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미국의 하버드 대학 출판부와 독일의 역사 출판 명가인 C.H.베크(체하베크)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역사 시리즈다.
근현대를 다루는 두 권으로 시작해 이번에 선보이는 네 번째 책을 통해 1350년 무렵에서 현대까지 약 700년의 역사를 다뤘다. 산업화 등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세계경제의 발전과 세계 사회의 형성이 이번 책의 주요 주제다.
동아시아 국가의 부상
유럽 중심주의를 최대한 배제하고 보더라도, 19세기는 명백히 유럽의 세기다. 에릭 홉스봄은 이 시기를 ‘장기 19세기’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프랑스 혁명(1789년)으로 시작해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1914년)로 끝나는 125년간이다.
지난 세기부터 이어진 제국의 팽창은 장기 19세기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특히 영국은 역사상 유례 없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오스만 제국도 이 시기에 특별한 지위를 얻었다. 제국 중심의 질서는 곧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식민지 인도의 무슬림들은 영국이 종교적 차별을 철폐하고 오스만 제국과 동맹을 맺는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영국의 식민지 관료들은 ‘무함마드주의자’들의 충성심을 항상 의심했다. 보편 제국이라는 이상이 좌절되자, 식민지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민족주의뿐이었다.
오늘날 동아시아 국가들의 산업은 유럽과 미국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이미 19세기 말에 일본은 앞선 유럽 국가들의 산업화 과정을 답습해 열강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저렴한 임금은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영국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이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술혁신의 촉매가 되어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던 중국 경제가 발전에서 뒤처진 이유로도 꼽힌다.
하지만 일단 산업화 과정을 받아들이면, 저임금은 노동 집약적인 산업화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다.
하룻밤 사이에 옛것이 사라지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시간’을 이해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반복되는 공장 노동의 리듬은 태양의 위치로 계산되던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자들은 ‘시간을 죽이는’ 행위를 혐오했다. 시간은 진화와 진보, 역사, 미래 등의 개념과 결합했다.
비서구 국가들은 자국의 오랜 역사를 정량화된 시간으로 측정하려고 했다. 뒤처진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조급한 마음을 드러낼 때도 있었다. 개혁을 지향하는 일본인들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 일요일을 폐지하자고 주장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종교도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불교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비할 만한 ‘재발명’을 통해 ‘부활’을 경험했다. 전통적인 경전은 다시 해석됐고, 명상 같은 개인적인 부분이 강조됐다. 불교는 미국과 유럽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서양은 동양의 ‘영성’과 ‘지혜’에 심취했다.
근대에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는 이주다. 과거에는 자기가 살던 세계 밖으로 나가는 일이 드물었다. 마르코 폴로나 이븐 바투타는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근대에는 철도와 증기선 같은 수단이 등장해 이동과 교류를 촉진했다. 그에 따라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주자들이 외부인으로서 각 사회에 나타났다. 특히 비서구 출신의 이주자들은 발전된 서구 문명의 관찰자였다.
철도와 증기선이 이주자를 실어 날랐다면, 전신은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가까이 살지도 않고 접촉도 없던 공동체들이 집단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국민국가의 통합으로 이어졌고, 세계 사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