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7.31 (목)

  • 구름많음동두천 31.2℃
  • 구름많음강릉 30.1℃
  • 구름많음서울 33.4℃
  • 구름조금대전 33.1℃
  • 구름조금대구 31.8℃
  • 구름조금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1.5℃
  • 맑음부산 31.8℃
  • 맑음고창 33.2℃
  • 구름많음제주 30.4℃
  • 구름많음강화 30.5℃
  • 맑음보은 30.3℃
  • 맑음금산 31.1℃
  • 맑음강진군 31.7℃
  • 구름조금경주시 32.5℃
  • 맑음거제 29.8℃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이명박 정부 1년과 인권의 실종

URL복사
며칠 전 외부강연 자리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이명박정부의 인권성적을 몇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학기말이 되지 않아 전체 성적을 매길 수는 없지만,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F학점이 아니면 다행이겠다고 대답했다. 촛불집회에서부터 드러난 대로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대폭 축소되었고, 상위 1%에 치중된 정책은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무색하게 만들었으며, 공교육과 모국어에 대한 무지한 공격으로 인해 문화적 권리 역시 땅에 떨어진 상태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의제가 '인권'이라는 열쇳말 주위에 모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회와 시위, 비정규직, 언론정비, 철거민, 연쇄살인범 얼굴공개, 사형집행 논란 등 대다수 사회·정치문제가 넓은 뜻의 인권의제 속에서 제기되고 있다. 왜 그럴까? 과거에는 인권을 정치의 일개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째서 인권이 정치의 전 분야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인권점수는 F학점
정치현상을 해석하는 데에는 구조, 제도, 사상, 심리 등 네 가지 방식의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민주화투쟁을 벌이던 시대에는 정치를 주로 '구조적'으로 설명하곤 했다. 그러나 제도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은 후부터는 다른 방식의 설명도 나름대로 유효성을 지니게 되었다. 즉, 민주화 단계 이후의 시대 특성상 정치를 설명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통하게 되었는데 그런 흐름 속에서 인권이라는 종합적 성격의 주제어가 모든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대변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이같은 경향은 더 심해질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현정권 들어 너무나 악화된 인권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가지 직접적인 설명을 들 수 있겠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사상적'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현정부는 소위 실용주의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사상의 나침반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다. 아니, '여의도 정치' 자체를 싫어하는 탈정치적 성향이 농후한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정권도 탈정치에 기대어 정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그러한 공백을 뉴라이트 같은 설익은 신보수 '정치이론'으로 메워야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정치수사의 차원에서 흉내낸 것에 불과했고, 현정권의 본질은 여전히 탈정치―정치냉소주의라고 보는 게 옳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진지한 정치담론이 나올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사안의 고비마다 거짓말, 발뺌, 왜곡, 이중어법, 자기기만으로 대응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현정권의 특징은 모든 것을 '부인하는' 권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진실을 부인하는 것이 자신의 사상이자 철학이 돼버린 정권이다.
부도덕한 권력이 인권을 유린하는 세 가지 방식
정치에서 부인 기제를 중요한 인권침해 요인으로 간주하는 스탠리 코언 같은 사회학자는 언어적 도덕성이 없는 권력이 세 가지 부인 방식에 의존해 정치를 농단하고 인권을 유린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현실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분석이다. 최근 용산사태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가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홍보하라고 지침을 내렸던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는 "그런 공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자적 부인'을 시도했다. 그 다음에는 "그런 이메일을 보낸 사실은 있으나 개인 아이디어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적 부인'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개인의 단독행동이므로 청와대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는 '함축적 부인'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이런 식의 언어적 부도덕성 그리고 엄연한 현실의 부인은 대운하에서도, 경제정책에서도, 촛불집회에서도, 용산사태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었고, 앞으로도 판박이처럼 되풀이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는 계속 일어나고, 그런 사실은 계속 부인되며, 인권의 요구는 정권에 반대하기 위한 좌파의 정치공세쯤으로 치부될 것이다. 부인하는 권력을 선출한 우리 국민의 비극이다.
둘째, 최근 들어 이명박 정권은 사적 일탈행위인 범죄와 공적 통치행위인 정치를 '제도적' 차원에서 연결하려는 유혹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뜬금없이 흉악범죄자의 얼굴사진 공개 여부가 사회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사형수의 처형을 통해 범죄에 대처하겠다는 즉흥적 발상을 내놓고 있다. 그 명분은 강력범죄에 대해 억지력을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극약처방을 통해 전 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시민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겠다는 속내가 들여다 보인다. 정권 초기에 법질서를 강조할 때부터 이런 위험은 예고되었지만 정치적 자원이 일찌감치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이런 추세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정부의 경쟁논리와 약자경시 '철학'에 비추어보면, 아무리 얼굴을 공개한들, 아무리 사형수를 처형한들, 범죄가 빈발할 조건이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지는 않게 되어 있다. 오히려 정치가 범죄발생의 배경조건을 형성하고, 범죄가 발생한 후에는 그것을 다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더구나 응보를 요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심리를 자극하여 정치영역으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선전기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개연성도 커졌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학문분야인 정치범죄학에서는 이런 식의 사회통제술이 시민들의 인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한다. 하나 덧붙일 점은 이러한 사회통제 기법이 정치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법질서에 대한 기본전제가 잘못됐으므로 길게 보아 대중의 혐오만 키우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고통에 대응하는 인권투쟁
하지만 좀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시장만능주의를 국정운영의 기본으로 선언한 순간부터 인권의 파국적 험로가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용산참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구조적'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만능주의의 폐해는 시장경쟁에서 도태되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한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시장만능주의의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도록 하고, 자기들이 운 나쁘게 시장 활동의 유탄을 맞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인권은 인간을 억누르는 모든 억압권력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러한 의문제기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어려워지는 암울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인권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할 때 개인의 권리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즉 '인간안보'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1990년대 중반 유엔에서 처음 등장한 인간안보 개념은 전통적인 안보와 평화 개념을 초월하여 인간중심적인 사회안녕을 지향한다. 즉, "국민국가의 영토보존만이 안보가 아니다" 그리고 "전쟁의 부재만이 평화가 아니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하여, 인권이 인간안보의 큰 틀 내에 포함되어야 하고, 인간안보가 사회공동체 내외의 평화유지에 직결된다고 본다. 요컨대 인권이 땅에 떨어지면 사회 전체의 인간안보가 흔들리고, 그것과 함께 평화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 한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이명박정권하에서 두고두고 정치의 주요 이슈들이 인권문제로 프레임되고, 우리 사회의 인간고통에 대응하는 모든 움직임이 인권투쟁의 형식으로 표출될 것이다.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인간안보와 평화에 대해 발본적인 모색을 요구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 대통령, 스가 前 일본 총리 접견…"한일관계 발전 논의, 미국 관세 언급 없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접견했다. 이 대통령과 스가 전 일본 총리가 30일 만나 한일관계 발전을 향한 공감대를 나눴다. 앞서 미일 상호관세율이 15%로 타결된 가운데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한미 상호관세 협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스가 전 총리를 접견하고 "우리는 같은 앞마당을 쓰는 이웃집 같은 관계"라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 도움이 되는 좋은 관계로, 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과 일본 국민들 간의 교류도 많이 늘어나고, 서로에 대한 존중감이나 호감도도 매우 높아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과의 관계도 더 좋아져야 되고,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관계도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려면 우리 의원님들 사이 교류, 협력도 많이 확대되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스가 전 총리는 "말씀해주신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초대에 사의를 표하며 최근 집중 폭

