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최근 아랍 세계에서 새로운 풍자 시트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시트콤은 수니파-시아파 분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종교적 극단주의가 행할 수 있는 무장단체의 잔인함과 현 아랍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회적 쟁점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풍자한다.
“셀피”라고 불리는 이 시트콤은 이슬람 세계에서 큰 사회적 반발을 일으켰다. IS 추종자들은 IS를 추종하는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시트콤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사우디 코미디언 나세르 알카사비(53)와 메인 작가 칼라프 알하르비를 죽이겠다는 글을 여러 건 게시했다. 한 사우디 성직자는 이 시트콤이 국가의 오래 된 종교 기관과 풍습을 조롱하는 이단적 존재라며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시트콤의 한 에피소드에서 알카사비는 IS와 같은 본인만의 무장단체를 시작하는 칼리프(특히 과거 이슬람 국가의 통치자를 가리키던 칭호)가 되려는 주인공 역할을 연기한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위선자들과 광대들만 있을 뿐. 심지어 그의 법률 고문은 학교도 졸업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또한 참수형 외의 새로운 형태의 사형 집행을 원한다고 하며, 그의 포로들을 냉동고에 넣는다.
이 에피소드는 현재 IS와 그 지도자들을 비꼬며, IS가 실행하는 다양한 종류의 사형 집행 방식을 비난하는 것이다.
IS에 관한 두 번째 에피소드는 가장 큰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이 편에서 알카사비는 IS에 가입한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시리아로 간 사우디인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이 아버지는 IS의 충성스러운 조직원으로 위장해 의심을 없앤 뒤 아들을 간신히 설득해 함께 차로 거의 탈출할 뻔 한다. 그러나 이 차는 하필 자살폭탄 테러용이었고 이들 부자는 폭발 직전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다.
IS에 잡힌 아버지는 참수에 처해지게 되는데 '참수 집행자'가 다름 아닌 아들이라는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이 에피소드엔 IS 조직원이 납치한 여자 어린이를 매매하는 장면도 나온다
나사르 알카사비와 칼라프 알 하르비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이 나가기 전 어느 정도의 반발은 예상했으나 인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셀피는 현재 사우디 민영 네트워크 MBC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이며 아랍 언론들의 주 화젯거리이다.
알카사비는 수년 간 사우디 사회의 이면과 이슬람 관습을 풍자하는 코메디로 중동에서 널리 알려진 희극인이다. 그는 방송 후 자신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과 살해 협박에도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알카사비는 본인의 연기는 자신만의 “지하드”(이슬람교에서 종교적・도덕적 법칙을 지키기 위한 정신적 투쟁)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문제에 대한 자각심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것을 제공하는 것은 지하드라고 본다”며 “지하드는 내가 일을 열심히 하고 더욱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길 위에 있는 것. 인생은 하나의 큰 지하드이다”라고 말했다.
시트콤의 메인작가 알하르비는 셀피의 수위를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 아랍 사회의 스냅 샷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제목을 “셀피”로 정했다고 말했다.
메인작가 알하르비는 “셀피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과격단체들이 어떻게 종교를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하며 이 시트콤이 일반 강의나 정부 통제의 언론매체보다 더 효과적으로 아랍 대중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알하르비는 “셀피는 대중에게 전달되는 일종의 무기이다”라고 말하며 “만약 우리가 그냥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면, 지금과 같이 위험한 사회적 이슈들이 아닌 안전한 주제들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