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지역방송 WDBJ의 기자 2명이 생방송 도중 옛 직장 동료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져 미국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용의자는 흑인이자 동성애자로 인종차별, 성희롱 등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총격 후 도주극을 벌이다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옮겨진 뒤 당일 늦게 사망했다.
◇ 생방송 중 총성 8발 울려…"오 마이 갓!" 비명 후 기자 2명 피살
미 경찰에 따르면 생방송 총격 사건은 26일 오전 6시45분께 버지니아주 프랭클린 카운티 스미스마운틴 호수의 인근 쇼핑몰인 브릿지워터 플라자에서 발생했다.
이른 아침 WDBJ의 취재기자 앨리슨 파커(24·여)와 카메라기자 아담 워드(27)는 지역 관광지로 유명한 스미스마운틴 호수의 50주년 축제를 앞두고 비키 가드너 스미스마운틴레이크 상공회의소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드너 회장이 쇼핑몰 밖에서 지역 관광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한 괴한이 취재진에게 접근해 총을 겨눴고 잠시 후 잇따라 8발의 총성이 울렸다. 카메라 기자인 워드가 먼저 총에 맞고 쓰러졌고 이 모습을 지켜본 파커 기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다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는 외침과 함께 쓰러졌다. 가드너 회장도 등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돼 수술을 받았다.
당시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두 여성의 비명 소리, 연이은 8발의 총성, 카메라에 순간 포착된 총격범의 권총 소지 모습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방송사 측이 현장 화면 송출을 중단하기 전까지 이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현장 중계를 연결하던 스튜디오의 여성 앵커도 크게 놀라워 하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세 사람을 향해 총 15발을 쐈고 기자 2명 모두 현장에서 피살됐다.
파커 기자와 워드 기자는 각각 같은 방송국의 직원과 사내 연애 중이었다. 워드의 애인은 프로듀서로 사건 당시 조정실에서 일하던 중 생방송을 지켜봤다.
파커의 애인 역시 WDBJ 앵커로 공개적으로 결혼을 전제로 교제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사건 직후 피살된 애인에 대해 "정말 사랑했다"는 글을 올리며 비통해 했다.
◇ 총격범은 해고당한 옛 동료…'인종차별·직장갈등' 불만
TV 생방송 도중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를 총으로 쏜 용의자는 WDBJ 방송에서 2013년 해고당한 전직 기자 베스터 리 플래너건(41)으로 밝혀졌다.
현직 시절에는 브라이스 윌리엄스라는 가명을 쓰며 2013년 1월17일까지 이 방송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플래너건은 파커 기자와 워드 기자를 사살한 후 경찰의 추격을 받다 총으로 자살을 시도, 부상한 채 경찰에 발견됐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제프리 마크스 WDBJ 사장은 플래너건에 대해 "불행한 남자", "함께 일하기 힘든 직원"으로 회상하며 공격적인 성격으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플래너건의 분열적 행동으로 많은 사건이 발생해 해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플래너건은 권총으로 옛 동료를 겨누고 달아나는 파커 기자에게 반복해서 총을 쏘는 모습을 촬영, 사건 발생 몇 시간 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 동영상을 올렸다.
플래너건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 피살된 기자들과의 직장 내 갈등을 드러냈다. 플래너건은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에 파커 기자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워드 기자에 대해서는 인사부에 찾아가 자신에 대한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크스 사장은 플래너건이 방송사 직원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하며 EEOC에서도 플래너건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의 지상파 ABC 방송은 윌리엄스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23쪽 분량의 문건을 팩스로 수신했다고 보도했다.
'유서(suicide note)'라고 적힌 문건에 따르면, 플래너건은 지난 6월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흑인 교회에 난입해 흑인 신도 9명을 사살한 백인 청년 딜런 루프의 사건을 보고 이틀 후 총기를 마련하며 범행을 결심했다.
플래내건은 또 2007년 4월 170발 이상의 총을 쏴 32명을 살해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플래너건은 인종차별,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복수로 옛 동료를 향해 총을 겨눈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총격 사건에 대해 "이런 총기 사건 소식을 듣거나 읽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이 나라에서 총기 관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가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