경제

더보기
이노비즈협회, 민간 주도 정책 제안 플랫폼 본격 가동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정광천)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정책 변화를 위한 민간 주도 정책 제안 플랫폼을 본격 가동한다. 협회는 이노비즈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혁신성장을 지원할 신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노비즈 정책 제안 챌린지’를 오는 8월 15일(금)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챌린지는 중소기업이 직접 체감하는 불합리한 제도와 개선이 필요한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해 정부에 제안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다. 이노비즈기업 및 중소기업 정책에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R&D 지원 △AI 및 디지털 전환 △ESG 경영 △글로벌 진출 △공공조달 혁신 △특허 및 지식재산 보호 △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지방 동반성장 등 8대 핵심 분야 중 1개 이상에 해당하는 제안을 제출하면 된다. 참여는 온라인 접수를 통해 간편하게 가능하며, 1차 심사를 통과한 우수 제안에 한해 상세 제안서를 추가 접수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장성, 창의성,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하여 최종 선정된 7건의 우수 제안은 향후 협회 주관 정책 건의 시 우선 반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각 제안자에게는 이노비즈협회장상과 함께 최대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캐릭터 스틸 공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 시리즈 <애마>​가 캐릭터 스틸을 공개했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개된 캐릭터 스틸은 80년대를 뜨겁게 달군 ‘애마부인’의 제작을 둘러싼 다채로운 인물들의 모습을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먼저 화려한 의상부터 헤어 스타일, 악세서리까지 완벽하게 갖춘 ‘정희란’(이하늬)의 스틸은 당대 스크린을 풍미했던 탑배우의 아우라를 물씬 풍긴다. ‘희란’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타로, ‘더 이상의 노출 연기를 하지 않겠다’ 선언하며 ‘애마부인’의 주연 캐스팅을 거절하는 인물이다. 이하늬는 캐릭터에 대해 ​“단단한 우아함이 뿜어져 나오는 인물. 그냥 서 있더라도 카리스마가 온전히 뚫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해, 그가 표현해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희란’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일약 ‘애마부인’의 주연으로 발탁된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린)의 반전 매력을 담은 스틸 또한 궁금증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