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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커버스토리】 [호국보훈의 달 6월] 외세에 맞선 민족의 혼 정뇌경(鄭雷卿)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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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복(禦服) 청성(靑城)에서 바꿔 입는 날…충신은 한명 없네”
청나라 침략 맞서 끝까지 항쟁 주장…세자의 왕재교육 담당
모함에 걸려 청나라에서 참혹하게 순절한 세자의 스승

 

[시사뉴스 광주 윤재갑 기자]  운계 정뇌경(鄭雷卿). 조선 인조(仁祖) 때 인물로 32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다. 젊디젊은 나이에 자신의 기개를 굽히지 않았고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를 위해 머나먼 중국 심양에서 순절한다.

 

당시 삼학사(三學士)에 버금간 운계 선생의 불꽃 같았던 삶. 후손 온양정씨(溫陽鄭氏) 충정공파 대종친회장 정성희(鄭成熙) 씨와 함께 돌아보았다.

 

남한산성은 끝나지 않았다


남한산성역사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옛 광주(廣州)의 대표적 상징성을 가진 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은 고대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의 용광로라 할 수 있다. 남한산성에는 역사와 자연환경이 복합적으로 잘 어울려 있고 그 성벽 둘레에 자리 잡은 마을과 도시에는 이 땅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남한산성 내 ‘현절사’에는 병자호란 때 목숨을 걸고 싸운 삼학사 외에 척화신 김상헌(金尙憲) 정온(鄭蘊)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이를 위로하고 충절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사당으로 지금도 매년 제사를 지낸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이 청 태종의 12만 대군에 포위됐을 때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해 패전 후 청나라 심양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 윤집, 오달제, 홍익한 위패가 모셔져 있다. 어떤 이는 그들을 강경보수로 칭하고 누군가는 충절로 기억한다.

 


최근 지역 내 사학계에서는 당시 소현 세자와 함께 중국 심양에 인질로 갈 때 자청해 따라나섰다 심양에서 참혹하게 순절한 운계 정뇌경(鄭雷卿) 선생도 이 기회에 추향(追享) 함이 옳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운계 선생의 묘는 경기도 광주시 장지동에 있다. 본관은 온양(溫陽)이고 자는 진백(震伯)이며 시호는 충정(忠貞)이다.

 

23세에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성균관 전적(典籍)을 시작으로 이조(吏曹), 병조(兵曹), 호조(戶曹)의 좌랑(佐郞)을 거쳐 병자호란 때에는 홍문관, 교리(校理)로 인조(仁祖)를 호종하여 남한산성에 입성, 독전어사(督戰御使)로 윤집, 오달제 등과 함께 활약하였다. 소현 세자가 중국 심양에 인질로 갈 때 아무도 따라나서는 신하가 없었으나 정뇌경은 자청하여 따라나섰다.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의 문학으로 세자를 배중하여 중국 심양에 들어가 세자의 왕재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때 정명수(鄭命壽)라는 청나라 역관(譯官)의 악행을 보다 못해 그를 제거하려고 계책을 세워 실행하였으나 오히려 모함에 걸려 청나라에서 참혹하게 순절하였다.

 

조선 조정에서는 그의 유가족에게 삼학사의 유가족과 동등하게 대우하였고 종2품, 의정부좌찬성에 중직하고 정조(正祖)때에는 그의 신주를 불천위로 할 것을 허락하고 충신정려문을 세우도록 하였다.

 

운계(雲溪)정뇌경(鄭雷卿)의 출생과 성장과정


정뇌경은 1608년(선조 41) 7월 4일에 충청도 온양에서 태어나 2살 때 부친을 여의고 부친의 얼굴도 모르고 자란 고아(孤兒)였다. 모친은 연산서씨(連山徐氏)로 증(贈)병조참판 서주의 따님이었다. 독자인 정뇌경을 키우며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정성을 들여 키웠으며 특히 가친(家親)이 없는 외아들을 교육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1630년(인조 8년)에는 명나라 황태자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베푼 별시(別試) 문과에서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사마시에 합격한지 3년 만의 일이다. 1632년(인조 10년) 11월에 아들 유악(維岳)을 낳았고 홍문관(弘文館) 수찬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누렸다.

 

정뇌경(鄭雷卿)의 관직생활


정뇌경은 사마시(司馬試)에 합격 성균관의 생원으로 입문한지 3년만에 인조(8년) 10월 1일에 명나라의 황태자 탄생의 축하를 겸하여 상례(常例)대로 별시(別試)가 베풀어졌다. 그의 나이 23세이다. 정뇌경은 이 별시에서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공의 장원급제 사실이 인조실록에 ‘황태자 탄생의 경사로 인하여 별시를 베풀고 정뇌경 등 10인을 뽑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대과(大科)에 장원(壯元)으로 급제한 사람은 의례히 성균관 전적(정6품)으로 임명되는 것이 통례였다. 그래서 정뇌경은 급제하자마자 성균관 전적에 등용되었다. 이듬해에는 같은 품계의 좌랑(佐郞)으로 공조, 예조, 병조에서 근무하게 된다. 

