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애령)에서는 2023년 4월 7일(금)부터 7월 9일(일)까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의 외부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재)광주비엔날레와 공동 주최하여 광주 지역 대표 문화기관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대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로 물의 힘을 본보기로 삼아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 법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비엔날레의 네 가지 소주제 중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과 관련된 다수의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권리 침해를 다루는 작품을 소개하며 억압, 차별과 같은 이슈에 주목한다. 더불어 광주 지역 역사와 밀접한 작품도 전시한다.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에는 한국, 대만, 미국, 사모아, 캄보디아 등지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 6건과 더불어 광주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신안해저문화재 도자류 764점을 함께 전시한다.
중앙홀에는 김기라 작가의 설치 작품 ‘편집증으로서의 비밀정원’(2023)을 펼쳐 보인다. 작가가 무작위로 수집한 물건들은 식민주의 잔재에서 비롯한 편집증적인 수집과 진열의 방법론을 조명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캔디스 린(Candice Lin) 작품 ‘리튬 공장의 섹스 악마들’(2023)을 전시한다. 작품은 리튬 배터리 공장 여성 노동자에 관한 주제로 서구식 산업혁명과 현대 사회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설치 미술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유키 키하라(Yuki Kihara)의 ‘사모아에 대한 노래-모아나(태평양)’(2022)은 사모아의 직물과 일본의 기모노 두 예술을 접목하여 수를 놓은 작품으로 작가가 인식한 탈식민주의, 인종 등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한편, 호남 서화를 대표하는 근원 구철우 선생의 작품도 공개한다. 윤리와 도덕, 일상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시 구절 ‘행초 10곡’(1970년경)에서 광주 지역 작가의 인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다목적실에는 아시아계 미국인 제임스 T. 홍(James T. Hong)의 영상 작품 ‘영혼에 대하여’(2021)를 2채널로 방영한다. 작가는 줄곧 인종과 계급에 관한 사회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원에는 캄보디아 출신 작가 소핍 핏(Sopheap Pich)의 ‘춤’(2022)을 설치하였다. 알루미늄 제품을 재활용해 만든 다섯 개 나무 형태 조각으로 유기체적 형상을 취하는 작품 형태는 작가가 어린 시절에 베트남의 침략으로 캄보디아를 떠나 난민 생활을 했던 사적인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공동전시 주제에 맞추어 광주박물관은 특별히 문화재 전시를 기획하였다. ‘도자기 대량 생산의 두 얼굴’이라는 테마를 갖고 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신안해저문화재 도자류 764점을 출품하였다. 서구식 산업혁명 이전 전통 시기의 일상용품 대량 생산 모습을 알리며, 동시에 요업의 융성 이면에 존재했던 자연 환경의 악화,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도 제기한다. 전시장은 도자기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비를 갖춘 현대 공장 모습이 연상되도록 구성하였다. 이 전시로 전통 도자기를 ‘각각 한 점이 유일무이한 예술품’으로 여기는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이해해 보고자 한다.
국립광주박물관과 (재)광주비엔날레의 협업은 올해가 두 번째이다. 지난 2021년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공동 주최(국립광주박물관 전시 한정)하여 지역 소재 기관과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양 기관의 공동 작업으로 박물관은 전시와 관람객의 폭을 한층 더 확장할 수 있었다.
나아가 올해도 현대 작품과 박물관 소장품을 함께 기획하여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박물관 소장품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할 예정이다. 또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가진 관람객층이 비엔날레 공동 전시 뿐 아니라 박물관 상설전시실도 관람하여 전통과 현대 문화 향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