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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위기의 한국 뮤지컬, 미래 없는가…비상 긴급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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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7시58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오후 8시로 예정됐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을 앞두고 제작사 비오엠코리아의 최용석 대표 프로듀서가 취소 사실을 알렸다. 최 대표는 "일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출연료와 임금 지급이 지연돼 정상적인 공연이 이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뮤지컬계 침체를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들어 예정됐다가 취소된 뮤지컬만 10편 이상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일부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메이저 제작사 중 하나인 뮤지컬해븐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8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제3회 서울뮤지컬 페스티벌'(SMF) 국제콘퍼런스의 마지막 순서로 열린 '송승환의 100분 토론'에서는 뮤지컬의 현 상황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의견이 쏟아졌다.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말하다'가 주제다.

사회를 본 송승환 PMC프러덕션 회장은 "10년 사이에 뮤지컬 작품 수는 8배 늘었는데 관객수는 3배 밖에 늘지 않았다"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급과잉을 꼽았다. 그렇다보니 뮤지컬 제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티켓 파워를 지닌 뮤지컬스타에 의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관객 연령층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객석의 80% 가량은 20~30대 여성으로 채워집니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관객 타깃은 국한돼 있는 거죠.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티켓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힘든 구조죠. 제작사가 10만원짜리 티켓을 판다고 모두 가져가는 상황이 아닙니다. 신용카드로 사면 20%가 할인되고, 라이선스의 경우 로열티가 15% 빠져나가죠. 거기에 티켓 수수료가 5%, 부가세 10%를 빼면 장당 5만원입니다.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장의 규모는 커지는데 돈 버는 제작자를 만나기 힘든, 구조적 모순"의 이유로 3가지를 지적했다.

"시장 규모를 상회하고 있는 개런티, 라이선스 뮤지컬로 편향된 시장,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책이 부재합니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서 현명한 방법으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일부 뮤지컬스타들의 높은 개런티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뮤지컬계 블루칩인 김준수와 조승우를 써서 손해본 프로덕션은 없다는 것이 송승환 회장의 증언이다. "문제는 다른 배우들의 개런티도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예전에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한국 영화에서 주연배우의 개런티는 1억원이 적당하다면서 그 이상은 받지 않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뮤지컬배우들도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한국뮤지컬협회에서 관련 모임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회장에 따르면, 작년 한국에서 공연한 뮤지컬은 157편이다. 이 중 창작은 신작 39편·재공연 66편으로 총 105개다. 대부분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신작 12편·재공연 32편으로 총 44편이다. 여기에 투어 신작 2편, 투어 재공연 6편이 더해졌다.

송 회장은 "브로드웨이의 경우 신작 뮤지컬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5년, 길게는 7년이 걸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5~7년 프로덕션을 숙성시키셔 버틸 수 있는 재력 있는 컴퍼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등 흥행에 성공한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창작진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데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정책적으로 창작자들을 지원했는지, 사실 의문"이라면서 "창작진 육성뿐 아니라 산업적인 프로듀서와 에이전시 등 모든 것이 발전해야 창작뮤지컬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아카데미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 회장은 "한국 영화가 급부상하는 데는 DJ정부 때 투자가 주효했죠. 인재 양성을 위한 영화아카데미가 생겼습니다. 한국 대학의 뮤지컬학과는 대부분 배우를 위한 아카데미입니다. 믿고 맡길 만한 작가와 작곡가가 많지 않은 상황이에요. 뮤지컬 인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아카데미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설앤컴퍼니 대표인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 회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고용노동부와 손잡고 진행한 'K뮤지컬 아카데미'를 조만간 개소한다고 알렸다.

뮤지컬평론가인 이유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스쿨 연기전공 교수)은 글로벌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는 중국의 예를 들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작 뮤지컬의 개념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봤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적극적으로 라이선스처럼 마케팅을 해서 성공한 사례입니다. 몇년 전부터 한국뮤지컬의 정의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한국인 창작진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으면 창작뮤지컬로 볼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인 프로듀서가 참여했으면 그것도 한국 뮤지컬이죠. 창작뮤지컬에 대한 정의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규모는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송승환 회장은 "이 정도의 규모로는 산업화를 요구하기 어렵다"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로드웨이 진출은 사실상 먼 훗날의 이야기다. '명성황후' '영웅' 등 한국적인 소재를 차용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등 세계 무대를 두드렸으나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일본과 중국은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K뮤지컬이 정체성을 찾지 못했다. 일본 공연제작사 쇼치쿠의 프로듀서 히시누마 다에코가 지난 6일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국제콘퍼런스 일본 섹션 발제에서 일본 내 한국 뮤지컬 공연이 K팝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면서 "해당 스타의 팬을 위한 이벤트의 하나"라고 평가절하했다. 중국은 이제 시작 단계로 현지 규제가 많아 빠르게 활로를 뚫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10월에 한중문화산업 포럼이 열린다"면서 "한중이 문화산업에 대해 공동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그러면 중국 내에서 한국 방송이나 영화의 진출 기회가 많아진다. 뮤지컬도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부분에 대한 발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극 지원한 영화산업에 비하면 뮤지컬에 대한 투자는 현저히 부족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뮤지컬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며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경미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산업실장은 "뮤지컬은 지금까지 대중문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면서 "아직 많은 사람들이 대중문화로 생각하지 않는 패션이 지난해 대중문화로 편입돼 우리가 지원을 하고 있다. 뮤지컬도 조만간 산업적으로 다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정책과장도 "공연법문화산업 진흥기본법에 뮤지컬 카테고리가 따로 없다"면서 "(문체부 내) 전통공연예술과와 협의를 해서 문화산업 장르로 인식을 하도록 관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미하긴 하나 뮤지컬을 독자적인 장르로 보고 조금씩 지원의 틀도 갖추고 있다. 김정훈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제일 중요한 건 뮤지컬이 창작 예술이냐, 산업이냐 논쟁하기보다는 양쪽에서 필요한 지원을 따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연초부터 그와 관련해 중장기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한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진흥본부장은 "뮤지컬은 순수 장르인 연극의 세부 장르로 인식됐는데 올해부터는 별도의 영역과 사업으로 나워 지원하고 있다"면서 "뮤지컬 산업에 대한 지원의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원종원 교수는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뮤지컬 관계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시장을 키운 건 인정한다"면서 "이제 10여년이 지난만큼 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드는만큼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회장은 "요즘 스스로 구조조정되는 상황이 일견 바람직해보일 수 있는 이유는 부실한 제작자가 자연스레 퇴출되기 때문"이라면서 "마치 로또 당첨되듯, 무리하는 제작사들이 퇴출되면 건전한 제작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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