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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수구역특별법? 무소불위의 하천오염먹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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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우리 세시풍속에는 답교(踏橋)라고 해서 음력 정월 보름에 다리들을 밟고 건너며 달구경을 즐기는 인파가 청계천에 붐볐다고 한다. 유월 보름에는 유두(流頭)라 하여 나쁜 일을 털어버리기 위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씻고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또 탁족(濯足)이라 하여 여름철에 맑은 물을 찾아 발을 담그며 놀았으며,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멱을 감는 천렵(川獵)이란 것도 있었다. 이런 정도는 되어야 친수(親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지 않을까?

흔히 친수공간의 좋은 사례라고 소개되는 유럽의 호수나 강변의 사진들을 보면 깊은 물에 뛰어들어 수영이라도 하지 않으면 물과 접촉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 있다. 그저 물 구경이나 할 도리밖에 없는 워터프론트(water-front)다. 오히려 독일의 재(再)자연화된 이자르 강변의 자갈밭에 앉아 노는 사람들의 모습에 훨씬 친근감이 간다. 우리에게는 어린아이들이라도 물장구치고 노는 데 별로 지장이 없는 그런 모래강변이 있다.
 
‘친수’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정부가 친수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하는 한강개발을 보자. 1980년대에 손을 댄 한강개발은 자연생태계를 몰아내고 둔치에 위락시설을 설치하고 유람선을 띄웠는데, 지금은 수심이 깊어 가까이 할 엄두도 못내는데다가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 사이에 점토층(뻘흙)이 쌓여 오염이 심해져서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는 그림의 떡이 되었다. 텅 빈 유람선에 시설유지비가 많이 들어 비용편익면에서도 손실이 크다. 과거 한강 백사장에 수십만 인파가 몰렸던 사실과 비교하면 이상하기만 하다. 오히려 자연생태계를 즐기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었으면 강수욕 등 자연의 하천을 즐기는 편익이 지금보다 컸을 것이며, 훨씬 뛰어난 친수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패작 한강개발을 모델로 하여 ‘친수’개발을 하자는 법이 만들어졌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친수구역활용에관한특별법(이하 친수구역특별법)이 그것이다. 말썽이 되고 있는 이유의 가장 밑바닥에는 이와 같은 ‘친수’에 대한 오해가 깔려 있음을 물론이다. 이름부터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법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수한 문제가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4대강공사로 만들어질 ‘물탱크’를 경관적으로 활용하는 개발과 그로 인한 이익을 위해 강 양안 4㎞까지 토지수용을 가능케 하고, 개발용도나 규모에도 제한이 없는 이른바 ‘수자원공사 특혜법’이라 할 만하다. 이 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판정을 내리고 있을까? 지난 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의 발제자(조명래 단국대 교수)와 토론자(정남순 변호사, 정민걸 공주대 교수)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다.

친수구역특별법의 정체

첫째, 29개나 되는 상위법이나 관련법의 조항을 무시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법이라는 점이다. ‘특별법’이란 비정상적 상황하에 규제완화를 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나 필요한 것인데, 그런 비정상적 상황이 존재하는 것일까? 게다가 절차에 있어서도 사업계획 없이 친수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제4조 2항) 이는 곧 사전환경성 검토 없이(제4조 4항) 제멋대로 지정해도 괜찮다는 말이 된다. ‘빨리빨리’의 날림을 조장하는 ‘공사판’ 법률이다.

둘째, 엄격한 수질관리가 요구되는 수변구역에 오염의 위험성을 높이고, 난개발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4대강공사는 자연이 내려준 천혜의 필터장치인 모래를 몽땅 없앤 후 물탱크를 만드는 사업이어서, 흘러드는 물들의 수질관리를 엄격히 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친수구역법은 완전히 역주행하고 있다. 친수구역의 지정 내용을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수계법의 오염총량기본계획과 그 관리계획 및 하수도법의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 반영되도록 강제해놓고 있어서(제10조 2항, 3항) 협의와 조정과정마저도 생략하면서 완전히 하극상을 저지르는 듯한 법조항을 만들어놓았다. 또 상수원 수질관리를 위해 이미 지정해놓은 수변구역도 임의로 해제하게끔 해놓았다. 한마디로 친수구역이 수질을 오염시켜도 아무런 제재가 없도록 무장해제시킨 것이다. 먹는 강물을 ‘똥물’로 만들지 그렇지 않을지는 개발사업자의 손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수질오염, 개발이익 독점, 위헌 가능성까지 

셋째, 정부가 앞장서서 개발이익의 창출을 도모하고 수자원공사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친수구역의 공공소유토지는 수의계약으로 사업자에게 매각하고 대금은 장기분할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제25조), 조세감면의 혜택(제40조)도 주어서 사회적 책무의 이행 없이 개발이익을 취할 수 있는 특혜를 주고 있다. 법이 시행될 경우 지방은 사업에 실패하기 쉽고 그나마 사업성을 인정받는 수도권의 경우도 실제로 들어설 후보지인 남한강변 여주 일대는 서울로부터 40~50km권이어서 지금과 같은 인구감소기에는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기존의 신도시 건설 때마다 그래왔듯이 도로나 철도의 각종 광역인프라 건설은 국민의 돈으로 집행하고 그로 인해 창출되는 개발이익은 특정 주체가 독점하는 행태가 재현될 것이다. 게다가 그 주변 토지소유자는 광역인프라 건설과 새 인구의 집적에 따른 지가상승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다.
 
넷째, 필자가 추가하는 관점인데,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친수구역특별법을 보면 “제19조(토지 등의 수용·사용) ①사업시행자는 친수구역조성사업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토지수용을 할 경우 헌법에는 “제23조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와 유사한 택지개발촉진법을 보자. 학자들은 이 법이 위헌성이 강하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주택을 보급하기 위해 토지를 수용한 다음 개발 후 토지를 매각한다는 데 있다. 주택을 보급한다는 것은 공공목적으로 인정할 만하므로 개인토지를 수용했다면 주택만 보급하고 토지는 국유지로 두는 것이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토지정의이고, 이것이 토지를 둘러싼 공공필요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의 택지개발시 토지매각 행위는 이러한 공공필요의 개념에 어긋남으로써 본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친수구역특별법은 한술 더 떠서 개발이익의 창출을 목적으로 땅장사를 선언하는 내용이 법조문을 채우면서 토지수용을 자행하고 있다. 바로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네 가지를 요약하면 친수구역특별법은 수자원공사와 주변 토지주에 특혜를 주고, 식수 오염의 위험성에 대한 감당은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실로 용감무쌍한 ‘먹(고)튀(는)법’이라 할 만하다.

국토를 영구적으로 망가뜨리려는가

국토를 이용하는 계획과 개발은 원래 절차가 까다롭다. 아마도 관련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은 이를 실감할 터이다. 왜 그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해놓았을까? 일반적인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수정을 하면 회복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국토환경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는 비가역성을 가진데다 한정재이자 공공재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다로운 절차는 세계 어디서나 예외가 없다. 그러나 일단 발효되면 대단한 위력을 갖는다. 그만한 절차와 기간을 통해 저항을 합리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날기 위해서는 바람의 저항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식을 외면한 친수구역특별법은 국토공간을 파괴하는 데 멍석을 깔아주는 법률이다. 국토는 당대의 국민만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후손 대대로 사용할 민족의 영구적 자산이다. 지금 특별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후 일사천리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후손에 죄를 짓는 것이다. 권력은 양날의 칼과 같다. 늘 그래왔듯이 잘못 사용하면 권력자 자신부터 해치는 칼이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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