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SK그룹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52,사진) 전 SK해운 고문의 항소심 재판부가 그를 이 사건의 주범으로 판단한 후 원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고문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최태원 SK회장 형제 등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공범들에게 역할을 분담시키는 등 범행 전반에 깊숙히 관여하며 이 사건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또 "기업은 자산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에 따라 외부에도 먼저 모범을 보여줘야한다"며 "그러나 주주 및 직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돌아갈 몫이었던 자금이 최 회장 형제의 사적 이익으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SK계열사의 손해는 최태원 회장의 개인 자금으로 해결돼 피해 회복은 됐으나 김씨는 450억 중 대부분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음에도 피해 회복에 기여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의 항소 이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1심과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펀드출현과 자금의 송금 등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의 개인적인 금전거래 였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또 김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다른 증거에서 인정되는 사실관계와 김 대표의 증언 중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취록에 대해서도 "재판 진행 후 등장한 해당 녹취록은 대화 일부분만 녹취한 것이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편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김씨가 2011년 3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중국을 거쳐 대만으로 도피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검찰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를 압수수색하자 중국으로 떠났다가 수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후 홀로 대만으로 이주했다"며 "이는 한국과 대만이 국교가 체결되지 않았고 범죄인인도협약도 없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소한 김씨는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려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며 "해외 체류시에도 공범과 변호인을 만나는 등 수사상황에 대한 파악이 가능했지만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귀국하기는 커녕 오히려 대응방안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씨는 2008년 10월 최 회장 형제, 김 전 대표와 공모해 SK텔레콤 등 계열사로부터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펀드출자 선지급금 명목으로 464억원을 송금받아 옵션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은 옵션투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SK계열사의 자금을 펀드 선지급금 명목으로 횡령한 점을 인정해 김 전 고문에게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판결 받았고, 그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