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7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FTA 번역 망신사건과 속도주의

URL복사

최재성 - 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3월 3일 국회에서는 2월 28일 외교통상부가 제출한 한EU FTA 비준동의안의 안건 상정이 쟁점이었다. 이전에 국회에 제출했던 비준동의안에 다수의 번역 오류가 발견되자 이를 철회하고 새롭게 수정한 국문협정문을 다시 제출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평행선을 긋는 논쟁이 이어졌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미처 수정되지 못한 번역 오류가 다수 남아 있으며, 이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상식적인 입장이었다. 또한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국회법 59조의 적용을 받아 최소 20일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이 문제가 단순한 번역상의 오류이며 오래도록 숙성기간을 거쳤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상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어처구니없는 협정문의 번역 오류

외교부 장관은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EU측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7월 1일 발효시점에 맞추기 위해서는 3월 임시국회 내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비준동의안은 상임위에 상정하되 4월 임시국회 기간에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정부측도 그때까지 국문협정문 전체를 재검독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외교부 내에 전문적인 번역시스템이 없다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외교부는 사고가 터진 후에야 통상협정의 법률 검토·번역을 전담할 상설조직을 통상법무과에 설치해 내·외부 인력을 보강할 방침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전문인력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번역을 전담할 조직을 만드는 것은 향후 맺어질 외교협정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외교부 밖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속도전’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 4대강사업, 예산 날치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정부는 부작용과 대책에 대해 충분한 검토작업을 건너뛴다. 결과야 어떻든 일단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보는 것이다.

비상식적 대응으로 망신 거듭한 외교부

한EU FTA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1년 7월 1일로 시한을 못박아놓다보니 번역에 대한 세밀한 검토도 없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특히 언론을 통해 지난 2월 21일 번역 오류가 밝혀졌다면 협정문 전체에 대한 정밀한 검토를 거쳐 또다른 오류는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상식적으로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그런데 오류 협정문 원안을 비준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비준 이후에 EU측과 별도의 합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비난이 거세어지자 그제야 겨우 잘못이 밝혀진 부분만 고쳐와 다시 제출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회가 미비점을 보완해서 4월에 논의하자는 결론에 이르자 전체적으로 다시 훑어보겠다고 발을 뺐다. 그러나 재검독 중 추가로 번역 오류가 나타날 경우에는 비준부터 시키고 추후 EU와 정정에 관한 합의를 다시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가 망신당한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국회에 명백히 오류가 있는 비준안을 알면서도 통과시켜달라고 하며 국회 망신을 초래하겠다는 심보다.

협정 ‘발효시점’ 설정, 명백한 월권행위

FTA는 국민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요한 국제조약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가 엄밀히 규정되고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곧바로 우리 국민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FTA 같은 국제협상에서는 국익을 위해 문구 하나, 수치 하나를 놓고 오랜 줄다리기를 한다. 그렇게 어렵게 따낸 수치를 우리에게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잘못 옮긴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완벽한 정비 없이 비준 먼저 받겠다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황당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시간의 부족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발효시점이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불확실한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날짜를 미리 정해놓음으로써 그 날짜를 신뢰하게 된 상대 국가, 그리고 우리 국민이 재산상 피해를 입게 하는 등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협정의 ‘타결시점’을 정하고 업무를 추진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나, 권한에도 없는 협정의 ‘발효시점’을 정해놓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벌써 잊었나

비단 한EU FTA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미국 의회에서 논의의 진척이 없어 발효시기가 늦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했다. 결과적으로 우리쪽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주장하고 있지만 협상 전략과 결과에 대한 예측 모두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미·한EU FTA 모두 시한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 특유의 업무 스타일이 그대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4월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다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을 떠올리길 바란다. 지금 같은 스마트한 시대에 속도전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나 홀로 앞만 보고 가는 것은 필패(必敗)의 길이다. 정부는 이번 번역 망신사건에서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길 바란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회,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미 한인 구금 사태'·관세 협상 등 쟁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회는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한다. 여야는 '내란 종식' '미 조지아주 한인 구금 사태', 한미 관세 협상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드론 도발 등 외환죄 논란을 집중 부각하면서 내란 종식 프레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내란 종식이 대한민국의 정상화"라며 "우리 당은 내란 청산 그리고 끊임없는 개혁,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미국 조지아주 한인 구금 사태와 대미 외교 및 한미 관세 협상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현안을 집중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미관세 협상을 사실상 '외교 참사'로 보고 있고 지금도 손을 놓고 있다"며 "조지아주 구금 사태, 현 정부의 대북관, 군 내 무너지는 안보 관련 내용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특별재판부 또는 사법부 해체 등 다양한 이슈들이 많다"며 "관세 문제, 미국과의 외교 문제도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명명

경제

더보기
"제조업·AI는 미래 경쟁력" 이노비즈협회, 옴부즈만과 규제 개선 간담회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는 16일 경기 판교 협회 대회의실에서 최승재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함께 이노비즈기업인 현장소통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글로벌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동시에 정부가 추진 중인 AI 활성화 정책 방향에 맞춰 혁신형 중소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이노비즈협회 정광천 회장을 비롯 최영호 부회장(㈜리스크제로 대표), 배민성 부회장(㈜지니테크 대표), 김종원 부회장(㈜네오피에스 대표), 박지환 이사(㈜씽크포비엘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옴부즈만 측에서는 최승재 옴부즈만과 지원단 관계자가 함께했다. 간담회에서는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AI 데이터 규제 개선을 위한 TDM 면책 제도 도입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 △기술융복합 R&D 관련 외국인 전문인력 비자 제도 개선 등 혁신형 중소기업의 성장과 AI 확산을 위한 현장 규제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이노비즈기업은 제조업의 뿌리를 지키면서 동시에 AI와 같은 신기술을 선도하는 혁신 주체”라며, “최근

사회

더보기
해양경찰관 고(故)이재석 경사 사건과 관련 인천해경서장 대기 발령
(사진=뉴시스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가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 사고와 관련해 관할 해경서장을 대기 발령 조치했다. 해양경찰청은 16일 이광진 인천해양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중부해경청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해경청은 또 인천해경서 영흥파출소 소장과 사고 당시 당직 팀장도 대기 발령 조치했다. 인천해경서는 지난 11일 새벽 인천 영흥도 갯벌에서 이 경사가 고립자 구조 중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건을 은폐 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파출소 당직자는 모두 6명이었으나 이 중 4명은 휴게시간이라 이 경사만 혼자서 출동했고 추가 인원 투입도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팀 동료 4명은 전날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경사 순직 사고와 관련해 해경은 2인 출동이나 최대 3시간 휴게 등 다수의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순직 사고와 관련 "해경이 아닌 외부의 독립적인 기관에 맡겨 엄정히 조사하라"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