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김건희 여사가 구형량보다 훨씬 낮은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것은 담당 재판부가 현행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증거재판주의를 철저히 적용한 결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과 제27형사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김건희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는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In Dubio Pro Reo’라는 라틴어 문구를 인용했다.
이 문구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의미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제325조(무죄의 판결)는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가 시세조종 세력으로 지목된 블랙펄인베스트(이하 블랙펄) 측에 주기로 한 수익금 약정 40%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상당히 높음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녹음되는 것을 염려했음 등을 근거로 “2010년 10월∼2011년 1월 시세조종 행위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게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신증권(주식회사) 계좌에서 주식 18만주가 매도되던 시기 미래에셋대우 계좌에선 더 높은 가격에 11만여주가 매수된 데 의문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미필적으로나마 자기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법의 적용에는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세조종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며 “김건희 여사가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김건희 여사에게 시세조종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것.
김건희 여사가 2011년 1월 블랙펄 측이 일방적으로 할인율을 정해 블록딜로 매각한 것에 항의한 것도 무죄 선고의 한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블록딜은 기관과 기관 사이에 이뤄지는 대량 매매다.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묶어 일괄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만약 공모관계에 있다면 블랙펄이 일방적으로 할인율을 정해 시세보다 약 2억5천만원 가량 저가로 할인 매각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1년 1월∼2012년 12월 시세조종 부분에 대해선 ”앞서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세력에 대한 확정판결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로 인정되지 않았고 김건희 여사의 매수 행위는 독자적 판단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한 2010년 10월∼2011년 1월, 2011년 3월 이뤄진 행위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난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기간)제1항은 ”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한다. 1.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25년. 2.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5년. 3.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0년“이라고, 제326조(면소의 판결)는 ”다음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3. 공소의 시효가 완성되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6조(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제1항은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자기가 매도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서로 짠 후 매도하는 행위“라고, 제443조(벌칙)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4배 이상 6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한다. 4. 제176조제1항을 위반하여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밖에 타인에게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같은 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공동정범으로서 범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명태균 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배포한 것일 뿐, 이를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 씨 측과 여론조사에 관한 계약을 맺은 바 없고 여론조사의 실시 여부나 방법,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나 배포 등에 관해 명태균 씨에게 지시했다는 자료도 없다“며 김건희 여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론조사가 김건희 여사의 지시나 의뢰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면 설문 내용과 공표 여부 등에 관해 김건희 여사에게 지시를 받았어야 하는데 이를 명태균 씨가 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재판부는 ”피고인 부부는 명태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받는 상대방들 중 하나였을 뿐 여론조사 결과가 전속적으로 귀속되는 주체였다고 평가되지 않는다“며 ”명태균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나기 전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것은 그 홍보 효과를 통해 여론조사 의뢰가 들어오는 그 자신의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비용의 경우 명태균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과 친분이 있는 듯한 외관을 형성한 뒤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고 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관련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지급받아 충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명태균 씨가 2022년 3월 김건희 여사로부터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취지로 언급한 후에도 이준석 개혁신당 당 대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5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공천을 부탁한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김건희 여사가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며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은 당시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 사이의 토론을 거쳐 투표에 의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명태균 씨에 대해 ”'빵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 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특별시장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등 자기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