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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진실의 탐험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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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어진 - 문화교류공간 서울셀렉션 기획실장

21세기초 어느날 줄기세포를 내걸고 혜성처럼 나타난 과학자 황우석.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습니다”라는 비장한 멘트를 날렸을 때 우리는 단번에 그에게 매혹되었다. 세계 1위에 대한 국민적 강박 또는 목마름을 단숨에 씻어줄 영웅이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 치료라니, 첨단과학 보유국으로서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고 줄기세포 연구는 국익과 동일시되었다. 언론은 줄기세포 연구에 신선한 난자가 필요하다고 떠들었다. 그러자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여성들이 줄을 이었다. 그녀들의 난자 공여의사 표명 내지 실제 제공은 ‘애국여성’적인 행동으로 떠받들어지기까지 했다. 난자 제공의 윤리적 측면이나 배란 유도과정에 따르게 마련인 부작용과 합병증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곧잘 무시되었다.

<PD수첩>은 그때 외쳤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를 위해 600여 개의 난자가 불법 매매로 거래되었다”고. 그 뒤 폭탄선언이 이어진다. “줄기세포는 애초에 없었다”(「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2005.11.22;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 2006.1.3). <PD수첩> 20년사에 이처럼 극적인 순간이 또 있을까? 텔레비전 앞에 앉아 PD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던 순간의 전율을 나는 잊지 못한다. 황우석이라는 국가적 신화에 도전한 괘씸죄로 한동안 <PD수첩> 제작진은 매도당했고 모욕과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승리했다.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 만일 <PD수첩>팀이 그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오래지 않아 『싸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국제적 과학전문지, 또는 외국의 생명과학단체와 외신들에 의해 모든 것이 밝혀졌을 것이다. <PD수첩> 덕분에 대한민국 언론과 사회는 자체정화능력을 지닌 국가로서의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진실의 목격자들’이란 부제가 붙은 책 『PD수첩』은 <PD수첩> 역대 제작진 80여명 중 황우석 스캔들을 파헤친 한학수 PD 등 ‘문제적’ 프로듀서 9명이 직접 쓴 글과 그들에 대한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정교한 질문으로 방송 너머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까지를 이끌어낸다. PD들은 그에게 진실의 기록자로서 겪는 애환과, 때로 속절없이 마주치는 무기력감을 털어놓는다. “선출직도 아닌 언론인이, 그것도 사기업 월급쟁이면서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공인의 책임의무를 져야 하는 것은 얼마나 무거운 일일까? 첨예한 사안일수록 심판관의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균형감각’이며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라고 송일준 PD는 말한다. 그의 꿈은 “상식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방송된 아이템만 열거해봐도 <PD수첩>은 지난 20년 대한민국 현대사 압축판으로 읽힌다. 5월 광주,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 미군기지 이전, 미군 장갑차와 두 여중생의 죽음,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용산참사, 어린이 성폭행, 부동산, 의료문제, 이주노동자, 동성애, 4대강사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수많은 문제를 다뤄왔다. 청와대, 검찰, 국정원, 국회까지 성역들도 총망라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황우석사건 같은 폭발력을 지닌 사안을 지금 <PD수첩>이 파헤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마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오늘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PD수첩>팀의 현실인식이다. <PD수첩>의 심층보도를 가능케 한 사회적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후퇴가 낳은 사회 감시기능 저하의 댓가를 앞으로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는 건 불 보듯 빤하다. 그럼에도 2010년 4월, <PD수첩>의 최승호 PD는 ‘법의 날’을 맞아 「검사와 스폰서」 편을 방송했다. 제보에 바탕을 두고 꼼꼼히 검증된 내용이었다. 여건과 상황을 탓하지 않고 <PD수첩>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제 한국의 최대 권력으로 등장한 삼성, 이 집단을 감시해야 할 주류언론은 상당부분 그들에게 회유당한 지 오래다. 현재 삼성은 탐사 저널리즘이 접근하기 힘든 성역 중의 성역이다.

한학수 PD는 말한다. “<PD수첩>에서 사태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가진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뿐이다. 압축적, 비약적으로 근대화를 이루어왔고 현대적인 틀로 치장하고 있지만, 사회 내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그런 문제들을 말이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그 이후의 일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맞다. <PD수첩>의 제작진과 건강한 시민의식을 지닌 시청자들이 함께할 때에만 그러한 문제제기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가 말했듯, “한국사회가 어이없게 후퇴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급격히 성장해서 괴로울 때도 있지만, 결코 간단한 사회는 아니라고 본다. 그 저변에는 어떤 식으로든 시민사회의 힘이 있다”. 그러니 “한번 방송해봤는데 세상이 달라지지 않더라 하면서 섣불리 단념할 게 아니”다.

<PD수첩>에 바라는 게 있다. 사회 비판과 권력 감시, 그리고 약자 보호의 기능 못지않게, 앞으로는 희망도 많이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PD수첩>이 내건 또 하나의 깃발인 “신명나는 세상을 위하여” 말이다. 잠시 민주주의가 주춤하고 있다 해도 희망의 증거들은 도처에 있다. ‘2009 희망의 조건’ 시리즈에서 보여준 남한산초등학교처럼 ‘행복을 배우는 작은 학교’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공교육의 결함을 극복하려는 실험교실 등 대안적 현장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행중인 공동체 실험의 사례들은 어떨까. 무한경쟁 시장경제 체제가 강요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넘어서기 위해 공동체 정신의 귀환이 절박하게 필요한 때다.

꼭 성공사례만 보여달라는 건 아니다. 공동체 실험은 실패조차 경험이고 자산이라고 보면 된다. 시선을 넓히면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또다른 예로, DMZ를 평화미술관으로 전환한다면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적 차원의 평화 의제를 제시하는 문화공간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리 모두 식상해져버린 ‘운동권’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운동을 창출해낼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주면 더욱 좋겠다. 이렇게 바라는 게 많은 걸 보면 <PD수첩>의 20년이 이룬 성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소외되는 사람이 없고,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며, 국민이 주인인 그런 나라”. 그림같이 아름다운 바로 그 나라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직 우리에게는 <PD수첩>이 필요하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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