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IT 분야 신기술 사업의 정부출연금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관련 업체들로부터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National IT Industry Promotion Agency) 소속 연구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연구원과 결탁해 수십억원의 정부출연금을 빼돌린 관련 업체 대표 등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정부출연금 지원 대가로 수억~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NIPA 책임연구원 김모(38)씨와 수석연구원 선모(40)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NIPA 설립 이래 소속 임직원이 뇌물수수로 형사 처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들과 공모해 NIPA 발주 사업의 하청을 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배임수재)로 인천정보산업진흥원 부장 이모(39)씨도 구속 기소됐다.
NIPA 사물인터넷 사업팀 소속 책임연구원인 김씨는 2011년부터 3년 동안 NIPA 발주 사업 수주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거나 하청을 주는 대가로 업체 5곳으로부터 11억10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팀 수석연구원 선씨 역시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업체 3곳으로부터 1억4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인천정보산업진흥원 IT융합진흥부장 이씨는 2010~2013년 2개 업체로부터 2억9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업체 대표 등과 서로 짜고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사업비를 부풀려 책정한 뒤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으며, 업체 대표들이 정부출연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사업 이외의 목적으로 쓴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NIPA 소속 연구원들은 사업 기획부터 수행 업체 선정 및 감독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검찰은 김씨 등이 이와 같은 연구원의 지위와 영향력을 악용해 사업 수행 기관 선정부터 하청 단계까지 전부 개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씨는 친척 명의로 서류상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하청을 주는 것처럼 속여 용역 대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용역 하청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속이기 위해 허위 계약서나 허위 전자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했으며 실제 세금을 납부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씨 등 3명은 뇌물 등을 포함해 한 달에 3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으며, 3명 모두 고급 외제 승용차를 보유하고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과 결탁해 수십억원의 정부출연금을 횡령하고 그 중 일부를 뇌물로 건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뇌물공여)로 전자기기 제조업체 A사 영업본부장 성모(42)씨 등 IT 업체 관계자 5명 역시 구속 기소했다.
성씨는 NIPA 발주 사업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출연금 13억4000만원을 지원받아 이 중 9억4000만원을 공장 증축 비용 등 사업 수행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2억원은 NIPA 소속 책임연구원 김씨에게 뇌물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IT 업체 관계자 4명 역시 NIPA 발주 사업 수주 등의 대가로 김씨 등에게 1억3000만~3억4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성씨와 공모해 범행에 가담한 A사 연구소장 임모(43)씨는 불구속 기소됐으며, 해외 체류 중인 A사 대표 성모(46)씨는 기소중지됐다.
또 하청 제공 대가로 IT 업체 대표로부터 7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이사 윤모(59)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업체 관계자들은 김씨 등 사업 담당 연구원 및 주관 기관 담당자 등과 사전에 결탁, 정부출연금 일부를 나눠 가졌으며 나머지는 다시 뇌물로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원된 정부출연금 중 사업 수행 외에 다른 목적으로 쓰인 금액을 환수하도록 NIPA에 통보했다. 또 뇌물 수수를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전액 추징보전 조치했다. NIPA는 이미 5억4000만원을 환수했으며 나머지 8억원에 대해서도 환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NIPA는 정보통신산업 지원을 위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부) 산하에 세워졌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옮겨진 공공기관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먕 IT 신기술인 '사물인터넷' 사업의 확산을 위해 2008년부터 정부출연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0년 130억원, 2011년 150억원, 2012년 155억원, 지난해에는 138억원의 정부출연금이 지원됐다.
사물인터넷 사업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모든 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정보를 교류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지능형 인프라 사업이다. 차세대 신성장 산업 중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검찰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또 다른 공공기관의 연구원들이 뇌물을 받고 정부출연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