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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순의 아트&컬처] 시적, 몽환적 표현 더해가는 사실주의 화가 이석주의 회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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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미술관 《이석주》전 9.21~11.26
초기 <벽>부터 최근작 <사유적 공간>까지 35점
이해랑, 이석주, 이사라 3대의 리얼리즘 계보
최근 시간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고민 담아

 

극사실주의 1세대로 불려온 이석주(71) 작가의 준 회고전 성격을 띤 특별기획전이 모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석주는 한국의 극사실회화를 말할 때 가장 첫 번째 언급되는 이름이다.  


추상미술이 주류였던 70년대, 사진보다도 더 사실적인 벽돌을 그려 한국 화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작가이다. 1970년대 주태석 고영훈 지석철과 함께 ‘홍대 극사실주의 4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극사실은 결코 하이퍼리얼리즘으로서의 극사실주의는 아니다. 오히려 대상의 진실성이 드러나는 재현에 가깝다. 그는 더 이상 극사실적인 재현에만 관심있는 작가가 아니다. 


이석주는 오히려 “여러 이미지들을 연결해 서사를 만들고 싶은 부분이 더 크다”고 말한다. 


사실 작가는 사진보다 더 실제 같은 그림을 섬세하게 그리느라 다작을 못한 게 사실이다. 요즘의 그는 “표현주의적인 부분도 많이 표현하며 페인팅 자체를 즐긴다”고 말한다.  


그가 극사실주의 화가로 인식되게 된 것은 70년대말부터 그린 붉은 벽돌담을 소재로 한 <벽>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큰 캔버스에 크게 확대한 듯한 벽돌의 사실적인 정밀 묘사는 극도의 사실적인 그림이어서 강한 인상을 주었다. 100호의 캔버스에 붉은 벽돌은 어쩌면 우리 삶을 답답하게 가로막는 현실의 벽 같은 느낌도 주어 추상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80년대를 넘어가면서 그는 색다른 화풍을 보여주었다. 일상생활 속에 스쳐지나간 우연히 마주친 듯한 대상이나 풍경을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화폭에 펼친 것 같은 <일상> 연작이 그것이다. 


그의 예술적인 DNA는 한국 현대연극의 선구자였던 연극인 이해랑(1916~1989) 선생에게서 온 것인지 모른다. 이해랑 선생이 생전에 배우겸 연출가로서 무대에서 펼친 리얼리즘의 전통은 이석주 작가와 부친처럼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손녀 이사라(44)에게 대물림된 것 같다. 


3남2녀 중 유일하게 예술의 길로 들어선 이석주 작가는 “부드럽고 자상하던 아버지는 연출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첫날이면 내게 공연을 보고 이야기해 달라고 하셨다”고 추억한다. 이 점은 작가가 리얼리즘 회화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동기가 될듯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이석주 작가는 초기엔 극사실주의로 분류될만한 작품을 많이 했죠. 그러나 90년대 이후에는 시적이며 몽환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경향도 가미되고 있다”면서 “작품 소재나 상황, 앵글 등에서 극적 표현이 상당히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한다. 

 

 

초기 <벽> 연작부터 <사유적 공간> 연작까지 35점 출품


준 회고전 성격을 띤 이번 특별기획전에는 이석주 작가의 초창기 작품인 <벽> 연작부터 최근 작품인 <사유적 공간> 연작까지 대작 중심의 대표작 35점의 작품이 소개됐다. 극사실주의라는 형식 아래 이석주의 작품 세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작품을 평가하면서 비평가 임성훈은 “이석주의 회화가 이 ‘베리즘(verism)’을 향해 있는 실존적 사실주의”라며 “초기 <벽> 연작부터 <일상>을 거쳐 <사유적 공간> 연작에 이르는 모든 작품에서 대상의 뉘앙스, 미묘한 느낌마저 읽어내는 진실성을 만나게 된다”고 평가했다.

 

 

베리즘(verism)이란 낸시 H. 래미지와 앤드류 래미지가 『로마미술』에서 로마의 초상조각의 예술성을 설명하며 언급한 것이다. 인물의 지위나 특성 도는 성격, 심지어 어떤 뉘앙스나 미묘한 느낌마저도 읽어낼 수 있는 극도의 사실성을 일컫는다. 


이석주의 초기 작품에서는 외부 현실세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알 수 있다. <벽> 연작은 벽의 일부가 클로즈업되어, 그 질감과 그림자가 생생하게 묘사된다. 작가는 젊은 시절 군사정부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자유가 박탈당한 시대를 겪으며 느꼈던 답답하고 암울한 심경을 벽에 투사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일상> 연작은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의 한 순간이 극적으로 포착되어 사진처럼 그려진다. 현대사회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신문, 과녁 등의 오브제와 함께 그 속에 파묻혀 현대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은 벽돌, 길거리, 불특정한 인물의 뒷모습 등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대상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대상에 이입하게 하고, 관심을 갖고 바라볼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 이후 작품에서 작가는 내면세계, 특히 철학적 사유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다. 표현기법에도 다소 변화가 있다. 여전히 극사실풍이지만 연관성이 없는 오브제끼리 조립하고 재구성하여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90년대 이후 <일상> 연작은 이전과는 달리 시간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시계, 말, 기차 등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으며, 끊임없이 나아가는 시간에서 역설적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창>에서는 철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분위기와 식물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서로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어 도시와 자연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환기시킨다. 

 

 

<사유적 공간> 연작은 인간의 존재와 그 내면의 심경을 다루고 있다. 낡은 책과 명화를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작가의 정신세계 안에 존재하는 예술적 시공간을 고정시킨 후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최근 작품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하나의 풍경만을 담아내고 있다. 각 이미지가 전달하는 은유도 달라졌다. 과거 ‘말’의 역동적 이미지 안에 시간을 담아내었다면, 이제는 ‘말’이 보여주는 다양한 이미지에서 인간성의 본질을 끌어내고자 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재현에 충실한 표현기법은 특정 신체 부위를 혹사하게 만들고, 한 작품에 긴 시간을 투자하게 만든다. 작가의 예술세계도 변화한다. 앞으로 이석주의 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나아갈지 그 미세한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 = 모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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