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국방부 조사본부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관련 댓글' 의혹과 관련해 조직적 정치 개입이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 등 21명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외부의 지시 및 조직적 대선개입은 없다고 자체적으로 결론내리면서 중간수사 결과를 뒤집는 것도 모자라 또 다시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본부는 19일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의혹’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심리전단 요원들이 휴대폰, 태블릿 PC 등을 이용, 인터넷상에 무려 78만7200여건의 정치 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중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의견을 비판 또는 지지한 글은 전체 게시 글의 0.9%인 7100여건으로 확인됐다.
수사 결과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은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고 국방 및 안보 정책을 홍보하는 작전을 요원들이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대응하는 글을 작성하거나 유사한 글을 RT(리트윗)하는 방법으로 수행했다. 작전결과는 단장이 선별해 사령관에게 보고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 대응작전 과정에서 극우·보수 성향의 이모 전 단장은 북한의 주장이나 의견에 동조하는 개인과 단체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NLL, 천안함 사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국방 및 안보관련 특정사안에 대해 왜곡하거나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일부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며 대응하도록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방 및 안보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이 작성한 글을 요원들로 하여금 작전에 활용하게 했다. 그러면서 “대응작전 간 정치적 표현도 주저마라”고 독려하는 등 직무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수사 시작 후 작전보안을 이유로 저장매체와 작전 관련 서류, IP주소 등을 삭제 또는 변경하도록 지시해 증거를 인멸하고 '작전·위기조치 예규'에 삭제·변경 관련 조항을 보완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모 담당관은 예규 보완 후 임의로 시행 일자를 수사 개시이전으로 소급 기재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 이 전 단장 예하 담당관과 작전 총괄담당자들은 대응작전 시 논리 개발, 전파, 결과보고서 작성, 성과분석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 때문에 심리전단 요원들은 지시된 작전을 모두 정상임무로 인식해 휴대폰, 태블릿 PC 등을 이용해 인터넷에 모두 78만7200여건의 글을 게시했다. 이중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의견을 비판 또는 지지한 글은 전체 게시글의 0.9%인 7100여건으로 확인됐다. 일부 요원들은 대응작전과 무관하게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판 또는 지지한 글을 게시한 부분도 있었다.
또한 연제욱,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은 대남 사이버 심리전 대응작전결과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일부 정치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심리전단 요원들이 대응작전에서 정치적 표현도 용인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사본부는 일부에서 제기한 '조직적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지휘계선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통화내역, 이메일, 관련문서, 출입현황, 게시글, 사회관계망을 분석하고 소환조사하는 등 입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군내·외 지시나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타 기관과 연계된 조직적 대선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들이 피·아 구분이 불명확한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작전을 수행하고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장의 부당한 지시와 작전요원들의 위법성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정상적인 작전 범위를 벗어나 일부 특정 정당 및 정치인을 언급했고 사령관들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군형법 제94조 '정치관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조사본부는 부당한 작전 지시와 증거인멸을 지시한 이 전 단장은 '정치관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현재 재판 계류중에 있다고 전했다.
또 작전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심리전단 예하 담당관 4명과 작전 총괄담당자 3명, 정치 성향에 따른 개인적 일탈자 4명, 피고발자 5명을 포함한 16명은 '정치관여' 혐의로, 이모 전 단장의 지시로 서버 등을 삭제한 1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예규 보완 후 시행일자를 소급 기재한 1명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각각 형사입건했다.
일부 정치관련 내용이 포함된 작전결과를 보고받고도 적법한 조치를 하지 않은 연제욱, 옥도경 전 사령관은 '정치관여 특수방조' 혐의로 형사입건하는 등 모두 21명을 사법처리했다.
이외에 심리전단 작전요원들은 단장의 지시에 따른 작전임무 수행 과정에서 비롯된 행위인 만큼 군 조직 특성 등 정상을 참작해 입건을 유예했다. 조사본부는 이같은 수사 결과를 군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수사는 어떻게?
조사본부는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11일부터 수사가 시작된 2013년10월 15일까지 근무한 심리전단의 모든 요원과 지휘계선을 포함한 모든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정치관여, 조직적 대선개입 및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타 기관과의 연계성 등 제기된 의혹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수사했다고 밝혔다.
관련자들의 사무실, 자가, 개인계정, 관련업체를 대상으로 32차례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등 강제수사와 임의수사를 병행했다. 수백여 개 ID 및 IP주소를 추적, 120여명의 혐의자 개인을 확인했다.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보유한 장비 중, 컴퓨터 490여대, 태블릿 PC 100여대, 핸드폰 150여대, 서버 및 웹하드 등 이들이 사용한 모든 장비를 포렌식(범죄 증거를 확정하기 위한 과학적 수사)했다.
또한 130여만 건의 통화내역과 이메일, 국내·외 200여개 인터넷 사이트, 빅데이터社의 보관자료, 심리전 대응작전 관련 다수의 문건을 포함해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정밀 분석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민간 사이버전문가 및 전문업체의 기술협조를 받아 입체적이고 다양한 수사기법을 적용하여 사실관계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방대한 증거자료와 게시글을 분석하고 120여명에 이르는 관련자를 소환조사해 개개인의 혐의 여부를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 장기수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중간조사 결과 뒤집은 최종수사…부실 논란
한편 이번 최종수사결과는 앞선 중간수사결과를 뒤집는 것으로, 향후 부실·축소 수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이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간수사와 최종수사에서 속도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조사본부는 '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게시 의혹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정치 글' 작성 몸통으로 이모 사이버심리전 단장을 지목하면서 “전·현직 사령관은 사이버심리전 단장에게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