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30일 오전 지하철 1호선 구로역 내 2층 역무실과 연결돼 있는 고객 화장실에서 불이 나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러나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119에 신고·접수된 시간보다 4분 가량 뒤늦게 화재가 난 사실을 파악해 안전불감증의 민낯을 또다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소방당국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구로역에 불이 났다고 119에 최초 신고·접수된 시간은 오전 9시57분이다.
서울종합방재센터를 거쳐 사고 소식을 접한 소방당국은 관할인 구로소방서(소방관 21명·차량 7대)를 포함한 가용인력 100여명과 차량 37대를 총 동원해 17분만에 진화했다. 역 선로와 대합실로까지 퍼진 연기에 놀란 수 십여명의 시민들이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이 불로 배전반이 훼손돼 신호계통의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서 역 내의 모든 신호기가 먹통된 탓에 구로역을 통과하는 상·하행선 열차와 KTX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코레일 측은 수신호를 이용해 오전 10시46분께 KTX와 일반열차의 운행을 재개했고, 오전 11시 4분부로 경인선 상·하행 전동열차도 운행에 들어갔다.
구로역~안양역 간 상·하행 전동열차는 신호기 복구가 완료된 낮 12시5분께 정상 운행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배전반이 불에 타면서 역내 신호장애가 발생했지만 낮 12시5분 신호기 복구작업이 끝나 모든 열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장실 옆 배전반에서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레일의 늦장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코레일은 역사 내 불이 나고도 4분이 지난 오전 10시1분이 돼서야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자칫 큰 화재로 번져 초기 구조가 필요했다면 골든타임(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을 놓쳤을 수 있던 셈이다. 서울시가 밝힌 화재 발생시 초동 대처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5분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관제실에서 파악한 시간으로, 구조상 역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세하게 다 알기는 어렵다. 화재 발생 최초 시각과는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