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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하도겸 칼럼]마을이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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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박사의 ‘삶이야기 禪이야기’ <58>

일본 혼슈(本州) 서남부에 위치한 시코쿠(四國) 지방의 남부지역 고치현(高知縣)에서는 매년 8월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고치 시내의 경연장에서 약 150여개 단체 1만8000여명이 참여하는 축제가 열린다. 도쿠시마(德島)현의 전통적인 ‘아와오도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이 축제는 오늘날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마츠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1954년 시작된 축제는 건강과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고 여름철 불경기를 타파하며 상점가의 진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늘날 일본의 젊은이들이 가장 참가하고 싶어 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 마츠리는 커다란 스피커를 단 트럭(지카타샤: 地方車) 앞에서 각양각색의 복장과 음악으로 무장한 팀들이 그들만의 춤 동작으로 1년에 한 번 일본인들만의 경직된 사회 관념을 벗어나는 일탈의 꿈을 모두의 공인 하에서 풀어낸다. 행사에 참가한 일본인들은 일상에서 억압된 스트레스를 몇백 미터의 거리를 통해 그동안 손가락질 당할까 봐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탈을 과감하게 터뜨린다. 매년 150여개 오도리코타이(踊り子隊: 댄싱팀)의 1만8000여명의 춤꾼들이 참여하는 ‘춤의 경연장’은 요즘은 홋카이도(北海道)를 비롯해 도쿄(東京) 등 대도시에서도 볼 수 있다. 문화 소외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변두리 지방(Local)문화가 허브가 돼 도심 문화화된 대표적인 경우로 우리나라의 천안흥타령춤축제도 이를 벤치마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사코이(よさこい)란 ‘밤에 놀러 와요’라는 뜻을 가진 고치 지역의 민요이다. 요사코이 마츠리가 일본 전통적인 축제는 아니지만 팝이든 댄스곡이든 어떤 장르의 노래라도 이 민요의 한 구절을 넣은 곡만을 틀 수 있다는 규칙이 있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이 절묘하다. 심장이 터질 듯이 울려대는 스피커 앞에서 혼이 나간 사람처럼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광하는 듯이 춤추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장관이다.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자인 최찬호씨는 대학 시절 해외지역 현장조사의 하나로 고치현의 조그만 산골 마을인 구름 위의 마을 ‘유스하라쵸’(雲の上の梼原町)를 방문해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29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0대에 성공한 이들이 TV 화면을 가득 채운 그때를 기억하는 그는 평생 무슨 일을 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찾는다. 그의 나이 서른 살에 다시 방문한 유스하라에서 그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일본 산골 마을과 요사코이 마츠리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앞으로 10년의 계획을 세우고 공연기획자로서의 꿈을 정한다. 공연예술과 아무 연관도 없던 시절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공연기획의 꿈을 가지고 30대에는 “문화예술계에서 나의 입지를 만들자”로 정한다. 건설회사에서 자금회계를 담당했고 루이뷔통에서 서비스 직원으로도 일한 바 있는 그는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일본, 중국 등 국제교류를 담당하며 문화예술기획에 필요한 자금, 서비스, 국제 감각과 마케팅을 익혔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자인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한·중·일 문화정보지 BESETO 편집장, 중앙대와 성신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국립국악원 최초의 하우스매니저, 국악방송의 행복한 하루 패널 진행자를 거쳐 지금은 동덕여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하우스매니저협회 회장,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경영진흥공단 자문위원, 성남시장권활성화재단 자문위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심의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그의 나이 마흔에 얻은 세 살배기 아들인 율이를 ‘사랑이 넘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며 남자로서는 쉽지 않은 육아휴직을 과감하게 실행하기도 했다. 과거 여직원이 육아 때문에 회사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들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영어로 ‘Passion’은 열정 또는 고난으로 해석된다. 항상 열정과 고난 사이에 산다는 최찬호씨는 남들은 쉽게 살 생각을 하는데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하지? 라고 생각하곤 한다. 우리 주변에 꿈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살아간다. 꿈을 포기한 사람은 그 순간은 온갖 이유를 대며 기뻐하는 척하지만 점차 불안해지며 초라해지는 자신의 작아진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살아가고자 한다. 지극히 선한 것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 흐르는 물로 풀이 자라고 소가 와서 풀을 뜯고 인간이 모여 살 수 있지만 고인 물은 썩어서 잘못 먹으면 병이 들어 죽게 된다고 이해한 그는 고난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안주하지 않고[0] 새로운 것[1]을 추구하며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사람이다.

요즘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문화를 통한 마을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년에 그는 마포 갈비로 유명한 마포구 도화동에서 지역 상인들과 함께 축제를 만들었다. 문화예술로 지역 상권을 키우고자 기획한 제12회 마포음식문화축제 ‘페스티벌 ㄷ’을 성공리에 개최했다. 한글의 자음인 ‘ㄷ’에서 형상화한 축제프로그램을 기획한 그는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이 꿈을 꾸고 실현하는 최찬호씨는 남들의 관심 밖인 분야에 관심을 두고 남들이 어렵다고 말할 때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죽었던 생명도 다시 살아나서 숨을 쉰다. 그는 남들이 관심 두지 않는 분야(국악·무용·재래시장 등), 모두 어렵다고 하는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 미군부대가 빠져나가서 통폐합 바람이 부는 동두천으로 이사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문화를 통한 마을 만들기를 하고 싶은 그에게 주변 이웃들은 “동두천에 왜 들어왔나?”라고 묻는다. “나중에 동두천 시장하려고요!”라며 씩 웃으면서 대답하는 그를 이웃들은 고마워한다. 지금도 그의 주변에서는 동두천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유명한 한 바리스타는 고치현의 산골 마을에 찾아와 커피집을 연다. 그가 내린 커피는 이미 유명해져서 그의 커피를 맛보고자 멀리서도 찾아온다. 그 바리스타의 꿈도 문화를 통한 마을 만들기다. 언젠가 입소문을 타서 그의 카페가 유명해진다면 그 옆에 작은 빵집도 생기고 과자 집도 생긴다. 그래서 하나의 마을이 만들어지고 지역 상권과 문화도 진흥될 것이라는 꿈을 실천하고 있다. 최찬호씨가 대학 시절 학생대표로 참가한 그 일본의 산골 마을에는 지금 김치 공장도 있고 돌솥 비빔밥집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벤치마킹한 그가 동두천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된다.

*칼럼니스트 하도겸은 법륜사 목요요가명상교실(오후 7시부터)과 일요입보리행론강론모임(오후 3시)에서 무료자원봉사의 하나로 법사로 참가하면서 자신을 바로 보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아울러 칼럼을 통해 말법시대 불교계의 자성과 쇄신을 촉구하는 뜻에서 종교와 불교화합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칼럼 내용 대부분은 제보되거나 인터뷰한 분의 글을 수정·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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