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8,145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고, 1조 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1,855억 달러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1,2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반도체 수출도 처음 600억 달러를 넘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83.5% 증가한 1,209억 4,000만 달러(약 164조 3,333억 원), 수입은 26% 오른 710억 9,000만 달러(96조 5,971억 원)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403억 7,000만 달러(54조 8,548억 원) 늘어난 498억 5,000만 달러(67조 7,362억 원)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월간 무역흑자가 400억 달러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9월 수출은 6월에 세운 종전 최대 기록을 뛰어넘어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 역시 전년 같은 달보다 104.9% 증가한 56억 3,000만 달러(7조 6,500억 원)로, 처음으로 50억 달러를 웃돌았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8% 증가한 8,145억 달러(1,106조 7,426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최대 수출 기록이었던 7,093억 달러(963조 7,968억 원)를 9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산업부는 이러한 수출 호조가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월 1,200억 달러는 세계적으로 37위권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남은 3개월 중 두 달만 월 1,000억 달러 이상 수출을 이어간다면 11월 말~12월 초에는 1조 달러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 수출, 사상 첫 600억 달러 돌파...단일 품목 중 최초 주요 20대 수출 품목 중 11개가 수출 증가를 보였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들의 수출도 23% 늘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262.8% 급증한 603억 달러(81조 9,356억 원)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 8월의 466억 5,000만 달러(63조 3,880억 원)를 뛰어넘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540억 7,000만 달러(73조 4,703억 원)로, 전년 대비 358.6% 증가했다. 시스템 반도체 역시 28.8% 늘어난 55억 4,000만 달러(7조 5,278억 원)를 기록했다. 메모리 고정가격도 계속 오름세다. DDR5 16Gb 가격은 7월 45달러에서 8월 46.5달러, 9월에는 48달러로 올랐다. 낸드 128Gb 가격도 같은 기간 30.05달러, 30.48달러, 30.61달러로 점차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물량도 같은 기간 10% 이상 늘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9.9%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이끌고 있지만, 산업부는 다른 품목의 수출도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한쪽에 쏠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는 선을 그었다. 강 실장은 "9월 수출이 예상을 뛰어넘어 1,200억 달러를 찍은 결정적 동력은 반도체였다"며 "반도체 수출이 600억 달러를 넘을 거라고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를 뺀 수출도 23% 늘었고, 반도체와 컴퓨터까지 제외해도 12% 증가했다"며 "굳이 반도체 비중을 인위적으로 낮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계속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 호조가 올해 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관련 수요 덕분에 컴퓨터 수출도 힘을 받았다. 컴퓨터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5.3% 급증한 70억 달러(9조 5,116억 원)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에이전틱 AI의 확산과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으로 AI 서버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8개월 연속 세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SSD 수출은 67억7000만 달러(9조199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2.0%나 뛰었다. 컴퓨터 수출도 꾸준히 늘었다. 4월 41억 달러, 5월 42억 달러, 6월 54억 달러, 7월 48억 달러, 8월 62억 달러에 이어 9월에는 70억 달러(9조5116억원)로까지 확대됐다. 무선통신기기 수출 역시 21억4000만 달러(2조9078억원)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4% 증가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가 잘됐고, 아이폰용 부품 수출도 늘어나면서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중고차 침체에 자동차 수출 5.5% 하락…석유 수출단가는 상승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5% 줄어든 60억5000만 달러(8조2207억원)였다. 지난해 10월이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9월로 옮겨오면서 조업일수가 줄었고, 중고차 수출이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그래도 일평균 자동차 수출은 오히려 5.5% 증가했다. 좀 더 살펴보면, 내연기관차 수출은 31억6000만 달러(4조2938억원)로 13.9%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18억4000만 달러(2조5002억원)로 8.8%, 전기차는 10억6000만 달러(1조4403억원)로 1.1% 늘었다. 신차 수출도 56억 달러(7조6093억원)로 4.4% 증가한 반면, 중고차는 4억5000만 달러(6115억원)로 56.8%나 감소했다. 선박 수출은 37억6000만 달러(5조1091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9.9% 증가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 물량이 늘면서 물량과 단가가 모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각각 72억2000만 달러(9조8105억원), 39억5000만 달러(5조3673억원)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각각 72.0%, 5.1% 증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줄고 홍해 수송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올라 수출 단가가 함께 상승했다. 다만, 물량은 석유제품이 6.9%, 석유화학이 19.1% 감소했다. 9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3.71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2.4% 올랐다. 석유제품의 수출 단가는 톤당 1267달러로 84.7%, 석유화학은 톤당 1416달러로 30.0% 상승했다. 이차전지 수출은 7억2000만 달러(9783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0% 늘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커지고 광물 가격까지 오르면서 수출 물량과 단가 모두 회복돼 5개월 연속 성장세다. 