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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정 기리는 음악서사극 ‘검은 여울, 금빛 묵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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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현행 5만 원권 지폐 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풍죽도(風竹圖)’의 주인공인 조선 최고의 묵죽화가 탄은(灘隱) 이정의 서거 400주년을 맞아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음악서사극 ‘검은 여울, 금빛 묵향’이 무대에 오른다. 필통창작센터(대표 김효섭)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28일(금)과 29일(토) 양일간 공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임진왜란 당시 오른팔에 큰 부상을 입고 화가로서 치명적인 시련을 겪었던 이정이 공주 탄천(灘川)에서 재기한 역사적 배경에 주목한다. 자신의 호를 ‘여울 뒤에 숨는다’는 뜻의 ‘탄은(灘隱)’이라 지을 만큼 깊은 좌절에 빠졌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공주의 자연이었다. 굽이치는 금강의 생명력과 월선정(月先亭)의 달빛, 그리고 추위를 뚫고 피어난 학봉리의 매화와 대나무는 그에게 예술적 원천이자 거대한 치유의 힘이 됐다.

 

극은 이정이 공주의 환경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조선의 명예를 걸고 명나라 사신 주지번과 벌이는 예술적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쟁으로 국토는 황폐해졌으나 조선의 정신은 결코 꺾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이 대결에서 검은 비단 위에 금니(金泥)로 그려지는 대나무는 공주가 키워낸 조선 문화 강국의 위엄을 상징한다. 특히 실제 수묵화가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무대 위에서 펼쳐지며 묵향이 피어나는 생생한 현장감을 더할 예정이다.

 

필통창작센터 김효섭 대표는 이번 작품을 통해 탄은 이정에게 공주는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예술적 모태였음을 강조한다. 금강의 물줄기와 계룡산의 정기가 그의 상처를 보듬어 조선의 기개로 승화됐으며, 이것이 곧 무너진 나라의 자존심을 세우는 문화적 저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디어아트 대신 실제 화가의 붓길이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연출을 도입해 고난을 딛고 다시 일어선 탄은의 절박한 심정과 조선 묵향의 생동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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