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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투쟁, 교문을 넘어 청년자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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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원 -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연대사업국장

개나리 투쟁. 대학등록금 투쟁이 봄에 ‘반짝’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올해는 뭔가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학생과 학부모, 사회단체를 포함한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4·2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시민-대학생 대회’가 열렸다. 벌써 한달 가까이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있는 고려대에서는 등록금 인하를 외치는 비상학생총회를 다시 연다고 한다.

이처럼 개화 시기는 예년과 같은데 만발한 꽃은 질 줄 모른다. 10년 가까이 학생운동을 지켜봐 온 필자가 보기에도 2011년 봄은 분명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미 학기초부터 경희대, 고려대, 덕성여대, 세종대, 숭실대, 이화여대, 인하대 등의 학교가 등록금 문제로 비상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그중에서는 경희대처럼 등록금 인상을 저지한 학교도 적지 않다. 최근 학생들의 자살과 함께 논란이 된 ‘징벌적 등록금제’를 시행한 카이스트에서도 개교이래 처음으로 비상학생총회가 소집될 정도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등록금 투쟁

사회적인 관심도 뜨겁다. 홍익대 미화노동자 투쟁을 적극 지지했던 배우 김여진 씨는 지난달 MBC ‘100분 토론’의 패널로 출연해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그 등록금을 내려고 아르바이트하다가 공부는 언제하나? 등록금 때문에 받은 대출을 졸업해서 갚으려니 취직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역시 등록금 문제로 민생토론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다.

고액 등록금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대학생들의 움직임도 예전과 사뭇 다르다. 과거 등록금 투쟁이 각 대학 학생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자생적인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모임 ‘등록금당’이 생겨 천명이 넘는 당원들이 고액 등록금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이제 등록금 투쟁은 ‘등록금넷’ 같은 사회단체 또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나 교육학자 등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고교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 속에서 이 문제는 국민 대다수의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의 대학생들은 자유롭고 건강한 학문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에서 시장만능의 경쟁논리에 따라 마치 경마장 말처럼 훈육되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도 마찬가지다. 재개발과 부동산 투기의 광풍 속에 치솟는 방값은 자취·하숙생의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현실적 조건들은 대학생 자신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저소득층 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같은 압박은 단지 저소득층 학생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비교적 넉넉한 가정형편에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부모에게 지원받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지원받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에서 비롯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때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압박감은 그들을 온전히 자립적인 주체로 설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경제적인 자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자유로운 학문 탐구나 활발한 사회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등록금 투쟁이 집안배경과 상관없이 대다수 학생들에게 지지받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청년세대의 노동권을 주장하는 ‘청년 유니온’이나, 20대 주거권 문제를 고민하는 ‘민달팽이 유니온’, 지난 지방선거 때 20대들의 능동적 정치적 참여를 보여준 ‘커피당’ 등의 움직임처럼 등록금 문제 역시 청년세대의 사회적 운동으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등록금 인상 반대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자립에 대한 고민이 실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을 한해 앞둔 현재적 상황에서 등록금 이슈를 제기하고 확산시킬 청년층을 조직하고, 등록금 인하를 포함한 포괄적인 교육정책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청년세대가 자립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들, 가령 교육권, 주거권, 노동권 등의 문제에 대해 제도권 안팎에서 전면적인 연대를 형성하고 이러한 권리가 청년층에 당연하게 주어져야 할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청년층의 보편적 요구를 결집해야

이를테면 진보개혁진영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복지의 하나인 무상급식을 쟁점화했던 것처럼, 모든 대학생들이 스스로 벌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이 상식적인 조치임을 주장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이 내걸었던 ‘반값 등록금’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며, 한국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세대를 위해 시급한 정책임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청년문제를 고민하며 등장한 자생적 단체들 역시 실질적인 등록금 개혁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에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대학생 주거지 이전운동 등을 통해 대학생들이 지역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된 유권자가 될 수 있음을 선언해야 한다. 이미 성균관대 수원캠퍼스나 신촌지역 몇몇 대학에서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거지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리고 일각에서 등록금 인상의 대체물로 제시되는 장학금 확충에 대해서도 대학생들 스스로 단호한 의사를 피력할 필요가 있다. 노동의 댓가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교내 아르바이트 월급까지 장학금에 포함돼 있는 현실에서 장학금을 확충하겠다는 것은, 결국 경제적 사정이나 학점 수준에 따라 일부에게만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러한 혜택이 일부의 것이 아니라 학생들 모두에게 열려진 것이 되어야 하며, 장학금을 아예 없애는 한이 있더라도 등록금 적정 수준으로 낮추라고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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