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진이 4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증시 활황의 원동력 역할을 했던 외국인 자금이 어느덧 순유출 전환 목전까지 왔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지난 6일 종가 기준 9147억원이다. 6월초 누적 순매수 금액이 10조원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개월 사이에 9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연초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1월 1조389억원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주식시장을 달궜다.
특히 4월 한 달 동안 무려 4조6493억원을 사들이며 4월24일 코스피지수를 52주 최고점인 2189.54까지 끌어올렸다.
6월5일에는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이 10조2585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공포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6월 중순부터 상황은 급반전 됐다.
외국인들은 6월에 1조496억원, 7월에 1조7911억원, 8월에 4조1092억원, 9월에 1조7448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4개월 새 8조6947억원을 회수했다.
10조원에 육박했던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은 9월말 8777억원까지 내려앉았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순매도 현상에 대해 "한국의 금리인하 모멘텀이 8월 중국 위안화 절하와 경기둔화 우려로 퇴색됐다"며 "원화 환경까지 강세에서 약세로 전환되며 중국 소비주, 바이오헬스케어 주식의 주도력이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10월 들어 종잡을 수 없는 투자 흐름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은 4거래일 동안 370억원 매수우위에 섰지만 언제 또 등을 돌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신흥국 전체에 대한 자금 이탈은 5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상 시사가 출발이었지만 9월 금리 동결 이후에도 이렇다 할 자금 유입이 재개되지 못하는 데에는 중국과 미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크기 때문"며 "10월 또는 12월 금리인상 결정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은 신흥국에 경기회복 호재와 금리 인상 부담이라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센터 이지현 연구원은 "국가신용등급 상향, 주가지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 하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지만 국내 증시에 대한 희망적 평가도 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전세계 주식형 펀드들의 한국 비중 축소 폭이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상대 비중 개선은 외국인 매수 재개 여부와 전혀 그 개념을 달리하지만 전세계 주식시장 내에서 한국의 상대적 매력 개선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