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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의 닮은꼴 원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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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왕진 - 환경정의연구소장

후꾸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냉각씨스템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원자로 노심용융(爐心鎔融) 같은 심각한 위험이 진정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사이에 대기, 바다, 지상은 물론 지하로까지 누출된 방사성물질은 원전 노동자와 지역주민은 물론 전세계인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고 경위는 매우 단순하고 어이없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3월 11일 대지진 당시 후꾸시마 제1원전 6기 가운데 가동중이던 1, 2, 3호기는 자동으로 가동 중단되고 제어봉이 삽입되어 핵분열 속도를 늦추며 원자로를 식히는 단계로 들어갔다. 그러나 지진으로 외부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비상용 전원으로 설치한 디젤발전기가 쓰나미에 잠겨 작동하지 않자 원자로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못한 것이다.

방사성물질, 한반도로 건너올까

냉각시스템이 붕괴되자 고열로 인해 연료봉이 녹는 노심용융이 일으났고 그 결과 원자로 내부에 고압증기가 형성됐다. 원자로의 안전을 위해 이를 강제 배출하는 과정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 1호기와 3호기의 외벽이 날아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자로 내부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담겨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가 1, 2, 3호기 모두에서 손상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한편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 중단됐던 4, 5, 6호기 중 4호기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냉각수가 줄어들면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 사용후핵연료는 격납용기로 봉인된 것이 아니어서 방사성물질이 쉽게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후꾸시마 원전사고는 이미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을 외부로 유출시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토양오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전 반경 20km 내인 현행 주민대피 범위를 확대하라고 일본에 권고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반경 40km 이내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수돗물과 시금치 및 일부 육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원전 인근 지하수에서는 기준치의 1만배에 달하는 방사성물질이 확인되었다.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NISA)은 제1원전 1~4호기 남쪽 배수구 부근 바닷물에서 기준치의 4385배에 달하는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토오꾜오전력은 이러한 바다 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2호기의 균열된 곳에서 1000밀리시버트(mSv)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장면을 공개했다.

한편 바람을 타고 날아간 방사성물질은 미국, 독일, 중국 등 대륙과 대양은 물론 극지방에서까지 검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후꾸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것으로 확인되는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으며 노르웨이대기연구소(NILU)의 전망에 따르면 조만간 한반도에 후꾸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바람이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상륙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원전은 얼마나 안전한가

이처럼 핵분열의 가공할 위력과 순식간에 방사성물질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공포를 경험한 많은 이들에게 '무한에너지'라는 원자력에 대한 환상과 안전 신화는 이제 낡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해졌다. 그래서 가까운 이웃에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도 편서풍 타령만 하고 있는 정부의 방사능재해 대응을 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다. 특히 한반도의 방사성물질에 대한 측정과 발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재해관리체계의 미비와 정보투명성의 미흡 같은 문제는 단위면적당 세계 최고 밀집도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정책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원자력정책은 일란성 쌍둥이라 할 만큼 비슷하다. 우선 정부가 원자력을 전력정책의 핵심으로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자력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원자력 진흥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의 하위조직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느슨한 안전규제 씨스템은 필연적으로 원전사업자의 정비 소홀을 부른다. 이번 후꾸시마 원전의 경우에도 사고 11일 전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 장비 33개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는데 그중에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비상 디젤발전기, 원자로의 펌프, 발전장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 관련 정책결정의 폐쇄성도 두 나라가 닮은꼴이다. 원전 주무부처, 소수의 전문가그룹, 그리고 발전회사 간에 강력한 카르텔을 구성하여 정책결정을 독점하는 한편 그간 수차례 발생한 크고작은 사고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고 개선방안 마련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원전사고에 대해 발전회사의 배상한도액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적극 열어놓음으로써 발전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원자력 손해배상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하지 않아서 월경성(越境性) 방사성물질의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어렵다는 점 등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방사능 방재대책의 정비가 우선

무엇보다 우선 할 일은 우리나라의 허술한 방사능 방재대책을 정비하는 것이다. 국내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이 적절한 정보를 활용하여 안전정책의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방사성물질 감시시스템의 정비 및 해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 유입대책 등을 포함하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의 개정작업도 시급하다.

둘째, 원자력 안전규제 시스템의 강화를 위해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추천 인사의 참여를 보장하여 규제기관 및 위원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오래된 원전의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의 건설계획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 고리 1호기가 30년 설계수명을 마치고 10년 연장운행이 결정됐고 월성 1호기가 수명연장 심사중인데 그 과정이 매우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명연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030년까지 59%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대로 진행되면 부산과 울산 사이에 12기의 원전이 가동되며, 이는 원전 밀집지역 반경 30km 내에 무려 32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원자력 없는 사회로 가는 길

마지막으로 원자력 중심의 전력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장기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원자력은 안전하지 않을뿐더러 결코 싸지도 않은 에너지다. 정부는 원자력의 전기단가가 1kW당 39원으로 51원인 석탄발전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가격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원전 해체철거비용(일본의 경우 원전 1기당 약 1조 3500억원 예상), 사고가 났을 때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막대한 손해배상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이미 전력의 31%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즉각적인 원전 폐쇄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가스발전과 열병합발전,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서 추가적인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 정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노후 원전을 대체함으로써 ‘원자력 없는 사회’의 실현을 국가 비전으로 가져가 볼 만하다. 재생에너지, 가스발전소 등으로 2017년까지 원자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로 결정한 독일의 에너지정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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