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새벽 2시 회의 열고 7분 만에 기습 처리
윤호중 "21일 본회의 처리 국회의장에 요청"
野 예결위원장 "국회법 위반한 날치기 처리"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19일 여야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새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날치기 처리이고 국회법을 위반한 회의 자체가 무효라며 강력 반발한 반면, 민주당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의사진행을 기피해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민주당, 새벽 2시 예결위 단독 소집…추경안 기습 처리
민주당은 이날 새벽 2시8분께 예결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30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 총 14조원 규모의 추경안 원안을 처리했다.
이날 회의는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예결위원장 및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간사인 맹성규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추경안 및 기금운영계획변경안 등 총 3개의 안건이 기습 처리되고 산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7분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소집된 예결위 회의가 이종배 위원장의 여야 간사 간 협의 주문으로 정회된 뒤 자정을 넘어가며 자동 산회될 것으로 보이자, 예결위 회의를 19일 0시1분부터 바로 다시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19일 오후 4시 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의사일정 협의를 재차 요구하자 회의 거부, 기피를 위한 꼼수로 판단했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후 국회법 52조에 따라 재적의원 4분의 1이상의 소집 요구가 있었으므로 회의를 개최하고 같은 법 50조에 따라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여당 간사가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진행, 추경안 단독 처리를 진행했다.
추경안 통과 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번 추경안은 소상공인 지원 및 방역 보강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으로서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 및 소상공인 어려움을 감안해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겠다"며 "정부도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대로 즉시 지원될 수 있도록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그동안 손실보상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방역지원금 지원 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을 더한 '16조원+α' 규모의 수정안을 오는 21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與 "추경안 통과 다행…민생 외면 野, 무슨 낯으로 표 구걸?"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루 확진자가 10만명, 11만명을 넘어가는 국가비상상황에 추경 예산이 오늘 예결위를 통과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지금 당장 절벽에 몰린 소상공인 지원과 의료·방역 예산 확충이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해줄 것을 국회의장에게 요청하겠다"며 "정부와도 본회의 수정안 마련을 위해서 소상 손실보상 대상과 지원 금액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 피해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있던 특고(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 지원과 법인택시, 전세버스 기사 등 운수 종사자 지원, 문화예술인 지원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추경안과 함께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에 조치도 신속히 추진해서 절박한 상황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겠다"며 "야당이 요구해온 손실보상을 보정률 90%로 인상하는 문제와 하한액을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문제도 정부를 끝까지 설득해서 수정안에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맹성규 의원은 "이종배 예결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진행을 거부, 기피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위원장 직무를 대행해 추경안 정부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회법에 따른 합법적 의사진행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안은 71년만에 편성된 1월 추경안으로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김부겸 국무총리도 어제 국회에 다녀가서 조속한 통과를 주분했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하루는 1년과 같다. 왜 꼭 지금이어야 하냐는 질문은 현장에서 고통받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기습과 날치기라니, 지금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국민들을 조금이나마 생각한다면 감히 이런 말을 해선 안 된다"며 날을 세웠다.
한 수석은 "(예결위) 회의장에서 실종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세차를 타고 나타났다. 민생을 외면한 채 도대체 무슨 낯으로 유세차 마이크를 잡고 국민들에게 표를 구걸하고 있느냐"며 "당장 추경안을 처리해달라고 절규하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와 관련, "늦어서 죄송하다. 곧 추가로 더 하겠다"고 밝혔다.
◆野 "날치기 처리…국회법 위반 회의 자체 존재 안 해"
야당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강력 반발하고, "국회법을 위반해 회의 자체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추경안 처리 무효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예결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적법한 공지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무소속 위원들의 참석이 불가능했다"며 "민주당 맹성규 간사는 불법적으로 위원장 대행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의 일시조차 통지하지 않은 채 새벽 2시에 민주당 의원들만 회의에 참석시켜 추경안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저는 회의 진행을 거부·기피하지 않았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다른 시간에 개회요구를 했다. 저는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하도록 규정한 국회법에 따라 여야 간사에게 협의하도록 요구했고, 협의 후 개회시간을 알려드리겠다고 예결위원들에게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자신들이 개회요구를 한 시간에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가 회의진행을 거부·기피했다고 억지를 부리며 국회법이 부여한 예결위원장의 의사진행 권한을 침탈했다"며 "민주당이 예산을 민주적 합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약속하고, 이에 대한 증표로 예결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어젯밤에 이뤄지 날치기 처리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경을 다시 예결위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향후 헌법소송, 권한쟁의에 따른 효력정지가처분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다수당의 폭거로 날치기 처리된 이 상황이 위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자괴감이 들어 위원장직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결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돕기 위한 목적보다는 그저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생색을 내려는 '매표 찔끔 추경'"이라며 "겉으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하며, 속으로는 그저 표 계산에만 몰두하며 생색내기로 끝내려는 국민 기만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는 경남 양산 거리유세에서 자신이 주장한 50조원 규모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안과 관련, "당신들이 집권 여당이니 대통령에 얘기해서 50조원 추경 보내라고 했더니 14조원 찔끔, 그것도 선거 앞두고 선심성 예산안을 짜서 보냈다"며 추경안 대폭 증액 불발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윤 후보는 이어 "이재명 후보가 35조원 더 쓸 테니 국회로 보내라고 하더니 이미 손실 본 피해까지 소급해서 다 물어드리겠다고 온동네 선거운동 하면서 발표했다"며 "근데 오늘 새벽에 어땠나. 14조원 가지고 야밤에 민주당만 모여서 예결위에서 날치기 통과했다"고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는 본회의 때 법인택시 기사, 여행업 등 피해 구제 사각지대에 놓인 것들을 보충해 일단 통과시켜주기로 했다"며 "어쨌든 돈은 받아야 하지 않나. 저희가 3·9선거 승리하고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절벽에 떨어진 자영업자에게 신속하게 재정을 투자해서 손 잡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