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에 첫 연습을 했어요. 행복하게 살자고 했죠. 음악가들은 압니다. 연주를 잘할 때 행복하다는 걸요.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복잡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행복하게 삽시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이사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제5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임헌정 교수(61·서울대 음대)는 단원들에게 맨 처음 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며 웃었다.
임 예술감독은 서울대학교와 뉴욕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했다. 1985년부터 서울대 음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1989년부터 부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25년간 이 단체를 이끌며 한국의 3대 교향악단 중 하나로 키웠다. 특히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통해 말러를 알린 것으로 유명하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는 11월21일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을 출발로 '브루크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말러를 처음 했을 때 '왜 말러'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죠. 당시 우스개 소리로 산에 올라가는 사람은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 올라가는 거라며 말러가 있으니까 한다고 그랬죠. 그런데 말러는 굉장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곡가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제가 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하고 싶을 때 에너지가 나오잖아요."
브루크너 역시 마찬가지다. "말러도 어렵다고 했고, 브루크너 역시 재미있는 음악은 아니에요. 하지만, 오래 음미한다보면 친구 같죠. 사람을 맑게 해주고, 착하게 해주고 그래요. 그래서 선택했어요. 아직 경험하지 않은 세계지만, 들으면 새로운 음악 세계가 열릴 거예요."
예술의전당 상주단체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다.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 등의 연주를 도맡는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태동 단계를 압니다. 제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 친구, 후배들이 힘을 보탰죠. 민간이라 지자체의 정부 지원 없이 국립극장 로비에서 연습하고 그랬던 오케스트라예요. 지금은 예술의전당의 상주 단체이고 문체부 지원도 받죠. 하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어요."
특히 단원들의 연봉과 복지가 문제다. "일한만큼 수당이 나오는 구조고, 기본급이 낮아서 단원들의 개인적인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요. 지난해 12월에는 단 하루만 쉬었더라고요. 그래서 음악가의 자존심을 걸고 연주를 잘하자고 했어요. 음악가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했죠. 일단 (연봉 등의 부분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해요.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죠. 먼저 (돈을) 달라고 하지 말자고 했어요. 음악가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죠.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고 좋은 연주로 화답하자는 이야기에요. 그러면 서서히 여건도 개선될 거라 믿습니다."
단원들의 실력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많다"고 짚었다. "기량의 차이는 크게 나는 것이 아닙니다. 연습이 아니고 마음이죠. 연습은 결과물입니다. 단원들에게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죠. 그건 노예 취급하는 겁니다. 단원들의 경험을을 활용해서 의기투합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오케스트라는 팀워크이거든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 등의 연주를 전담하는만큼 오케스트라로는 드물게 오페라, 발레, 심포니를 연주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오페라도 하는 오케스트라가 몇 군데 없어요. 오페라도 하고 발레도 하는 감성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임기를 시작했으나 취임 기념 연주회는 6월19일이다. "부천필하고 계획을 세운 것은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해요. 나 몰라라하면 의리 없는 사람, 무책임한 사람이죠. 사전에 약속한 서울시향, 수원시향 지휘를 하고 부천필의 4월 교향악 축제도 합니다. 이미 제가 지휘하는 것으로 계약이 끝난 상태라 8~9월 부천필의 유럽 투어도 진행해요. 음악가들은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합니다. 룰이 깨지면 일을 할 수 없죠."
임 예술감독은 평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러워서 할 수 있는 건 뒤돌아서 있는 지휘자밖에 없어서 지휘를 하고 있다는 농담을 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자신이 할 몫이 있을 것 같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맡았다.
"국립예술단체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죠. 따로 법인체로 있기 때문이에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중요한 기본 역할은 국립단체 역을 하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라고 이해했어요.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하는 것이 그것이죠. 음악가로서 보람을 느낄 것 같아 선뜻 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임 예술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와 안전행정부(장관 유정복)가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맞아 13일 오후 7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펼치는 '2014 세종 신년음악회'를 지휘한다. 내년 창단 30주년을 맞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유럽 투어를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