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7 (금)

  • 맑음동두천 18.8℃
  • 맑음강릉 19.3℃
  • 연무서울 17.5℃
  • 맑음대전 20.3℃
  • 맑음대구 22.8℃
  • 연무울산 22.1℃
  • 맑음광주 22.6℃
  • 연무부산 20.0℃
  • 맑음고창 19.4℃
  • 맑음제주 19.9℃
  • 구름많음강화 12.8℃
  • 맑음보은 19.7℃
  • 맑음금산 20.8℃
  • 맑음강진군 22.5℃
  • 맑음경주시 23.1℃
  • 맑음거제 20.3℃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장자연 또는 핏빛 다이아몬드

URL복사
그다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 The Blood Diamond>를 제법 흥미롭게 보았다. 잔인한 현실과 로맨스를 섞고, 역사와 활극을 혼합하며, 건달을 회개시켜 소영웅으로 만든 것이 평론가들에게는 불만스러웠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정도 타협이나마 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그 영화를 만들 화폐를 어디서 구했겠는가.
두 눈이 있다 보니 보석이 아름답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봤자 그저 돌일 뿐인데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받으며 거래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된다. 알다시피 다이아몬드는 고온에서 결정이 되어버린 탄소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숯과 본질이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 또한 보석을 바라보는 여인들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본질이 아무리 숯에 지나지 않은들 그것을 보고 눈빛이 흔들리는 여인이 다수라면 그것은 경제 법칙이 된다.
숯과 다이아몬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빛과 견고함으로 인해 '영원한 사랑의 징표'로까지 격상된 다이아몬드의 생산과 교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희생되고 있는가를 보여줬다. 이 영화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수요가 실제로 감소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볼 때마다 사랑이 아니라 아프리카 소년병사의 피눈물을 연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만한 인간들의 거친 세상에서 피로 얼룩진 것이 어디 다이아몬드뿐일까. 유명 스포츠용품이나 커피에서 가혹한 노동착취를 연상하게 되는 것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따지고 보면, 가축을 도륙하여 식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인간사의 기본이니만큼 좋은 것 치고 피로 얼룩지지 않은 것이 없다. 아프리카인들의 피가 어린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주며 행복한 눈빛을 주고받는 남녀나, 레스또랑에서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며 고상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이나 그로테스크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만드는 미다스 왕처럼, 만지는 것마다 피로 더럽히는 것이 인간들이 하는 일이지만, 장자연이라는 젊은 연기자의 소식을 들었을 때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상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타의 삶 또한 무수한 사람들의 일상이 그렇듯이 본래는 그저 숯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고 믿었거나 믿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 다이아몬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만큼 괴로운 삶, 피로 얼룩진 삶이었던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숯으로서 따분한 일생을 살든가 핏빛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가.
장자연 사건이 상징하는 것
필자가 명색이 영화사 대표라니까 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연기자들을 자주 만나느냐" 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물어볼 때는 장동건씨를 만났느냐는 뜻이고, 남성들이 물어볼 때는 김혜수씨와 아는 사이냐는 것이다. 물론 일터가 그렇다 보니 오며가며 스타들을 만날 일이 없지는 않다. 처음에 그런 스타들을 볼 때는 제법 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모두 그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숯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이아몬드라고 믿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 이른바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일반인과 전혀 다른 외계인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단지 타인의 이목을 끄는 직업을 가졌고, 그에 맞는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신경, 가능하면 호감을 주는 용모, 늘 대중에게 노출되는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순간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지적 능력 따위가 그것이다. 나는 그들이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안타깝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도 어색하다. 다만 실제야 어떻든 간에 세상사람들에게는 이땅의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줄 환상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환상의 주재자가 되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군가는 실제로 그 무대를 점유하는 다이아몬드가 된다.
그런데 다른 인생의 길과 마찬가지로 그 무대를 차지하는 것이 단순히 재능과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우가 너무 많다. 게다가 이 상징적 위치를 차지하느냐 마느냐가 너무 많은 차이를 낳기 때문에 경쟁은 살벌한데, 그 경쟁을 사회가 공정하게 관리하기도 어렵다. 저기 무대가 있다. 그 무대에 서면 꿈이 이루어진다. 숯이 다이아몬드가 되는 연금술이 저 무대를 향한 입구만 통과하면 이루어질 것 같다. 그런데 만일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입구를 야수들이 지키고 있다면 어쩔 것인가.
야수들을 통과해야 하는 낙원의 입구
삶은 본디 비루하다. 부자 부모를 만났거나 출중한 DNA를 타고나지 않은 한,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씨스템에서는 다이아몬드는커녕 은이 되는 것도 어렵다. 노력하면 누구나 무언가 될 수 있다고, 성공할 수 있다고 자기암시를 하면 정말로 성공할 수 있다고, 온갖 처세서적들은 감미롭게 속삭인다. 그러면, 모두 열심히 하면 누가 경쟁에서 이기는가. 결국은 또 재력과 선천적인 DNA가 문제가 된다. 그런 책들의 일부는 진실하지만 대부분은 당신의 빠듯한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당신이 아니라 저자의 꿈을 이루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은 삶의 비약을 위하여 꿈을 꾸라 한다. 하지만 행운의 별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수들이 지키는 저 입구를 지나야 하는데 야수들은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당신의 양심을 내려놓거나, 당신의 몸을 던지거나, 당신의 웃음을 팔아야 한다. 이것은 장자연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기자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 비루한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만일 당신이 그 요구들을 거절할 생각이면 숯으로 사는 것에 만족해야 하며, 야수들의 요구를 거절하고서도 저 입구를 통과하고자 한다면 야수들과 싸우느라 피투성이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야수들이 낙원으로 가는 입구를 지키는 사회에서 꿈을 꾸는 것은 위험하다. 차라리 꿈을 꾸지 않았다면 장자연씨도 사랑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친구들과 다정하고 은근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 야수들은 그런 조용하고 빛나지 않는 삶을 비웃을지 몰라도 어차피 우리 모두 탄소에 지나지 않는다.
숯의 모양이든 다이아몬드의 모양이든 나름의 삶에는 모두 작으나마 행복의 기회가 있고, 그 행복을 찾는 지혜는 다행히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꿈을 이루라고 부추기는 사회는 위험하다. 더군다나 어느 사회가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나야 할 입구를 야수들에게 맡겨둔 주제에, 사람들에게 꿈을 이루라고 부추기는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 살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장자연씨가 좋은 사람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느낀 절망이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보다 더 화려했거나 더 값싼 것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특집-김광열 영덕군수】 "영덕, 미래를 준비하는 지역으로"
[시사뉴스 박순보 기자]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선출을 넘어 ▲정권에 대한 평가 ▲중앙 정치 영향력의 반영 ▲행정구역 재편에 따른 새로운 선거구 조정 ▲선거 질서 관리 강화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와 2025년 정권 교체(탄핵 등 정치적 격변 시나리오 포함) 이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지방권력을 새로 잡거나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고,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상황 반전을 위한 토대마련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극복해야 하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 양극화와 중앙정치 흐름이 지역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영덕군수에 출사표를 던진 김광열 군수를 만나 어떤 군수가 될 것인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40여 년 영덕 행정 전문가에서 군수로 보낸 지난 4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저에게 지난 4년은 40년 행정 경험을 ‘결과로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행정가로서, 군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취임 직후

