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은 곡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멋있는 옷을 입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귀여운 콘셉트로 변신한다. 훈훈했다가도 곧 섹시해진다. 아이돌만이 가진 장점은 다양한 콘셉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데뷔 16년째인 그룹 '신화' 이민우(35)의 진단이다. 이민우는 "아이돌그룹들과 경쟁하는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지는 않는다. 새롭게 데뷔하는 신인들이 많은 걸 보면 기분이 좋기는 하다"며 웃는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여유를 담은 미소다.
멋있었다가 귀여웠고, 훈훈했다가 섹시해진 이민우가 솔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미니앨범 'M+TEN'을 발표했다. 솔로 활동 이름인 'M'으로 활동한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앨범이다.
"리얼 사운드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전자음이 아니라 기타와 피아노, 리얼 드럼으로 구축된 노래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 장점이 춤이기 때문에 음악을 춤에 녹일 수 있는 노래들을 담고자 했어요."
타이틀곡은 '택시'다. 취한 채 올라탄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옮겨 담은 직설적인 가사와 반복되는 후렴구가 따라부르기 쉽다. "지난해 11월 솔로 데뷔 10주년에 맞춰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타이틀곡이 안 나와 답답했어요. '택시'는 듣자마자 맛있는 요리를 먹고 감탄하듯 답답했던 마음 한구석이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민우는 잠에서 막 깬 듯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무대에 오른다. 취한 듯 노래하고 흐느적거리며 춤춘다. "자연스럽고 이민우만이 할 수 있는 'M스타일' 무대를 구상했어요. 가볍지만 재밌고, 신선하지만 익숙하고 그런 것들을 생각했죠. 취한 보컬 라인을 살렸기 때문에 그런 느낌으로 무대를 자유롭게 휘젓고 싶었어요."
신화의 멤버 에릭(35)이 랩 피처링하고 또 다른 멤버 전진(34)이 뮤직비디오에 등장, 오랜 의리를 과시한다. "신화 10주년 콘서트 생각이 나요. 엔딩 무대에서 큰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데 서로 껴안으면서 참, 눈물도 나고 뭉클했죠. 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익보다 팀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애정이 필요한 거 같아요."
최장수 아이돌로서 신화를 매일 쓰고 있다. "신화는 예전처럼 틀에 짜여 있고 딱딱한 느낌을 빼고 편안하고 부드럽고 남자다운 모습 보여줄 때라고 생각해요. 30대 중후반에 느낄 수 있는 노련미와 원숙미를 보여주려는 거죠. 신화의 타이틀곡은 쉽지 않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음악, 퍼포먼스를 추구해요. 그게 가장 어렵죠."
서른 중반, 팬들과 함께 시간을 쌓고 있다. "결혼도 부모님 허락보다 팬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웃는다. "팬들이 이렇게 좋아해 주는데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자기들은 아기 낳고 행복하게 살잖아요? (웃음) 팬이 허락하는 타이밍에 팬이 허락할 것 같은 사람과 하고 싶어요."
당장은 일이 먼저다. 3월 신화 콘서트를 앞두고 솔로 활동에 매진한다. 4월에는 'M'으로 아시아를 돌며 공연한다. 5월 서울 콘서트를 마치면 신화의 또 다른 멤버 신혜성(35)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하반기 신화 정규앨범도 작업 중이다.
"음악방송에 가면 비슷한 또래의 가수가 없는 게 걱정이에요. 복학생이 학교 가는 기분이죠. 1월에 앨범을 내서 비와 같이 활동할걸 그랬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