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공기총살해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윤모(69·여)씨의 허위진단서 작성과 관련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주치의와 영남제분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일 법원에 출석했다.
윤씨의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주치의 박모(54) 교수는 변호사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5분께 서울서부지법에 도착했다. 혐의 인정 여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박 교수 측은 변호인은 “그런 사실 없다. 법정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가짜 진단서를 요구하며 박 교수에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이자 영남제분 회장 류모(66)씨는 이날 오전 10시10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류 회장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한 채 굳은 표정으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류 회장이 이날 법정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 카페 '안티영남제분' 운영자 정모(40)씨가 류 회장을 향해 밀가루를 뿌리는 소동이 일어났다.
박 교수는 류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지난 2007년 6일 이후 허위·과장 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류 회장은 박 교수에게 가짜 진단서를 요구한 뒤 수차례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검찰과 변호인의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지난달 29일 윤씨의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세브란스병원 주치의 박 교수와 영남제분 회장 류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세브란스병원을 압수수색한 뒤 박 교수와 진료를 한 의사 10여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박 교수를 상대로 윤씨의 병세가 실제로 형집행 정지를 받을 정도의 상태였는지와 진단서 발급 경위와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윤씨는 지난 2002년 3월 당시 판사였던 사위 김모씨와 이종사촌 관계인 여대생 하모(당시 22)씨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해 자신의 조카와 김모(52)씨 등에게 하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했다. 윤씨의 조카와 김씨 등은 1억7000만원을 받고 하씨를 납치해 공기총으로 살해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5월 윤씨와 윤씨 조카,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씨는 이후 2007년부터 유방암 수술 등을 이유로 수십 차례 형집행정지를 이용해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윤씨는 또 경기도 일산의 한 종합병원 특실에 입원하는 등 유방암과 안과질환, 파킨슨병 등을 이유로 호화로운 병원 생활을 하며 최근까지 형집행정지를 5차례나 연장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오성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서부지법 309호실에서 심문을 실시한 뒤 오후 늦게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