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2018러시아월드컵을 조준한 슈틸리케호가 돛을 활짝 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스타디움 샤알람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염기훈(34·수원)과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 이정협(24·상주)의 릴레이 골로 승리한 한국은 태국으로 건너가 미얀마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에 나선다. 좋은 분위기를 미얀마전으로 이어가는 일만 남았다.
지난해 9월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이후 처음으로 3골차 승리를 거뒀다. 부임후 9개월간 전적은 10승1무3패다.
승률은 71.4%를 기록했다. 결코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슈틸리케호 순항의 비결은 '화수분' 축구다.
화수분은 재물을 아무리써도 자꾸 생겨서 줄지 않는 것을 뜻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스타들이 나타나는 슈틸리케호에 어울리는 말이다.
시작은 '군데렐라' 이정협이었다.
2부 리그 소속으로 무명에 가깝던 이정협은 지난해 12월, 호주아시안컵을 앞둔 대표팀에 '깜짝 승선'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공격수에는 의심어린 시선이 따랐다. 하지만 이정협은 1월 사우디아라비아(평가전)를 상대로 나선 데뷔전에서 골을 쏘아내며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본무대인 아시안컵에서는 2골1도움을 기록, 맹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앞두고도 A매치 경험이 없는 이재성(23·전북)과 정동호(25·울산)를 발탁했다.
이재성은 성인 대표팀 데뷔전인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가벼운 몸놀림을 과시한 뒤 뉴질랜드전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쏘아 올리며 한국에 1-0 승리를 안겼다.
정동호는 우즈베키스탄전 허벅지 부상으로 교체됐지만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동남아 2연전에 나설 태극전사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 구자철(26·마인츠) 등 기존에 대표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부상과 군사훈련으로 대거 이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한 번 예상외의 선발 명단을 내놨다. K리그 클래식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염기훈을 처음으로 슈틸리케호에 불러들였고 이용재와 정우영(26·빗셀 고베), 임창우(23·울산), 이주용(23·전북), 주세종(25·부산), 강수일(28·제주), 최보경(27·전북) 등 A매치 경험이 없는 7명을 뽑았다.
'제2의 이정협'이 나올지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우려도 컸다.
하지만 UAE전에 선발로 나선 염기훈과 이용재가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보답했다. 기성용의 공백을 메운 정우영의 활약도 슈틸리케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여기에 원조격인 이정협까지 골을 기록해 '화수분' 축구의 건재를 알렸다.
연이은 성공은 슈틸리케호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렸다. 기대에 부응한 선수들로 인해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 선발 작업에 자신감이 붙었다.
새로운 선수 발탁을 주저하지 않는 슈틸리케호는 대표팀을 넘어 한국축구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름값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믿음이 퍼지고 있다.
대표팀 외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된다. 축구팬들 역시 또 언제 새로운 스타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제2의 이정협, 이재성, 이용재 등이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대표팀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와 일전을 치른다. 태국에서는 또 무슨 꽃이 피어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