윤의립은 정뇌경이 업무를 명쾌하게 처리하고 매사를 치밀하고 조리 있게 집행하는 것을 보고 극히 칭찬하였다. 그때 나이 25세이다. 


인조 10년(1632) 4월에는 정뇌경의 학문을 인정받아 홍문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부수찬(副修撰)으로 임명되면서 학문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삼학사(三學士)등과 끝까지 항전을 주장하다


정뇌경은 세자시강원이 사서를 겸하여 남한산성에 함께 들어온 세자를 보필하고 삼학사(三學士) 중에 윤집(尹集), 오달제(吳達濟)와 더불어 김상헌과 정온을 추종하면서 척화(斥和)를 주장하였다. 윤집, 오달제와는 같은 언관으로 있으면서 병자호란이 발발하기 전부터 대명의리를 주장하며 청나라와 외교를 단절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세 사람은 당시 조정의 주목받는 신진 관료로 정뇌경과는 사상적으로 일맥상통하는 가까운 사이였다. 남한산성에서 청군에 포위된 채 불과 1만2000여 군사와 두 달분의 양식만을 가지고 항전하던 조선군의 현실은 참으로 비참했다. 그러나 남한산성에 입성한 인조는 처음부터 결사항전 할 것을 결심했다.

 

정뇌경은 젊은 신료로서 나라가 청나라 손에 넘어가는 비극적인 현실을 개탄하고 인조가 옷을 갈아입고 청군 진영에 가는 것을 목격한 후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읊었다.

 

어복(禦服)을 청성(靑城)에서 바꿔 입는 날
종묘사직이 되놈 손에 망할 줄이야
온 조정 고관님들 다 따라왔지만
마침내 충신은 한 명도 없네.

 

소현세자(昭顯世子)와 함께 중국 심양에 가다


남한산성에서 인조가 출성하여 삼전도(三田渡)의 수항단(受降檀)에 나아가 치욕적인 항복을 함으로써 병자호란의 전쟁은 끝나게 되었으나 항복 조건으로 소현세자(昭顯世子)와 봉림대군(鳳林大君)은 심양(瀋陽)에 인질로 끌려가게 되었다. 세자를 따라갈 사람들을 선발했으나 재상을 비롯한 모든 신료 중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정뇌경은 자청하여 세자를 배종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홍문관 교리로 독전어사를 겸하고 있었으나 전쟁이 끝남으로써 인조는 그를 세자시강원의 문학으로 임명하여 세자와 함께 가도록 하였다. 동료인 윤집과 오달제가 사지로 끌려감을 직접 목격함에도 불구 자청하여 심양으로 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족반역자, 매국노인 정명수(鄭命壽)의 악행


정뇌경은 자기 일신을 돌보지 않고 당시 민족반역자요. 매국노인 정명수(鄭命壽)를 제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었으나 한 재상(宰相)의 배신으로 32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당시의 정황을 짐작해 보면 정명수를 제거하려던 계획이 발각된 후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고자 하였다면 얼마든지 지탱할 수가 있었음에도 선생은 조선의 선비로서 끝까지 절개를 지키고 구차하게 오랑캐들에게 굽실거리지 않았다. 스스로가 조선 조정에 누를 끼칠 것을 걱정 자신을 희생했다.

 

정뇌경(鄭雷卿) 최후의 날


1639년 4월 18일 이날이 운계공(雲溪公) 정뇌경이 중국 심양(瀋陽)에서 순절(殉節)한 날이다. 인조의 장남인 소현세자(昭顯世子)가 심양에 볼모로 잡혀가서 기록한 심양일기의 1639년 4월 18일자 내용을 살펴본다.


정뇌경은 죽음을 향하여 가면서도 조금도 얼굴의 표정이나 옷매무새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평소에 입던 옷을 관복으로 갈아입고 당당히 조선의 세자시강원의 필선이란 직책을 가진 관료로서 최후를 마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정뇌경의 시신을 수습하는데 있어서도 세자가 각별히 수의와 모든 상구를 준비하여 관에서 내려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음날인 4월 19일에 빈소를 차려놓고 관소안에서 제수를 준비하여 선전관 안발을 보내어 제사 지내게 하였다. 4월 20일에는 정뇌경의 영구가 심양을 출발하였다. 세자가 내관 박지영으로 서울까지 호송하게 하였는데 의주에 이르러 부윤 황일호가 노제를 지내고 제문은 시강원의 신료로 하여금 지어 바치게 했다.


인조는 왕실에서 능 자리로 선정하여 두었던 광주 경안에 있는 성종의 태실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하사하여 예장하도록 하였다.
후대 정조는 ‘그의 충절을 삼학사와 대등하다고 인정’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향토사학계에서 운계 정뇌경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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