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종합대책과 현행 비정규직법의 차별시정제도가 오히려 신규 일자리만 없앨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등은 비정규직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업이나 시장의 입장은 도외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하면 결국 정규직 채용수요는 증가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채용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2년 경과 후 정규직 전환 원칙은 유지하면서 35세 이상 근로자 본인이 원하면 2년에 2년을 더해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한경연은"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해소하려면 대증요법보다는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며 독일의 예를 들었다.
독일은 지난 2003년 하르츠개혁을 통해 파견근로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파견근로자의 보수나 근로조건을 정규직과 같게 대우하는 균등대우원칙을 확립했다. 다만 이 원칙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적용을 우회할 수 있다는 예외를 뒀다.
한경연은 "집단적 노사합의가 법에 우선한다는 유럽연합(EU)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이면에는 낮은 인건비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요구를 고려해 '같은 근로, 같은 처우' 원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도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강제적인 법보다 노사 간 교섭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현재 시행 중인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와 관련해서도 꼬집었다.
차별시정제도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해 사용자가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임금이나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한경연은 차별시정명령의 효력을 신청한 근로자 외에 모든 근로자에도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것은 소송법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판정례·판결의 효력 범위는 심판 기관인 노동위원회와 법원 당사자만을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타 노동관계법령에서도 효력범위 대상을 당사자 외까지 확대 적용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사업·사업장의 개별근로자가 지닌 특수성을 간과해 사업장의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차별시정명령 효력 확대가 명문으로 도입됐지만, 고용노동부의 조사와 시정요구절차를 거쳐하기 때문에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한편 한경연은 "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3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명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행 노동관계법에 같은 규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성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를 위한 근본 처방은 해고규제를 완화해 정규직에 대한 노동비용을 낮추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상호 교체 가능성을 인정하고 사회안전망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