정치

더보기
【특집-김광열 영덕군수】 "영덕, 미래를 준비하는 지역으로"
[시사뉴스 박순보 기자]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선출을 넘어 ▲정권에 대한 평가 ▲중앙 정치 영향력의 반영 ▲행정구역 재편에 따른 새로운 선거구 조정 ▲선거 질서 관리 강화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와 2025년 정권 교체(탄핵 등 정치적 격변 시나리오 포함) 이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지방권력을 새로 잡거나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고,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상황 반전을 위한 토대마련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극복해야 하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 양극화와 중앙정치 흐름이 지역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영덕군수에 출사표를 던진 김광열 군수를 만나 어떤 군수가 될 것인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40여 년 영덕 행정 전문가에서 군수로 보낸 지난 4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저에게 지난 4년은 40년 행정 경험을 ‘결과로 증명한 시간’이었습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행정가로서, 군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취임 직후

경제

더보기
2차 석유 최고가격 3월 27일 0시부터 적용...휘발유 1934원/ℓ, 경유 1923원/ℓ, 등유 1530원/ℓ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2차 석유 최고가격이 3월 27일 0시부터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27일 보도참고자료를 발표해 “중동전쟁 이후 국제 석유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3월 13일부터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2차 최고가격이 3월 27일 0시부터 적용된다”며 “이번에 산업부가 정한 2차 석유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리터당 1934원,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유 리터당 1923원, 실내등유 리터당 1530원이다. 어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번 2차 최고가격 대상 유종에 선박용 경유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2차 최고가격은 1차 최고가격(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에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제 석유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고 국내외 석유가격 변동성, 물가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했다. 정부는 이번 2차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할 때 주유소 판매가격 기준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약 200원, 경유와 등유는 리터당 약 500원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조정안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 우리 공동체가 함

사회

더보기
강민정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일반고등학교 전환...‘심야 및 일요일 사교육 청정’ 서울 실현”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일반고등학교로의 전환과 사교육 강력 억제를 공약했다.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과도한 선행학습과 무한 경쟁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사교육비 부담은 가계 경제를 넘어 저출생의 핵심 원인이 됐다. 저는 아이들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서울교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심야 및 일요일 사교육 청정’ 서울을 실현하겠다”며 “무등록 불법 교습 행위에 대한 단속 근거를 강화하는 한편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심야 사교육 자율 제한’ 인증제를 도입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강민정 서울특별시교육감 예비후보자는 “특히 자사고와 국제중의 일반학교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초등 단계부터 시작되는 조기 입시 경쟁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말했다. 강민정 서울교육감 예비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기자에게 “자사고 등에 대한 심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자율형 사립고등학교)제6항은 “교육감은 자율형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