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15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 ④ - 인왕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10월 3일)은 추석 연휴 사이에 낀 토요일이라 연휴의 나른함도 해소할 겸 가벼운 산행을 위해 인왕산과 안산 자락길로 정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 한 친구의 코로나 집회에 대한 우려가 카톡에 회자 되어, 경복궁역 1번 출구 집합이 독립문역 3번 출구 집합으로 변경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철을 타고 가다 보니 개천절 집회에 대한 정부의 방침으로 경복궁역은 무정차 통과를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역시나 그 친구의 우려대로 집합 장소를 변경하길 잘한 것 같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한 우리는 사직동 성곽길을 따라 수성동 쪽으로 길을 잡는다.

도로 옆에는 금분을 입은 인왕산 호랑이상이 생뚱맞게 서 있다. 생뚱맞다는 생각을 들켰는지 지나가는 아저씨가 저 호랑이는 민화처럼 우스꽝스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섭지도 않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거든다. 그렇게 인왕산 호랑이는 담배 먹던 시절부터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었구나.

 

인왕산은 정선과 이병연의 한평생의 우정을 간직하고 있는 인왕제색도를 떠올리게 해 더욱 애착이 간다.

이병연이 금강산 입구의 고을 수령으로 있을 때, 정선이 금강산 그림을 그리는 편의를 봐주기도 하고, 노년의 정선이 지금의 강서구 양천 현감으로 있을 때, 이병연이 시를 보내면, 정선은 그림으로 답장하며 서로의 심정을 나눈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이병연이 병이 들자, 노년의 정선이 비 온 뒤의 꿋꿋한 인왕제색도를 그려 병문안을 가서 이병연도 인왕산처럼 꿋꿋이 버티기를 바랐다고 하지 않던가. 인왕제색도는 국보로 지정되어 리움 미술관에 있다.

 

특히, 정선과 이병연의 제자이기도 한 창암 박사해의 말에 의하면, “그림이 시가 아니라면 진짜 그림이 아니고, 시가 그림이 아니라면 좋은 시가 아니다.  또 그림만 그림인 줄 알고 시는 그림인 줄 모르면 그림을 잘 보는 것이 아니고, 시만 시인 줄 알고 그림이 시인 줄 모르면 참으로 시를 아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선과 이병연의 그림과 시의 교환을 하나의 예술로 평가하며 그 우정을 기리었다.

 

날씨는 화창하여 가볍게 트레킹 하는 기분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많고,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오르는 젊은 데이트족도 바라보면서 수성동 계곡 윗길을 지나 산성길을 따라가다 보니, 광화문 광장의 차벽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코로나 방역과 집회의 자유를 외치는 대립이 차벽으로 나타난 거다.

 

정치는 불만족한 타협이라는데 한쪽은 ‘재인산성’이라 하고 한쪽은 ‘방역의 벽’이라 하며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작금의 정치는 서로 상대를 향한 광기의 충돌로 보이며 타협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 쓸쓸하다.

 

드디어 정상,

한 시간여 만에 오를 수 있는 인왕산의 경치는 역시 그만이다.

풍수지리에 재미를 붙인 한 친구는 강남의 지형을 설명하며 도곡동 땅은 풍수상의 길지일지는

모르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세게 나온다며, 강남땅에 들어간 친구치고 엄처시하(嚴妻侍下) 아닌 사람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다시 하산 길로 접어들며 사직동 방면 성곽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안산을 바라보면 그 옛날, 이괄의 난으로 한양이 떠들썩했다는 광경이 생각난다.

 

친명을 내세운 인조는 북쪽 국경지대 방비를 위해 이괄을 평안도로 보낸다. 그러나, 이괄은 부원수고, 자신보다도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던 장만이 원수가 되어 이미 평양에 와 있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조의 인사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켜 한양으로 향한다. 이괄은 15일만에 한양으로 입성하고, 인조는 공주 공산성으로 피신, 이괄을 뒤쫓아온 장만이 밤을 도와 안산을 점령, 봉수대 횃불로 이상 없다며 이괄 군대를 안심시킨다.

 

다음날, 이를 안 이괄이 상대의 실력을 얕잡아보고 성내에 있는 관민들에게 "장만의 군대쯤은 단숨에 무찔러 보이겠노라, 싸움을 구경하고자 하는 자는 누구나 성위에 올라서 구경하라" 큰소리를 치자, 성벽에 모인 사람이 어찌나 많았는지 인산인해를 이루어 백로 떼 같았으며 이괄 군에 의해 옹립된 새 임금 흥안군도 언덕에 올라 구경하였다 한다.

 

결과는 초전에 유리한 이괄 군이 갑자기 바뀐 돌풍에 무너져 패퇴, 서대문으로 퇴각하였으나 서대문 근방 주민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남대문으로 입성, 밤을 틈타 광희문으로 도망가다가 부하들에게 살해되어 난은 끝나고 만다.

 

약 400년 전의 광경이 눈에 그려지며, 이괄의 큰소리와 한양 사람들의 큰 구경거리가 오늘을 사는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인왕산과 안산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풍경이 그림이고 그림이 풍경인 것처럼, 그림 같은 풍경 속의 역사, 사랑, 우정 어린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보면, 그 풍경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오주석 선생은 “흔히 문인화를 잘 그리기 위해서는 行千里路 讀萬卷書(천 리의 먼 길을 다녀 보고 만권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라 하는데 이 말은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고 했듯이 인왕산을 감상하는 우리에게도 인왕산이 품은 사연을 좀 더 알면 더욱 친숙히 다가오리라.

 

안산 자락길에 접어들어 쉼터에서 쉬다가 오늘은 가벼운 산행으로 끝내기로 하며 영천시장으로 향한다. 석양에 물드는 인왕산이 오늘따라 더 정겹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정치, 사회 양극화와 격차 문제 최소한으로 완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민 패널 100여명과 함께하는 디지털 토크 라이브를 열고 "정치가 사회 양극화와 격차 문제를 최소한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실현 가능한 현실적 정책들을 함께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디지털 토크 라이브 국민의 목소리, 정책이 되다' 에서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평균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은 불평등 때문에 매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의 본질은 국민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게 경제 문제다. 먹고사는 게 힘들면 정말 피곤하다"고 했다. 지역균형 발전 방안을 두고는 "수도권 집값 때문에 시끄러운데, 사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가 취업이 쉽지 않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자영업 비율이 엄청 높은데,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요새 빚 때문에 더 난리인데, 금융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좀 개혁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선진국은 못 갚은 빚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디지털 약자들의 정보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 업무부터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 행정 서비스까지 해결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 편리함은 상대적으로 디지털 정보활용 취약계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곤 한다. 각종 기관의 창구 업무는 줄어들고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자정부, 모바일뱅킹, 온라인쇼핑, 스마트농업 등 대부분의 사회·경제 활동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뿐 아니라, 전업주부, 저학력자, 농촌 거주자, 장애인 등 이른바 ‘디지털 정보취약계층’은 여전히 정보 불평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정보격차는 단순한 ‘기술 접근’의 문제가 아니다. 기기 사용 능력의 부족, 낮은 디지털 문해력, 인프라 격차, 생활환경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활용 능력이 결여되면 일상적인 서비스 이용은 물론, 경제 활동, 교육 기회, 복지 접근까지 제한받는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중장년층 여성이나 농민, 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