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모처럼 홍성흔(38·두산 베어스)의 방망이가 시원하게 돌아갔다. 침체됐던 두산의 분위기도 되살아났다.
홍성흔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팀의 시즌 첫 만루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5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그의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였다. 만루홈런은 1121일만이다.
홍성흔은 "올 시즌 가장 기분이 좋은 스윙을 했다. 몸이 돌아가는 대로 마음껏 스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개운했다"며 "좋지 않을 때는 상체만으로 억지로 스윙을 했는데 오늘은 상체보다 하체의 힘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궤적이 큰 스윙을 한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영웅 스윙'이라는 팬들의 조롱을 감수해야 했다.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에 성적까지 좋지 않자 수 차례 타격폼을 바꿔봤다. 신통치가 않았다.
그는 "올해 타격폼에 참 많은 변화를 줬다. 그만큼 생각이 많았다. 잘 맞히려고 몸을 쭈그리고 치니 오히려 방망이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결국 다시 편한 자세로 서서 마음껏 방망이를 돌렸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홍성흔은 "타격코치님이 몸을 조금 열어놓고 과감하게 스윙을 하라고 주문했다"며 "저는 풀 스윙을 해야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 단순하게 열어놓고 돌린 것이 좋았다"고 했다.
개인의 부진만 날린 것이 아니다. 침체됐던 더그아웃의 분위기도 되살렸다.
두산은 5연패를 끊어내자마자 다시 롯데에 2연패를 당했다. 특히 전날 경기는 번트 실패와 폭투, 불운이 겹치며 답답하게 꼬였다. 가을야구는 확정적이지만 4위까지 떨어졌고, 흐름이 좋지 못했다.
이날 홍성흔은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며 포효했고 더그아웃은 연장 결승홈런이라도 나온 것처럼 떠들썩했다.
상승된 분위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두산은 무려 7점을 더 내며 롯데를 완파했다. '더그아웃 리더' 홍성흔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경기였다.
홍성흔은 "더그아웃 리더는 야구를 잘해야 한다. 지금까지 매년 야구가 잘됐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도 나이 많은 선배가 벤치에 앉아있는 것을 보며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부러 나에게 장난도 많이 걸고 한다"며 "시즌 내내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또 "김태형 감독님도 홍성흔을 기용한다고 욕 많이 들으셨을텐데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홍성흔은 요즘 강동우 코치의 관리 아래 외야 펑고와 웨이트 트레이닝, 러닝 훈련 등에 매진하고 있다. 이제 힘을 기르는 것보다는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코치님은 그 자신이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은퇴를 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며 오히려 더 잘 챙겨주신다"며 "주전 경쟁에서도 이미 밀려난 지 오래다. 미안한 것이 많으니 다시 정신을 차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성흔은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분위기 메이커이다.
나이 38세의 노장에게 당장 팀에 큰 도움이 될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 몫을 하는 홍성흔만큼 팀 분위기에 도움이 되는 선수도 없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는 두산은 그의 부활이 더 없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