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한국 남자농구가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유재학(51)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이달 30일부터 스페인에서 시작하는 농구월드컵(8월30일~9월14일)에 출전하기 위해 25일 출국한다.
한국은 1998년 그리스 대회 이후에 단 한 차례도 이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전년도 아시아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 전희철(SK 코치) 등 우승의 주축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전패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준수한 경기력으로 세계 농구에 도전했다.
올림픽에서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출전하지 못해 이번이 16년 만의 세계무대 도전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24개국 중 최약체로 평가 받는 한국(31위)은 리투아니아(4위), 호주(9위), 슬로베니아(13위), 앙골라(15위), 멕시코(24위)와 D조에 속했다.
그러나 유 감독은 "한국 농구도 이제 세계무대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이기는 농구를 하겠다. 2승이 목표"라고 했다.
한국의 마지막 농구월드컵 출전이었던 1998년 그리스 대회에 출전했던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문경은(SK 감독) - 솔직히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승을 하기란 굉장히 힘들다. 농구는 의외성이 많이 떨어진다. 승패에 있어 팀 전력이 80~90%를 좌우한다. 16년 전, 기억으로는 '할 게 없었다'는 것이다. 외곽슛이 좋아서 가운데로 몰아놓고 밖으로 빼는 식으로 했지만 쉽지 않았다. 또 속공도 완벽한 노마크 찬스는 잘 없었던 기억이다. 상대는 2m 신장의 선수가 가드를 맡는데 우리는 센터 1~2명만 2m대였다. 지역방어를 해도 답이 없더라. 분명히 이번에도 기량 차이와 체격적인 부분에서 열세이겠지만 좋은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 물론 경험이 끝은 아니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상황에서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경기를 하고 돌아왔으면 한다. 1승 이상과 전체적인 전력 상승효과를 꼭 가지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민(삼성 감독) - 국제대회에서 힘과 높이는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요즘 선수들은 위축되는 게 없는 것 같다. 플레이가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때보다 나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코트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상대를 의식하게 됐는데 나름 기 안 죽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요즘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치니까 자신감을 갖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면 깜짝 놀랄 만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장훈(방송인) - 우리 후배들이 처음 나가는 농구월드컵이다. 오랜만에 좋은 기회가 왔는데 세계 수준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냉정하게 현재 본인들의 수준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인데 많은 것을 느껴서 앞으로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추승균(KCC 코치) - 1998년 대회에서 강팀들과 붙었는데 신장에서 너무 차이가 커서 힘들었다. 강팀 브라질을 상대로 3점차로 패한 것은 무척 아쉬운 기억이다. 후배들에게는 월드컵 뒤에 인천아시안게임도 있으니 절대 다치지 말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16년 전보다 신장이 높아졌으니 한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월드컵에는 높이가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깐 아시안게임을 대비해서 열심히 부딪히면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가장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단 김주성이 후배들 기죽지 않게 잘 이끌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국가대표일 수 있다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김주성(현역 출전) - 16년 전, 이 대회에 출전한 게 나의 성인국가대표팀 데뷔 무대였다. 막내였던 당시에 아무것도 몰라 그냥 형들만 따라다녔는데 이번 대표팀에서 내가 유일한 이 대회 경험자라고 하니까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해도 대표팀에서 부르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반드시 1승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기운이 아시안게임, 프로농구 나아가서 아마농구까지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어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