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천안시가 이동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생활 속 접근성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전환점을 맞았다. 이동약자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설 앞 ‘턱 하나’가 더 이상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본격화된 것이다.
천안시의회는 지난 23일 열린 제286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철환 의원(국민의힘·성환읍·직산읍·입장면)이 대표 발의한 「천안시 이동약자를 위한 경사로 설치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번 조례안은 이동약자의 실질적인 이동권 보장을 목표로, 경사로 설치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법은 있어도 갈 수 없는 곳’… 생활 속 접근성의 사각지대
그동안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시설과 대형 민간시설에는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왔다. 그러나 소규모 음식점, 동네 상점, 병·의원, 생활편의시설 등 이동약자가 실제로 자주 이용하는 시설 상당수는 법적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나 보행이 불편한 노인, 유모차를 이용하는 보호자들은 시설 출입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단 몇 센티미터의 턱이나 계단이 일상생활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법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갈 수 없는 공간’이 다수 존재했던 셈이다.
이번 조례안은 이러한 생활 속 접근성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이동약자의 이동권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 공공·민간 아우르는 경사로 설치 지원 근거 마련
조례안에 따르면 천안시는 이동약자의 이용이 잦은 공공시설은 물론 민간 공중이용시설에 대해서도 경사로 설치를 지원할 수 있다. 지원 대상과 범위, 경사로 설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시설 유형에 맞는 안전하고 실효성 있는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경사로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지원 절차와 정산 방식, 시설주의 유지·관리 의무를 명확히 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 단순히 설치에 그치지 않고, 이후 관리까지 책임지도록 규정함으로써 장기적인 접근성 확보를 도모한 것이다.
아울러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을 신청할 경우에는 지원 비용을 반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제도의 공정성과 행정 신뢰성도 함께 확보했다.
■ 소규모 시설까지 지원… ‘생활 밀착형’ 접근성 개선 기대
특히 이번 조례안의 가장 큰 특징은 법적 의무설치 대상이 아닌 소규모 시설도 신청을 통해 경사로 설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는 이동약자의 실제 생활 동선을 고려한 조치로,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동네 식당, 약국, 미용실, 소규모 병·의원 등에서 경사로 설치가 확대될 경우, 이동약자의 사회활동 참여 폭은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지역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포용적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 안전과 편의의 균형… 도로 점용 허가 기준도 명시
조례안은 이동약자의 편의 증진뿐 아니라 시민 안전까지 함께 고려했다. 경사로 설치 과정에서 도로 점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행자 안전, 교통 흐름, 주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허가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무분별한 시설 설치로 인한 보행 불편이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도시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접근성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이동약자와 비이동약자 모두에게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다.
■ “이동권은 기본권”… 김철환 의원의 문제의식
김철환 의원은 이번 조례 제정의 취지에 대해 “경사로 하나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이동약자에게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입구이자 자립의 시작”이라며 “이번 조례를 통해 접근성 개선이 공공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 공중이용시설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동약자의 이동권 보장은 선택이나 배려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 보장돼야 할 기본권”이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조례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이번 조례안이 이동약자의 사회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포용적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제도 마련 넘어 실행이 관건… 향후 과제는
이번 조례안 통과로 천안시는 이동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틀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향후에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 선정, 예산 확보, 시민 홍보 등을 통해 경사로 설치 지원 사업이 실질적으로 현장에 안착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례가 단발성 정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치 기준을 개선하고, 민간 시설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례안은 이동약자의 이동권을 도시 정책의 핵심 가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턱 없는 도시’를 향한 천안시의 이번 선택이, 모두가 함께 이동하고 함께 살아가는 포용 도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