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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500년 전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선 사람들의 희비극 <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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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개미’들의 투기 잔혹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조선 중기 이후의 은광 개발과 은화 유통은 ‘임진왜란의 영향’이나 ‘동아시아 은본위제의 성립’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거기에는 은맥 찾기에 투신한 농민들, 정제 기술을 개발한 장인들, 그 기술을 일본에 판 산업 스파이들, 큰돈을 투자한 양반가의 물주들, 그들의 뒤통수를 노린 무뢰배들, 이들 모두에게 빨대를 꽂은 탐관오리들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이 책은 이처럼 임금부터 천민까지 수많은 사람이 나름의 패를 쥐고 펼친 ‘쩐’의 전쟁에 초점을 맞춘다.

 

 

돈 앞에 양반, 상놈이 따로 없다

 

조선의 수도 한양에는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자들이 많았다. 조선 사람들도 ‘한양 자가’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애민 정신의 대변자 정약용조차 아들들에게 “한양에서 10리 안에 살게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을 정도다.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 돈을 번 인물로 어영청의 대장 윤태연이 유명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어느 백성의 10칸짜리 집을 싼값에 사들인 다음, 전격적인 리모델링으로 방을 하루 만에 총 30칸까지 늘렸다. 그런 다음 이 쪽방들을 세놓아 월세를 받다가, 비싼 값에 집을 되파는 데 성공했다.

 

조선 사람들은 돈을 벌 때만큼은 신분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왕족이라도 돈이 없으면 숨죽여 살았고, 천민이라도 돈이 많으면 양반 부럽지 않게 살았다.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유정현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조선 초 나라 살림을 책임진 관리로, 그 능력이 굉장히 탁월했다. 특히 화폐 발행과 정착을 진두지휘하며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동시에 그는 유명한 대부업자이기도 했다. 그것도 아주 악독해 고리로 번 돈만 오늘날 시세로 2000억 원에 달했다.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들

 

20세기에 들면 새로운 돈벌이 방법들이 조선에 상륙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식과 선물이었다. ‘기업공개’나 ‘서킷브레이커’ 같은, 지금은 상식이 된 안전장치들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아 한순간에 큰돈을 벌고, 또 잃을 수 있었다. 실제로 당시 신문들은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과 ‘실성해 자살’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 와중에 거의 유일하게 큰돈을 벌고, 또 지켜낸 사람이 바로 조준호다. 그는 일본과 영국에서 유학한 엘리트였는데, 단순히 머리가 비상한 차원을 넘어 ‘멘탈’이 대단했다. 1936년 일본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나라’의 존망을 걱정한 식민지 조선의 개미들이 ‘패닉 셀링’을 이어갈 때, 홀로 초연히 ‘줍줍’에 나서 오늘날 시세로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을 정도다. 또한 조준호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투자처를 다양화했는데, 한국전쟁 후 곧바로 벽돌공장을 지어 큰돈을 벌기도 했다. 이에 ‘투자의 신’으로 불렸다.

 

이책이 소개하는 돈벌이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실패의 공식은 단 하나다. 조금만 더 벌려다가 몽땅 잃는다는 것이다. 1900년대 활동한 반복창은 쌀 선물시장에서 오늘날 시세로 수백만 원의 돈을 300억 원 가까이 불리는 데 채 2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 끝에 그 큰돈을 몽땅 잃고는 선물거래소 근처를 전전하다가 객사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조선 역사 내내 반복됐다. 고리대까지 동원해 산 한양의 100칸짜리 기와집이 1년 만에 ‘깡통’이 되어 정말 깡통 찬 유만주, 은광과 보가 돈이 된다는 소문에 앞뒤 따지지 않고 가산을 모두 처분해 뛰어들었다가 쫄딱 망한 안명관, 제국주의의 피해자인데도 제국들이 계속해서 날뛰길 바라며 전쟁 관련 주식을 쓸어 담은 결과 평생 ‘존버’하게 된 식민지 조선의 개미들까지 그 예는 정말 무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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