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금지약물 적발로 인한 후폭풍으로 마땅한 훈련 장소를 찾지 못했던 박태환(26)이 올림픽수영장에서 첫 훈련을 실시했다.
박태환은 1일 오후 5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수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바지 차림에 이어폰을 꼽고 등장한 박태환은 수영장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지나 곧바로 회원 접수처로 향했다.
노민상 꿈나무수영교실 회원으로 함께 하게 될 박태환은 회원 등록을 위한 수영장의 사진 촬영을 마친 뒤 곧장 라커룸으로 향했다.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올림픽수영장은 국제규격인 50m 레인이 구비된 곳이다. 도핑 적발 후 50m 레인에 몸을 담그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2월말 잠시 한국체대에서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선수가 공공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에 따라 집 근처 25m 레인이 마련된 일반 스포츠센터로 장소를 옮겼다.
박태환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장소를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유권해석을 받은 뒤 새로운 훈련장으로 올림픽수영장을 택했다.
그렇다고 박태환이 과거처럼 자유롭게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 시간은 노 감독 수영교실 스케줄에 따라 매주 월~금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로 제한된다. 토요일에는 낮에 훈련을 실시한다. 박태환은 같은 수영교실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월 30만원의 수강료를 낸다.
박태환의 누나인 박인미 팀GMP 마케팅 팀장은 "50m 레인에서의 훈련은 오랜 기간 없었다. 당분간 몸을 끌어올리는 위주의 운동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선수로서의 감을 유지하고 감각을 익히기 위한 훈련을 실시할 것이다. 운동 시간은 2시간이지만 선수가 이 정도면 됐다고 판단한다면 조금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 시작 전인 오후 6시 전까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관리한다. 2007년 세계선수권 당시 트레이너를 맡았던 김기홍 단국대 교수가 훈련을 돕는다.
노 감독과는 3일 재회할 예정이다. 노 감독은 현재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위해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박태환이 국제규격을 갖춘 레인을 사용하게 됐지만 그동안 여러 사람들의 도움 속에 실시했던 훈련과 비교하면 조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루 2시간 가량 꿈나무 선수들과의 합동 훈련만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 지도 알 수 없다.
훈련 외적으로 신경써야 할 일도 산더미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사를 투여한 병원장과의 재판이 중요한 과제다. 당장 2차 공판이 4일로 예정됐다. 검찰측은 박태환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팀장은 "지금은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부담스럽고 죄송하다. 좋은 일로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선수가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하자는대로 응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