생계를 같이 해야 한다. 즉, 상기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 박충권 의원은 “6억원대 억대연봉 후보자가 부모를 부양한다며 연말정산 혜택은 챙기고, 부모의 재산 공개는 거부한 것은 탈세의혹과 검증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과연 법위에 있는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답다. 국세청은 이제라도 환수조치하고,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법은 허위 고지거부나 불성실한 재산 등록에 대해 경고, 시정명령, 징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최한기의 '농정회요' 제1책, 제11책 최초 발견...국내외 유일 완질본 공개, 3일 발표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장서각은 기존에 10책으로만 알려져 있던 최한기(崔漢綺)의 농업 저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의 제1책과 제11책을 최초로 발견, 국내외 유일의 완질본(전 11책, 25권)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장서각본의 발견은, 2024년 부여 함양박씨 구당 박세영 종가의 전적에서 『통경(通經)』을 최초 발견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성과로, 국가 유물 발굴 및 연구 분야에 중대한 기여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농정회요』는 일본 교토대 가와이문고가 소장한 필사본(제2책~제10책)만이 알려져 있었으며, 제1책이 누락된 탓에 저술자와 집필 연도조차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장서각본을 통해, 저자가 최한기며, 저술 연도는 1837년, 책 전체는 전 11책(25권)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장서각본은 교토대본과 달리 낙질 없이 필체가 균일하고 정교해 선본(善本)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간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했던 제1책과 제11책의 최초 발견은 『농정회요』 전체 구상의 실체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농정회요』, 농업 경제정책 9개 주제를 집대성한 실용 농서 『농정회요』는 농업을 둘러싼 다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 정부 경제 현안 해결 정책에 중점 둬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6.3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5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빗나갔지만 49.42%의 득표로 41.15%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1천728만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득표의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데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7% 포인트 정도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라는 본헤드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고 나라를 거의 망쳐버린 윤 전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6월 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