강 실장은 "1200억 달러 달성은 반도체를 앞세우고, 석유제품·자동차·선박·철강 등 주요 품목이 힘을 보탠 결과"라며 "10월에도 자동차 수출은 연휴가 있지만, 9월보다는 조업일수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입규제 강화 속에서도 철강 수출 증가…화장품은 역대 최대 철강 수출은 22억4000만 달러(3조437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했다. 미국의 관세, 유럽연합의 관세할당제 등 수입 규제가 강화됐지만, AI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늘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 실장은 "철강은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는 부진했지만, 미국 수출이 1~25일 기준 약 50% 가까이 증가했다"며 "미국발 AI데이터센터용 강재·판재류의 수출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기계 수출은 40억7000만 달러(5조5303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구매지수(PMI) 개선, 해외공장 투자 확대 흐름에도 불구하고 조업일수 감소와 물류비 상승 등이 부담이 됐다. 바이오헬스 수출은 15억5000만 달러(2조1061억원)로 전년보다 8.6% 줄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조업일수가 줄고 지난해 같은 달 실적이 워낙 높았던 탓도 컸다. 화장품 수출은 15억1000만 달러(2조518억원)로, 전년 같은 달보다 31.4%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미국, 아세안, EU 등 주요 지역에서 고루 증가하면서 11개월째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수산식품 수출은 11억1000만 달러(1조5083억원)로 전년 동월보다 4.7% 줄었다. 면류와 소스류 등은 선전했지만, 조업일수가 줄면서 기호식품과 수산가공품 등 주요 품목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전기기기 수출도 전선, 변압기, 접속기, 차단기 등을 중심으로 23.4% 늘어난 18억3000만 달러(2조4866억원)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비철금속 수출 역시 AI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요 증가, 국제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33.6% 오른 17억4000만 달러(2조3643억원)를 기록했다. ◆ 대중국 수출 4개월째 200억 달러 넘어서… 대미국도 10개월 연속 증가 지역별로 보면 9대 주요 수출지역 중 6곳에서 수출이 늘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260억1000만 달러(35조3424억원)로, 전년 동월보다 무려 122.7% 증가하며 4개월 연속 200억 달러를 넘겼다. 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일부 품목은 부진했지만,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첨단산업이 전체 증가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대중국 품목별 수출 증가율을 보면 반도체가 320.5%, 무선통신기기가 69.9%, 컴퓨터는 234.1%에 달했다. 석유화학만 0.6% 소폭 줄었다. 미국 수출은 243억3000만 달러(33조596억원)로 137.0%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AI 인프라 투자 증가로 반도체, 컴퓨터 수출이 크게 늘었고, 자동차, 일반기계 등 주요 품목도 좋은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1~25일) 대미국 수출은 반도체가 674.8%, 컴퓨터가 462.9%나 급증했다. 자동차도 17.2%, 일반기계 28.1% 각각 늘었다. 아세안 수출은 212억9000만 달러(28조9289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92.6% 증가하며 최초로 월간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석유제품, 선박 등 주요 품목이 고르게 성장했다. 지난달 1~25일 기준 반도체는 205.8%, 석유제품은 64.2%, 선박은 무려 349.0% 늘었다. EU 수출도 86억5000만 달러(11조7536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0.9% 증가, 10개월 연속 오름세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은 물론, 화장품과 농수산식품도 고루 증가했다. 이 기간 EU 수출 품목별 증가율은 반도체 275.6%, 자동차 28.7%, 석유제품 241.8%였다. 일본으로 수출은 32억1000만 달러(4조3617억원)로, 25.3% 늘어나며 8개월 연속 증가 중이다. 인도 수출 역시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 주력 품목이 강세를 보이며 49.7% 증가한 25억8000만 달러(3조5057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중동 수출은 16억 달러(2조1741억원)로 14.1%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농수산식품, 화장품 등 일부 소비재 품목은 증가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자동차, 일반기계 등이 부진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은 15.9%, 일반기계는 37.1% 감소했다. 중남미 수출은 철강, 선박 등이 주춤해 29억1000만 달러(3조9541억원)로 3.5% 줄었고, 독립국가연합(CIS) 수출도 중고차 수출 감소 영향으로 38.2% 줄어든 9억4000만 달러(1조2773억원)에 그쳤다. 9월 수입은 전년 같은 달보다 26.0% 늘어난 710억 9,000만 달러(약 96조 5,971억 원)로 집계됐다. 에너지 수입은 129억 6,000만 달러(17조 6,100억 원)로 38% 증가했고, 에너지를 제외한 품목 수입도 581억 3,000만 달러(78조 9,870억 원)로 23.6% 늘었다. 특히 원유는 수입 물량이 2% 늘고, 단가가 35.7% 오르면서 전체 수입액이 38.4% 증가해 80억 달러(10조 8,704억 원)를 기록했다. 비에너지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 장비 수입이 34억 4,000만 달러(4조 6,743억 원)로 50.8% 뛰었고, 무선통신기기도 20억 1,000만 달러(2조 7,312억 원)로 27.3% 증가했다. 올해 1~9월 누적 무역흑자는 2,525억 달러(343조 97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7억 달러(275조 4,288억 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연간 무역흑자였던 774억 달러 기록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추세라면 올해 연간 무역흑자가 3,6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9월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200억 달러를 넘겼고, 1~9월 누적 수출도 8,000억 달러를 돌파해, 지난해 기록했던 7,093억 달러를 일찌감치 넘어섰다”며 “이 같은 성과는 우리 산업과 기업의 저력을 다시 보여준 것이고,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기업인 여러분의 땀과 노력이 만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도 기대할 만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동 지역의 긴장 등은 여전히 우리 수출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주요국과의 고위급 채널을 상시로 가동해 수출 규제 동향을 꼼꼼히 점검하고, 예기치 못한 대외 변수들이 수출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4분기에도 수출 상승세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