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9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남부 뮌헨 고등법원에서 열린 신나치주의자 여성에 대한 재판에 희생자 유가족 뿐 아니라 독일 사회는 물론 외신들의 관심이 집중됐다.이날 터키인 등 10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사회주의지하단체(NSU) 소속 베아테 췌페(40)가 2년 반 만에 침묵을 깨고 살인 동기 등 범행 일체를 자백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첫 진술은 범행의 '전면 부인'이었다.
BBC에 따르면, 췌페는 자신이 NSU 요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NSU는 10년 이상 폭탄 테러와 강도 등 여러 건의 인종 범죄를 저질렀다.
그녀는 이날 희생자 유족들에게 "우베 뵌하르트와 우베 문들로스가 10명을 살해하고 폭탄테러 2건을 저지를 때 이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도덕적으로 죄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다른 NSU 요원인 뵌하르트와 문들로스는 2011년 11월 튀링겐 주 아이제나흐라는 작은 마을에서 은행 강도를 저지른 뒤 동반 자살했다. 사건 직후 췌페가 자수하면서 NSU의 실체가 알려졌다.
췌페는 재판에서 문들로스와 연인관계였다가 뵌하르트를 19세에 만났으며, 이들을 통해 더 많은 민족주의자 친구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1면 기사에서 '췌페의 자백은 단지 변명에 불과하'고 보도했다. 희생자 유족들이 췌페의 첫 진술을 듣기를 학수고대 해왔다며, NSU가 대체 왜 사람들을 죽였는지, 범행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고 있는지 알기를 원했다고 지적했다.
NSU가 저지른 범행은 10년 이상 독일 사회를 공포에 사로잡히게 했다. 췌페는 NSU의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져 있다. 4년 전 체포된 이후 침묵을 깨고 나온 그녀의 첫 진술에 유족들 대부분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지난 2006년 NSU에 의해 살해된 메흐메트 쿠바식의 딸 감즈 쿠바식은 "췌페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며 "유죄선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췌페와 문들로스, 뵌하르트 등 총 3명은 NSU를 결성한 후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터키인 8명과 그리스인 1명, 경찰관 1명 등 총 10명을 살해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터키 마피아의 소행으로 단정짓고, 희생자 친척들을 대상으로 심문을 벌였다. 이로 인해 NSU는 10년 이상 경찰에 발각되지 않을 수 있었다. 비평가들은 경찰과 보안기관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췌페의 변호인 마티아스 그라젤은 53쪽 분량의 진술서를 통해 "췌페는 동독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으며,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췌페가 NSU의 어떤 공격에도 가담하지 않았으며 범행 준비에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에게는 범행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죄한다는 뜻을 전했다.
췌페는 지난 2000년 최초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3개월이 지날 때까지 이를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NSU는 2000년 9월 9일 뉘른베르크에서 꽃집 주인 엔버 심세크를 살인했다.
또한 문들로스와 뵌하르트에게 경찰에게 자수하자고 권유했지만, 이들 모두 자살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살인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남자 동료들이 여성경찰관 미첼 키제베터를 살해한 것은 총을 훔치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자살한 이후 크게 좌절한 탓에 와인 3~4병을 마시고, 키우던 고양이들도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고 덧붙였다.
췌페는 "인간의 목숨을 무가치하게 여긴 남자들과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수 하기 전 남자 동료들과 함께 살았던 튀링겐 주 츠비카우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사들은 이들의 범행 목적이 이민자들 사이에서 공포를 확산시켜 독일에서 나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췌페는 NSU의 범행 목적을 밝히기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