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24일 오후 서울 혜화동 외환은행 송금센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인근 혜화동 성당을 찾는 필리핀 근로자들을 위해 문을 여는 이 곳은 고국으로 돈을 송금하려는 사람들로 말 그대로 발디딜 틈이 없다.
대부분 소액을 보내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송금 국가에 따라 비용과 수수료가 다를 수 있지만, 통상 현재 400만원을 송금할 경우 수수료 15만원을 내야 하고, 송금에도 통상 3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은행에만 허용했던 외환송금업무가 비은행권에게도 개방되면 외환송금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수수료 역시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수수료의 경우 기존 10분의 1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이민자 등 158만명에 달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으로선 자국으로 송금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22만명의 한국인 유학생들도 송금 수수료 절감 등 혜택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 자금의 세탁 및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와 보이스피싱 조직 등이 한국에서 확보한 자금을 손쉽게 국외로 빼돌릴 수 있는 길도 열리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송금 규제가 풀리면 외국의 범죄조직이 한국을 자금 세탁의 중간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부가 일본의 경우처럼 외화송금액을 제한한다고 해도 은행거래가 아닐 경우 인터넷 ID를 도용해 손쉽게 송금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거래외국환 은행을 지정하고 한도도 정해져 있는 등 해외송금에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외화송금 완화는 국부유출과 탈세문제는 물론 내수활성화를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방향과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