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대검찰청이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부검 확인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검사 2명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검사가 변사 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받는 건 처음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27일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김모(45) 부장검사와 정모(37) 검사에 대해 각각 감봉 처분하기로 결론냈다.
감찰본부는 또 이동열(46) 순천지청장과 안영규(51) 순천지청 차장검사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결론 내고 징계 대상에서 배제했다.
감찰위원회는 이날 오후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수사 지휘 담당했던 검사와 그 상급자인 부장검사, 차장검사, 순천지청장에 대한 징계 심의 결과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대검에 권고했다.
감찰본부는 감찰위의 징계의견을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권고했고, 김 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감봉은 1개월에서 12개월까지 가능하며 구체적인 양정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감찰위는 경찰로부터 변사 사건을 보고받고 지휘한 정 검사와 결재권자였던 김 부장검사의 직무태만의 과오가 인정되는 점을 들어 감봉 처분을 결정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은신처로 지목됐던 순천 별장 인근에서 발견됐고, 기록을 자세히 검토했다면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판한 것이 징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휘라인에 있는 이 지청장과 안 차장검사의 경우, 변사체 부검 지휘가 '부장검사 전결 사항'인데다 사건 자체를 인지·보고받지 못한 사정을 감안, 그에 따른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고 지휘 감독상의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사인 불명의 사체에 대해서는 직접 검시를 하도록 지침에 규정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잘못과 사망 경위 등 의문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사건 경찰에게 지휘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부장검사의 경우 직접검시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필요없도록 결정한 잘못과 수사 검사의 형식적인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태까지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일부 제도상 문재점 발견돼 관련 부서와 협의해 제도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경은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의 한 매실밭에서 부패된 남성 시신 한 구를 발견하고 신원불명의 단순 변사 사건처럼 업무를 처리했다가 40여일이 지난달 21일 뒤늦게 유 전 회장 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검은 지난달 22일 감찰 1과장을 포함한 감찰팀을 순천지청에 급파하고 정식 감찰에 착수했다.
대검은 감찰 대상자들에 대한 대면조사 및 현장 확인 등과 함께 변사체 발생 보고, 검시, 변사사건 지휘 등 변사체 검시 제도 운영 전반과 관련한 실태 등을 검토했다.
이와 별도로 법무부는 일종의 문책성 인사로 이 지청장을 대전고검에 전보 발령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25일 유 전 회장에 대한 부검결과를 발표했지만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난 25일 유가족들에게 인계됐으며 오는 30~31일 경기 안성 금수원에서 장례식이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