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생명 위협 속 정부 방역에 협조...이제 살길 열어줘야”
[시사뉴스 김정기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애태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골목골목 작은 가게로 가족들과 오순도순 이루던 삶도 흔들거린다. 방역 장기화로 문을 닫아 실직 상태로 또 다른 일거리를 찾아 전전하기도 한다. 감염병의 시대...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또다시 좌절을 만났다.
그중 각 분야 운동선수들의 생활은 더욱 강팍하다. 단지 생계의 문제를 넘어 ‘선수생활 전성기’를 놓치며 아예 생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경륜도 마찬가지다.
경륜은 격한 스포츠다. 스피드와 함께 선수들이 밀착해서 경기를 치르다보니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다. 크고 작은 부상은 삶의 훈장으로 여기며 선수들은 늘 최선을 다해왔다.
코로나19는 그런 선수들에게 치명적이었다. 그들 중 누구도 잘못한 이가 없음에도 경기는 폐쇄되고 선수는 운동장을 떠나 퀵서비스와 택배를 시작했다.
경륜 선수로 활동하며 한국프로싸이클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현 씨를 만나봤다.
선수 경력이 어떻게 되는지?
중학교에서부터 싸이클을 타기 시작해 한국체대 졸업 후 경륜 6기로 99년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자전거 위에서 도로를 달리며 세상을 배웠다.
나에게 싸이클은 인생 그 자체이다.
한국프로싸이클협회는 어떤 일을 하나?
국내 경륜선수가 대략 540여명이 활동 중이다. 협회에는 지금 133명이 소속되어 있다.
2019년 7월 출범 선수들을 대변해서 경륜운영본부와 협의를 통해 선수복지, 경기 일정 등 여러 가지를 협의한다.
선수들 대부분 사회생활 보다는 운동에 익숙해 여러 면에서 일반인들에 비해 미숙한 점이 많았다. 협회는 이런 경륜 선수들이 서로를 위하는 모임이다. 앞으로는 후배 양성과 한국 싸이클 발전에 기여하는 단체로 성장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1년 넘게 경기가 중단되어 있는데?
경륜 선수들의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아무래도 성적에 따라 좌우된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처음 시작한 99년도와 달리 처우가 좋아져 평균 5천에서 6천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다.
그게 갑자기 제로가 된 거다. 보통 20대에 경기를 시작해 45세에 은퇴를 한다.
일반적인 직장인에 비해 빠른 은퇴를 하고 전성기는 35세까지다. 그 시간을 놓쳤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치명적이다. 돈 문제가 아니다. 선수 생명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현재 선수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당장 먹고살아야 하니 택배와 퀵서비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3일만 쉬어도 몸이 틀려지는데 1년여를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지내다 보니, 앞서 말한데로 경제적인 불안을 떠나 선수 생명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하루하루 심각하게 살아가고 있다.
현재 선수 중 퀵서비스 하다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선수생활을 마감 할 위기를 만나기도 하고 택배나 용역 일을 하다 부상을 입기도 한다.
경제적 위기가 가정으로 이어져 집안 자체가 위기에 빠진 선수들도 꽤 있다.
향후 대안은?
정부의 빠른 방역으로 코로나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경기가 열리길 희망한다. 우리뿐 아니라 전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만약 경륜이라는 산업 자체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정말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선수들 모두 경기에만 임하며 국민들을 위한 레저 스포츠로 경륜이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말 살길을 열어주길 소망한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멈춰진 경륜이 재개할 수 있도록 ‘온라인투표권’ 발매가 가능한 ‘경륜ㆍ경정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관련기사: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155196#0DLM)
박종현 선수는 “세상이 투명해진 만큼 선수들도 각오를 다질 것이다. 국민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을 멋진 경기를 펼쳐보이겠다” 각오를 밝힌다.