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인기 여배우 앤 해서웨이는 어느 날 신문에서 선배 배우인 케이트 윈슬렛의 기사를 읽고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기사의 내용에는 비극적 요소가 없었으며 개인적 친분 때문에 슬픈 추억이 되살아난 것도 아니었다. 앤 해서웨이는 다만 “케이트 윈슬렛이 너무도 존경스럽게 느껴졌고,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에 울었다”고 말했다.
이유를 들어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이 눈물의 원인은 무엇일까? 출연작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전성기를 구사하는 앤 해서웨이에게 어떤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것일까? 혹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의 해답은 20여 년의 심리 상담 경험을 가진 임상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제시한 ‘섬세한 사람’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섬세한 사람이란 유전적으로 신체적 민감성과 정서적 섬세함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중립적인 용어다. 일레인 아론 박사는 섬세한 사람의 특성을 깊은 정보처리 능력, 과잉 각성, 강한 정서 반응성, 감각 민감성으로 꼽았다. 같은 직업을 가진 선배의 기사를 보고 감탄과 경애의 마음만으로 눈물을 쏟을 수도 있고, 강한 감각 자극에 남들보다 쉽게 압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며 선천적으로 이 같은 특성을 지닌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레인 아론 박사에 따르면, 세상의 20%가량이 선천적으로 섬세한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섬세한 사람의 30%는 외향적 성격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여린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방증이다.
일레인 아론 박사는 “그동안 민감성과 섬세함에 대한 연구들이 지나친 수줍음, 내성적임, 예민함 또는 여러 병리적인 면들에 치우쳐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부적응적 모습을 넘어 섬세한 사람만의 남다른 가치를 재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진행된 꾸준한 상담과 심리치료가 진행됐다. 상담의 내용은 오늘(2일), 도서출판 디어 센서티브(대표 도인종)에서 출간된 ‘섬세한 사람에게 해주는 상담실 안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섬세한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의 사례와 교감하며 치유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섬세한 사람에게 해주는 상담실 안 이야기’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는 섬세한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서 불편해하고 있는 상대가 있을 때 그가 좀 더 편안하게 대하거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낸다. 섬세하고 미묘한 향기나 맛, 소리 및 예술작품의 감상에 뛰어나며 복잡하지만 풍요로운 내면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다른 어떤 이들보다도 양심적인 모습을 보인다.
저자인 일레인 아론 박사는 “섬세한 사람들의 긍정적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고, 일방적인 조언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내용을 통해 섬세한 사람 스스로 지닌 선천적인 특성에 대한 통찰의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정보제공 및 상담을 제공하는 디어 센서티브는 섬세한 특성을 지닌 아이들을 위해 독서치료용 그림책 ‘섬세한 아이, 연두’와 영어 그림책인 ‘sensitive child, yellow green’을 제작해 섬세한 성향의 아이 및 섬세한 자녀와의 교감을 원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